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손섬 여행47 [필리핀 사가다 여행] 절벽에서 쉬는 망자의 영혼,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사가다 행잉 코핀스 "요즘도 이렇게 절벽에 관을 매다는 경우가 있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벽에 관을 매단 것이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지요." 에코밸리(Echo Valley)의 길은 나무의 향긋함으로 가득했다. 온통 녹색으로 가득한 계곡 안은 공기마저 달콤하다. 멀리 보이는 사가다의 풍경도 근사하여 절벽에 매달린 관을 보지 않더라도 그냥 산책만 해도 좋을 듯하다. 내려가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여행객들을 위해 걷기 좋게끔 되어 있어서 걷는 것이 크게 어렵지도 않다. 목적지인 절벽 아래로 가기 전에도 길 위쪽으로 나무 관들이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으스스한 느낌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다. 다소 무질서한 느낌으로 석회암 동굴 가득 채워둔 관 위에는 해골도 하나 보이지만 역시 무서운.. 2023. 1. 13. [필리핀 사가다 여행] 성공회 교회와 공동묘지(Campo santo) 필리핀 사가다의 성공회 교회 필리핀에 살면서 느끼는 낯선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묘지문화이다. 마을 끝자락에 공동묘지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주거지 바로 옆에 묘지가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네그로스섬 여행을 하면서 대문을 나서면 바로 묘지가 보이는 호텔에 묵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조용해서 좋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처럼 공동묘지가 주택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죽는 사람은 나의 가족이었던 사람일 뿐, 전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할까. 아니면 죽음이 삶의 반대가 아닌 삶의 끝자락에 불과하다고 할까. 필리핀 사가다(Sagada)의 관광안내소 바로 근처에 보면 잘 지어진 멋진 교회를 하나 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 교회(St. Mary's Episcopal C.. 2023. 1. 13. [필리핀 사가다 여행]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 탐험을 위한 준비물 "아니 도대체 누가 여길 오고 싶다고 말한 거야?" "바로 너야!" "내가 왜 그랬지?" 살면서 아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지만, 다리를 한껏 접어야만 간신히 빠져나올 정도의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배가 꽤 나온 가이드 아저씨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가이드 아저씨가 갈 수 있겠느냐고 재차 확인했을 때부터 쉽지 않은 길임을 짐작은 했지만 생각 그 이상으로 길이 좁고 미끄럽다.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호흡곤란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이 좁은데, 틈새를 간신히 빠져나가도 몸이 편하지 않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하지만 일단 들어온 이상 전진 외에는 방법이 없다. 동굴 바깥으.. 2023. 1. 13. [필리핀 사가다 여행]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없나요? 세상에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스페레 레스토랑의 주인도 아마 그런 종류의 현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여행객이란 으레 아침을 챙겨 먹기를 원하는 법이지만 사가다의 숙소 상당수는 조식 제공이 되지 않는 소규모 숙소이고, 관광안내소 주변으로는 아침에 영업하는 식당이 없었다. 사가다 지역 물가를 보았을 때 400페소라면 싼 가격이 아니지만, 400페소를 내고서라도 아침을 먹고자 하는 손님이 있을 터였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 차를 타는 일이 너무나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내가 늙어서 그런 것인지 피곤함이 몸에서 떠나질 않았다.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으니 마닐라로 돌아가면 좀 더 열심히 운동을.. 2023. 1. 12. [필리핀 사가다 여행] 요거트 하우스 레스토랑(Yoghurt House) 음식의 맛은 좋은 식재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면 필리핀 사가다 여행을 하면서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시들한 채소를 비싼 가격으로 사야만 하는 마닐라와 다르게 사가다에는 싱싱한 채소가 잔뜩이다. 당근 따위는 물론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 등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네인지라 어딜 가도 음식의 맛이 괜찮은 편이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투어 예약을 해놓고, 구글맵을 펼쳐놓고 사가다(Sagada) 지역 레스토랑 검색을 시작했다. 잠자리보다는 먹는 것이 중요한 인간이라 숙소 예약은 대충 끝낸 주제에 레스토랑 검색에 온 힘을 쏟는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수 있기에 구글맵에 적힌 리뷰를 모두 믿는 것은 아니지만, 평점이 좋은 곳으로 그럭저럭 몇 곳을 추려내고 사가다에 머무는 동안 하나씩 가보기로 결.. 2023. 