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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민다나오섬10

[필리핀 민다나오] 레즈비언 무슬림 레이가 사는 세상 "납치범들에게 돈을 주고 마닐라로 돌아왔는데, 한 달 뒤에 A를 감시했던 청년에게서 연락이 왔었대. 근데 그 이유가 뭔 줄 알아?""왜요?""핸드폰 로드가 없다고 좀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잖아?" 친구 A가 민다나오를 방문하여 괴한으로부터 납치를 당했다가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띠따는 웃고 있었다. 마약이니 납치니 하는 것을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나로서는 친구의 납치 이야기가 이렇게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띠따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인 데다가 납치를 당했어도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히 풀려났으니 그 후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웃음을 가득 머금고 띠따가 강조한 것은 띠따의 친구 A가 보통 사람과 좀 다른 특별한 사람이.. 2020. 5. 4.
[필리핀 민다나오] 이슬람 반군 - 모로민족해방전선과 아부 사야프 그룹 민나다오의 이슬람교계 분리독립무장집단(이슬람 반군단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면,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슬람 세력의 분리독립을 주도한 단체가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하나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안에서 생겨난 내부갈등은 민다나오의 모로족을 여러 개의 분파 조직으로 나누어지게 했다. 내분으로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아부사야프그룹(ASG), 마우테 그룹(Maute Group), 방사모로이슬람자유운동(BIFM), 방사모로이슬람자유전사단(BIFF) 등등 여러 반군 분파들이 생겨났으니, 과연 누가 이슬람 분리독립의 주도권을 잡게 되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활동했던, 혹은 활동 중인 무슬림 단체(이슬람 정치조직)는 아래와 같다.. 2020. 4. 27.
[필리핀 민다나오] 두테르테 대통령과 방사모로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BARMM) 1990년,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가 공식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ARMM의 출범이 민다나오 지역에 평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무슬림 전체가 합의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자치구였다. ARMM 자치구 운영은 모로민족해방전선(MNLF)에서 주도했는데, 이 모로민족해방전선은 타우숙족(Tau Sug)의 원주민이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형편이었다. 마긴다나오족(Maguindanao) 중심의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에서 ARMM의 운영을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 지도층의 운영 미숙과 부정부패도 큰 문제였다. 게다가 아부 사야프 그룹(ASG)과 마우테 그룹(Maute Group)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 2020. 4. 25.
[필리핀 생활] 왜 필리핀 무슬림은 4월 24일부터 이슬람 라마단 기간을 시작할까 오늘 필리핀의 라마단 기간이 시작되었다. 라마단(Ramadan)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그리고 이 더운 달에 무슬림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는 순간까지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흡연이나 성관계, 음주 등도 자제해야 한다. 아주 엄격하게 라마단 기간을 보내는 곳에서는 물조차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4~5월 사이가 가장 더운 시기인지라 물을 마시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듯하다. 오늘만 해도 민다나오섬에 있는 코타바토 시(Cotabato City)의 체감온도가 44도에 달했다고 하는 형편인데, 5월이 되면 점점 더 더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아무리 라마단 기간이라고 해도 물 마시는 것까지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이지만 인구의 6%는 이슬람.. 2020. 4. 24.
[필리핀 민다나오] 평화로의 첫걸음,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 필리핀에서도 어느 지역이 가장 빈곤한지 알고 싶다면 필리핀 통계청(PSA)에서 3년마다 진행하는 빈곤 발생률 조사(FIES)를 보면 된다. 이 조사를 보면 가족의 수입과 지출 현황을 지역별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 가장 가난한지 보기 위해 굳이 2018년에 나온 최신 통계 자료를 볼 필요는 없다. 어느 조사 시기의 자료를 봐도 가장 빈곤한 지역은 민다나오의 이슬람 자치 구역으로 나타난다. 메트로 마닐라 지역과 비교하여 수입이 삼 분의 일 정도인데, 상당수가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빈곤 상태라고 보고된다. 이슬람 자치구 다음으로는 동부 비사야 지방과 잠보앙가 반도, 비콜, 소크사르젠, 카라가, 북부 민다나오 지방 순으로 빈곤하다고 나타나는데, 민다나오의 6개 지방(Region)는 다바오.. 2020. 4. 24.
