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손섬 여행47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꼬마 돼지 베이브와 에어비앤비 엘리아 목장 Rancho Elias by King Zigorah's Den 소르소곤 지역을 여행할 때 미개척지에서 새로 길을 만드는 모습까지 보아서 어지간한 일에는 제법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듯하다. 엘리아 목장(Rancho Elias)까지 가는 길은 지독하게도 험했다. 초행길이라서 그런지 산 위로 이어지는 좁은 길은 끝이 없어 보였다. 구글맵에서조차 표시되지 않은 길이 불빛 하나 없이 길게 늘어져 있으니 계속 가도 괜찮을지 걱정마저 되지만 후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군데군데 비포장도로마저 보인다. 자갈 따위를 이용하여 대충 만들어진 길을 보니 왜 호스트가 찾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염려하였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길 위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을 감싸.. 2023. 1. 10.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산가브리엘 산속의 콘보이(Convoy) 서비스 나처럼 호텔 예약을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면 오후의 햇살이 완전히 줄어들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숙소 예약이다. 그런데 연말이라고 그러는지 호텔 예약사이트에 마땅히 묵을만한 장소가 보이지를 않았다. 아고다를 죄다 뒤져도 가격이 상당히 비싸 방문이 꺼려지는 곳이 아니면 하룻밤 머물기도 꺼려지는 시설을 가진 곳만 몇 군데 보인다. 다행히 에어비앤비에는 썩 마음에 드는 숙소가 보였지만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였다. 그래도 사가다(Municipality of Sagada)로 가는 길목인 데다가 산 위에 있는 조용한 목장(Rancho)이라는 설명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으니, 일단 예약 버튼을 눌러놓고 호스트에게서의 답장을 기다리며 근처로 이동했다. 산가브리엘 뮤니시펄 홀(San Gabriel .. 2023. 1. 10.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바셋하운드와 람탕 도그 헤드(Lamtang Dog Head) 또 길을 잘못 들었다. 종종 그러한 일을 겪는 터라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오랜만의 여행을 이런 사소한 일로 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여행 중 일정이란 변화가 많기 마련이고, 그 변화 자체가 즐거운 것이라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뭔가 복잡해 보이는 풍경을 보고 라트리니다드(La Trinidad)에서 하룻밤 묵겠다는 생각은 재빨리 접었지만, 사가다(Sagada)까지 가려면 점심을 먹어야 했다. 꽤 고심하여 라트리니다드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레스토랑을 골랐는데 도무지 주차를 할 수 없었다. 피코 람탕 로드(Pico - Lamtang Rd)의 길은 좁고, 차는 하염없이 오는데 어영부영하다가 그만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사가다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 2023. 1. 3.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라트리니다드의 벽화마을, Valley of Colors 루손섬 북부를 여행하면서 굳이 라트리니다드(La Trinidad)를 들렀다가 가기로 한 것은 필리핀 관광부(DOT)에서 배포한 벵겟주 홍보 동영상을 보다가 색색깔의 마을 풍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래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 라트리니다드에 가봤음이 틀림없는데, '밸리 오브 컬러스(VALLEY OF COLORS)'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를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네에 가보고 나서야 왜 여기에 가보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라트리니다드 골짜기 농장에서의 추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지만, 그 선명함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이 마을은 2016년도에 조성되었는데, 내가 벵겟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15년도였다. 푸른색 하늘이 선명하게 빛나는 날이었다. 오전 시간 특유의 시원함을 품은 바람.. 2023. 1. 3.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필리핀에 딸기 농장이 있다고? 라트리니다드(La Trinidad)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필리핀 루손섬 북부에는 벵겟(Province of Benguet)이라는 곳이 있다. 하지만 벵겟이란 이름은 낯설다면 바기오 시티(Baguio City)를 떠올려보면 된다. 벵겟 지역 상업 중심지가 바로 바기오 시티이기 때문이다. 바기오 시티는 한국의 가을 날씨가 연상될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농작물도 신선하고 치안도 좋은 편이다. 바기오는 택시 운전기사마저 정직한 곳으로 유명한데, 잔돈이 없다고 말하면서 강제로 팁을 뜯어가는 일조차 드물다고 한다. 서늘한 고원지대라서 농작물도 신선하고 주거 환경이 우수한 편이라 한국 교민도 꽤 많이 사는 편인데, 요즘은 좀 뜸해졌다고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 곳곳에서 어학연수를 하러 오는 한국 아이들을 볼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 2023. 1. 3.