1. 12. [필리핀 사가다 여행] 대중교통으로 사가다(Sagada)를 방문하는 방법 지인들이 마닐라 여행을 오면 가끔 필리핀의 현지여행사에서는 왜 루손섬 북부까지 렌터카를 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푸념을 하곤 하는데,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렌터카 서비스를 하는 여행사 입장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곳으로 차량을 보냈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 책정도 쉽지 않다. 필리핀에서는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차량만 빌려주지 않고 반드시 운전기사가 함께 가도록 하는데, 이렇게 장기 여행을 할 경우 운전기사의 숙박비며 식사비 등도 모두 여행객이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가용이 없는 상황에서 마닐라에서 사가다 여행을 떠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가다(Sagada)를 여.. 2023. 1. 12. [필리핀 사가다 여행] 관광안내소와 데이투어(여행 가이드) 비용 Sagada Municipal Tourist Information Center 필리핀 북부에 위치한 산악 도시, 필리핀 사가다(Sagada)를 여행하려고 하는데 대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시장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가면 된다. 관광안내소에서 여행 가이드를 소개받고, 차량도 대여할 수 있다. 사가다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도 가이드가 필요한데, 특히 수마깅동굴(Sumaguing Cave)이나 보모옥 폭포(Bomod-ok Falls), 말보힐(Marlboro Hills)과 같은 곳을 가려면 꼭 가이드를 동행해야만 한다. 투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도 가이드는 반드시 필요한데 안내표지판 따위는 없는 곳이라서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가다 여행 중에는 바가지요금을.. 2023. 1. 12. [필리핀 사가다 여행] 사가다(Sagada) 지명의 유래 그러니까 그것은 작은 오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군인들이 루손섬의 북쪽의 산골까지 몰려갔을 때이다. 베사오(Besao)의 다눔호수 주변에서 살던 주민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대나무 바구니(Sagada)를 들고 가다가 군인들과 마주쳤다. "대체 여기는 어디입니까?" "......" "이곳의 이름이 뭔가요?" 낯선 산길에서 헤매던 군인들은 남자를 붙잡고 대체 이곳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자는 스페인 군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군인들이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느냐고 묻는다고 생각하고 사가다(Sagada)라고 답을 해주었다. 남자와 헤어진 스페인 군인들은 후에 그들이 가본 새로운 땅에 대해 기록하며 사가다라고 이름을 적었고, 이후 이 지역은 사가다라는 이름을 가지.. 2023. 1. 11.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사가다(Sagada)에서의 숙박비는 1인당 500페소 "빈 방 있나요?" "네! 1인당 500페소예요!" 마지막으로 사가다(Municipality of Sagada)에 다녀온 것은 대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래도 사가다라는 지명은 나에게 있어 늘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새벽 시장의 상쾌한 차가움과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먹었던 따뜻한 소고깃국의 기억을 어찌 잊겠는가. 그러니까 접근성이 좋지 못하여 방문하기가 쉽지 않고, 도톰한 겨울옷이 생각날 정도로 날씨가 춥다는 것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실로 오랜만에 본 사가다의 모습은 예전과 같은듯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거리 풍경은 거의 비슷하지만 연말이라서 그런지 제법 활기찬 기운이 감돈다. 유럽 등에서 온 백패커 여행객 수가 예전처럼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여행객도.. 2023. 1. 11. [필리핀 루손섬 북부 여행] 산속 깐띤(Canteen)의 10페소 라이스 염소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엘리아 목장(Rancho Elias)을 빠져나와 산 아래로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 시그널이 있는지 확인하고 웨이즈 내비게이션 앱을 켜보는 것이었다. 라유니온(La Union) 산가브리엘에서 사가다(Sagada)까지 거리는 대략 172km. 숫자만 보면 크게 멀지 않게 보이지만, 일로코스 수르(Ilocos Sur)를 지나 마운틴 프라빈스(Mountain Province)까지 가는 길은 직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움직임이 많은 동네가 아니라 차가 막힐 걱정은 없지만, 온통 구불구불 좁은 산길이니 속도를 내기란 어렵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은 족히 차를 타야만 사가다에 도착할 수 있다. 먼 길 가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만 하는데 타구딘(Tagudin)까지.. 2023. 1. 1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