[필리핀 민다나오] 가톨릭 국가에 사는 606만 명의 무슬림 민다나오에 있는 도시들의 이름이 매우 낯설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민다나오 지역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열대과일도 매우 가격이 싸지만, 다바오(Davao City)와 카가얀데오로(Cagayan de Oro)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외교부의 여행 금지 구역이기 때문에 여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잠보앙가와 술루 군도, 바실란섬, 타위타위 군도 쪽은 외교부의 허가 없이 여행을 다니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외교부에서 민다나오 쪽에 대해 여행을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슬람 반군 문제로 치안이 불안하여 외국인 납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력의 분리독립 요구로 인한 오랜 내전은 민다나오를 필리핀 현지인들조차 방문을 꺼리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민다나오에 사는 한국.. 2020. 4. 22.
[필리핀 민다나오] 하리본 독수리와 호수가 많은 땅의 모로족(Moro people)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일까? 정답은 민다나오 섬에 있는 아포산(Mountain Apo)이다. '모든 산의 아버지'라는 애칭을 가진 아포산은 해발 고도 2,954m를 자랑하는 활화산이다. 원래 4,000m도 넘는 높은 산이었지만 화산 폭발로 키가 작아졌다나. 그래도 여전히 필리핀 최고봉이며,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있는 키나발루산(4,101m)에 이어 남아시아에서 둘째로 높은 산이다. 그런데 백두산 장군봉(2,750m)보다도 높은 이 산에 원주민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아포산은 필리핀 독수리(Philippine Eagle)의 주요 서식지이다. 하리본(Haribon)이라고 불리는 이 독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로 알려진 독수리로 몸길이가 1m 이상 된다는 아주 커다란 독수리이다. 민다나오 섬에.. 2020. 4. 21.
[마닐라 생활] 욕망이라는 이름의 스탠리 공구함 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하여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정해진 무게 이상이 되면 추가 요금을 내는 저비용항공사에서 체크인을 하는 기분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조절한다. 그래서 먹거리처럼 쓰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면 모를까, 내가 보관 장소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격렬한 소비 욕구에 시달릴 때가 있다. 날씨는 더운데 어디라도 가고 싶어서 외출을 나섰다가 MRT 마갈라네스역(Magallanes Station) 옆에 있는 윌콘 데포 아이티허브(Wilcon Depot - IT HUB)에 주저앉고 말았다. 원래는 MRT를 타고 어딘가 가볼 생각이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바깥의 날씨에 비하여 윌콘의 에어컨은 너무 시원했고, 볼거리는 잔.. 2019. 2. 25.
[필리핀 생활] 이슬람 라마단 기간의 시작과 6월 15일 공휴일 오늘부터 이슬람 라마단(Ramadan) 기간이 시작되었다. 이 말은 오는 6월 15일 금요일이 라마단 휴일이 된다는 의미이다. 6월 12일 화요일이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니 휴가 계획을 잘 짜면 매우 긴 휴가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필리핀에 이슬람교도는 얼마나 많을까? 필리피노 무슬림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Muslim Filipino, NCMF)에서는 필리핀 전체 인구의 약 11%가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2015년도 필리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필리핀인 중 6%가 무슬림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슬람교는 필리핀에서 가톨릭 다음으로 큰 종교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라마단 종료일을 공식적인 국가 공휴일(Regular Holidays)로 .. 2018. 5. 17.
[필리핀 축제] 알리완 피에스타 - 민다나오 마긴다나오 왕국에서 온 춤 남자의 노래는 구슬프기도 했고, 맑기도 했다. 징 소리처럼 심장을 톡톡 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 때문에 목이 마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잊었다. 그렇다. 남자의 목소리는 물이 마시고 싶다거나 다리도 아프다는 것 정도야 모두 하찮게 여기게 만들어 주는 목소리였다. 누군가의 땀과 누군가의 눈물과 누군가의 웃음이 농축된 목소리가 넓은 퀴리노 그랜드 스탠드(Quirino Grandstand) 주변을 가득 채웠고, 낯선 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와중에 화려한 군무가 이어졌다. 도무지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감을 가진 춤사위 속에서도 댄서들은 웃고 있었다. 우리 고향에서 살아가는 일에 비하면 이런 춤을 추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지금 내게 징 소리처럼 울.. 2017.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