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바기오의 사자상, 라이언스 헤드(Lion's Head) 이미 여러 번 보아서 큰 볼거리가 없음을 뻔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잠시 멈추어서 사진이라도 찍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마닐라에서 바기오(Baguio)로 가는 캐논 로드(Kennon road)에 있는 라이언스 헤드(Lion's Head)도 그중 하나이다. 한적한 거리에 세워진 높이 12m의 사자상은 상당히 눈에 띄고, 주변 풍경도 퍽 어여뻐서 바람이 시원한 날이면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주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엄청난 볼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자상을 보면 바기오에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을 얻게 된다. 고속도로 길이 상당히 좋아진 뒤로는 예전처럼 그렇게 큰 안도감이 없기는 하지만, 국도를 이용했던 때만 해도 사자상까지 도착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곤 했다. 2022년이.. 2023. 1. 3.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사가다에 가기 위해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이란 여행 가방을 싸는 일은 귀찮으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여행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면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 함은 귀찮지만, 가방을 들고 방문할 곳을 생각하면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여행 가방에 무엇을 넣느냐는 얼마나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물건이 없어서 생기는 불편함과 물건을 들고 다니는 일의 불편함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불편하게 여겨지는지를 판단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수건만 해도 그렇다. 도시에 있는 고급 호텔에 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필리핀 시골에 있는 숙소에서는 수건 속 섬유 가닥들이 피부에 잔뜩 붙는 질 나쁜 수건을 주기 일쑤이다. 몸이야 그럭저럭 닦아낼 수 있지만 얼굴은 좀 다르다. 수건의 섬유 가닥 때문에 온종일 예민한 사람이 된다. 그러니까 .. 2023. 1. 3. [필리핀 루손섬] 사가다(Sagada) 행잉 코핀스와 39,866명의 방문객 필리핀 북쪽으로 바기오를 지나 한참 올라가면 사가다(Sagada)라는 아름다운 동네가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볼거리도 많은 사가다는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좋은 동네이다. 사실 이 접근성은 사가다의 발전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직접 자가용을 가지고 방문하려고 해도 길이 험하여 방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가다는 꽤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특히 시내 근처에 있는 수마구잉 동굴(Sumaguing Cave)은 필리핀에 있는 그 어떤 동굴보다 근사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사가다에 가면 꼭 봐야 하는 것은 동굴이 아닌 묘지이다. 그렇게 힘들게 여행을 가서 기껏 가봐야 한다는 곳이 묘지라니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사가다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 2022. 11. 3. [필리핀 마닐라] 짐작과는 다른 일들 - 안티폴로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그 어느 쪽을 봐도 하늘에는 바람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마저 그 움직임을 멈추고 잠들어 있었다. 이런 날은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가만히 책이나 펼쳐 놓고 있어도 좋겠지만, 주말은 주말이다. 마음은 이미 가방을 메고 멀리 떠나고 있었다. 마닐라에서 산 시간이 10년이 가까워져 오건만, 아니 어쩌면 그래서인지 주말 나들이 장소라고 해서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다. 리잘파크와 인트라무로스는 이제 너무 식상하고, 박물관은 여행가이드를 해도 될 정도로 다 가보았으며, 쇼핑몰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닐라 시내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것 또한 마땅하지 않다. 아주 멀지는 않은 곳으로,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도 기분 전환이 될만한 곳을 찾고자 하니 그런 장소가 많을 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 2022. 6. 28. [필리핀 일로코스] 그 멸치의 이름은 빌리스 방구이(Bangui)를 지나 라왁(Laoag City)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눈에 띄게 파도가 잠잠해지더니, 파도가 숨을 죽인 바닷가 끝으로 드문드문 작은 마을이 만들어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쪽배가 간혹 보일 뿐, 파도와 모래만 가득한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래사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필리핀 신문을 보면 간혹 커다란 자이언트 생선이나 거북이 등이 해안가로 올라왔다는 기사를 볼 수 있는데 그런 식의 일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일까? 왜 그렇게 잔뜩 사람이 모여 있는지 알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 발길을 멈추고 바닷가로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마스크를 꼼꼼하게 챙겨 쓰고, 바닷가로 달려갔다. 202.. 2022. 1. 1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