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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생활·사회·문화

[필리핀 생활] 필리핀항공 승무원은 왜 마카티의 호텔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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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리핀 사람들의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은 2021년 1월 1일 마카티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일어난 수상한 죽음에 얽힌 사건이다. 현재로서는 과연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시신에 난 상처로 보아 강간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강간 살인사건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보기 힘든 것도 아닌데 이 사건이 유독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누가 봐도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사망한 사람이 고작 23살밖에 되지 않은 필리핀항공 승무원이라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문 기사 및 필리핀 경찰의 발표를 정리해보면, 사건은 이렇게 진행된다. 2020년 12월 31일 마닐라 마카티 피불고스 한인타운에 있는 시티 가든 그랜드 호텔(City Garden Grand Hotel)에서 송년파티가 열렸다. 필리핀항공의 승무원인 23살의 크리스틴 다세라(Christine Angelica Dacera) 씨는 이 파티의 참석을 위해 세 명의 친구와 동행하여 호텔을 방문, 파티 장소인 2207호와 2209호로 올라갔다. 참석자들이 열 명이 넘는 상당히 큰 파티였지만, 파티 참석자 중 3명만 다세라 씨의 친구였을 뿐 나머지는 '친구의 친구'였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1월 1일 오전 12시 30분, 다세라 씨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계속 파티를 즐겼다. 호텔 CCTV 화면으로 오전 3시 22분에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다세라 씨의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오전 10시, 다세라 씨의 친구가 2209호 욕실의 욕조에서 잠든 것처럼 보이는 다세라 씨를 발견했다. 다세라 씨가 잠이 든 것으로 생각한 친구는 담요를 덮어주었고, 다시 잠자리에 든 뒤 정오에 깨어났다. 그리고 친구가 욕조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다세라 씨의 친구들과 호텔 보안관리자가 심패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그녀는 마카티 메디컬 센터로 이송되었지만, 병원에서 이미 사망했음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사람들의 분노를 산 결정적인 원인은 경찰의 무능력함 내지는 불성실함이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5시경에야 사망 사건을 신고받았다고 하는데, 이후 매우 서투른 대처를 했다. 호텔 욕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여성의 몸에서는 물론이고 호텔 객실 여러 곳에서 정액의 흔적이 발견되었음에도,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시체 부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검 결과를 바로 공개하지 않았으니, 사람들의 의혹은 점점 더 커져 나갔다. 대체 누가 혹은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았는지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돌고 난 뒤, 한참 뒤에서야 경찰에서 밝힌 사망 원인은 대동맥류 파열(ruptured aortic aneurysm)이었다. 경찰에서는 사건 현장에 있던 남성 11명 중 9명을 석방하고, 3명을 기소한 후 이 강간 살해(rape-slay) 사건을 해결했다고 선언했다. 파티 참석자 중에는 11명이나 되는 남성이 있었건만 누가 그녀를 강간했으며, 어떤 식으로 사망했는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하나도 밝히지 않은 채였다. 그러니까 오전 3시 22분부터 오전 10시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사망자는 왜 숨진 채 욕조에서 있었는지, 어떤 이유로 대동맥류 파열이 일어났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용의자 중 한 명이 자신은 동성애자(게이)라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현재 사건 담당 검사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경찰 측에 재수사를 요구한 상황이며, 다세라 씨 가족은 경찰에게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래서 대관절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모임을 금지하는 이 시점에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벌였고, 미심쩍은 약물을 복용하였으며, 사망자의 몸에서 멍과 타박상, 그리고 정액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이 사건에는 온갖 추잡한 것이 다 함께 얽혀 있다. 마약, 약물 과다복용, 폭행, 강간, 여성혐오, 살인, 사건의 은폐, 경찰의 무능, 사법제도의 부패 심지어는 방역지침 위반, 호텔의 불법 영업까지 모두 이 사건과 함께한다. 사건의 진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마닐라 마카티 피불고스 한인타운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Foul play in flight attendant’s death? Initial exam showed suspects used ‘force,’ police say
cnnphilippines.com/news/2021/1/5/Christine-Dacera-death-force-police-probe.html
· What we know so far: The death of Christine Dacera

www.rappler.com/newsbreak/iq/what-we-know-so-far-flight-attendant-christine-dacera-death
· What really happened on the night the young flight attendant died?
mb.com.ph/2021/01/06/what-really-happened-on-the-night-the-young-flight-attendant-d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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