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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바셋하운드와 람탕 도그 헤드(Lamtang Dog Head)

by 필인러브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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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길을 잘못 들었다. 종종 그러한 일을 겪는 터라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오랜만의 여행을 이런 사소한 일로 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여행 중 일정이란 변화가 많기 마련이고, 그 변화 자체가 즐거운 것이라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뭔가 복잡해 보이는 풍경을 보고 라트리니다드(La Trinidad)에서 하룻밤 묵겠다는 생각은 재빨리 접었지만, 사가다(Sagada)까지 가려면 점심을 먹어야 했다. 꽤 고심하여 라트리니다드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레스토랑을 골랐는데 도무지 주차를 할 수 없었다. 피코 람탕 로드(Pico - Lamtang Rd)의 길은 좁고, 차는 하염없이 오는데 어영부영하다가 그만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사가다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가버린 것이다. 차를 돌려서 다시 왼쪽 길로 돌아가면 해결되는 되는 문제이지만, 차가 심각하게 막히고 있었다. 시그널이 좋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글로브와 스마트 유심을 모두 준비해 왔건만 그 어느 것도 되지 않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 마음이 심란한 와중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런데 산자락을 내려와 길모퉁이를 돌면서 심란하던 마음을 순식간에 물러가게 하는 것을 만났다. 그건 다름 아닌 바셋하운드의 얼굴을 한 조각이었다.


람탕 도그 헤드(Lamtang Dog Head)는 바기오의 명물인 라이언스 헤드(Lion's Head) 비견할만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기는 사자상만큼 크지 않아도 대신 눈망울이 어여쁘다. 이 작품은 이푸가오 출신의 셀던이란 이름의 조각가가 이 지역 땅을 가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아버지인 카스트로(Rizalina Camora Castro) 씨가 아들의 작품을 보고 얼마나 만족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런 조용한 산동네에서 갑자기 개의 머리를 한 조각을 보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려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모두 이 독특한 바셋하운드의 얼굴을 보려고 그런 듯 여겨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잔뜩 웃고 나니 좋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뜻하지 않게 괜찮은 레스토랑을 발견한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현대적인 분위기인 데다가 메뉴도 피자니 샐러드 따위이다. 피자 맛이야 그저 평범하지만, 샐러드의 채소는 신선하고, 백립은 적당히 잘 양념되어 있으니 식사가 즐겁다. 든든히 늦은 점심을 먹고 마음이 느긋해진 나는 목적지를 수정했다. 아예 왼쪽으로 길을 가서 타구딘(Tagudin) 쪽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타구딘 세르반테스 로드(Tagudin - Cervantes - Sabangan Rd)를 타고 사가다 쪽으로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150km 정도 되던 거리를 210km로 만들어 버린 셈이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람탕 도그 헤드와 같은 것을 또 만날 기회가 늘어난 것뿐이었다. 


The Hall of Plate
- 주소 : Purok 5, Barangay Irisan Hall, Baguio, Benguet

 

Lamtang Dog Head
Lamtang Dog Head
개의 눈망울이 상당히 예쁘다.
The Hall of Plate
이런 도로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급 레스토랑이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 상당히 예쁘다.
레스토랑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
레스토랑 내부
885페소의 행복
파인애플 피자
시그니처 립. 345페소.
직원 추천 메뉴답게 맛이 괜찮은 편이다.
샐러드 175페소
메뉴판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바셋하운드와 람탕 도그 헤드(Lamtang Dog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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