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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사가다 여행] 절벽에서 쉬는 망자의 영혼,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by 필인러브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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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다 행잉 코핀스

 

"요즘도 이렇게 절벽에 관을 매다는 경우가 있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벽에 관을 매단 것이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지요."

에코밸리(Echo Valley)의 길은 나무의 향긋함으로 가득했다. 온통 녹색으로 가득한 계곡 안은 공기마저 달콤하다. 멀리 보이는 사가다의 풍경도 근사하여 절벽에 매달린 관을 보지 않더라도 그냥 산책만 해도 좋을 듯하다. 내려가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여행객들을 위해 걷기 좋게끔 되어 있어서 걷는 것이 크게 어렵지도 않다. 목적지인 절벽 아래로 가기 전에도 길 위쪽으로 나무 관들이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으스스한 느낌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다. 다소 무질서한 느낌으로 석회암 동굴 가득 채워둔 관 위에는 해골도 하나 보이지만 역시 무서운 느낌은 없다. 그들도 그 어느 시기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 중 하나였을 뿐이다. 

행잉코핀스는 절벽에 나무로 된 관을 줄줄이 매달아 놓은 것으로 사가다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례 풍습이다. 왜 사가다 산악 지방의 이고롯 부족 사람들이 절벽에 관을 매달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로 이런 장례풍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기원이 명확하지 않다. 절벽에 관을 매달면 죽은 자의 영혼이 그곳에 머물며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계속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고인을 천국에 더 가까이 데려가려는 의도로 그랬다는 이도 있고, 단순히 야생동물로부터 시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그랬다는 사람도 있다. 후손들에게 복을 주기 위해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히 땅에 묻는 것을 터부시해서 그랬는지 그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사가다 사람들은 망자의 영혼이 떠나지 않고 함께한다고 믿었음이 틀림없다. 관 옆에는 소박한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데, 영혼이 와서 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절벽에 매달린 관에 있는 이들은 지역 내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쳤던 지도자들로 기혼자여야만 했다. 살아 있었을 때부터 스스로 관을 준비해 두었다가 천수를 누리고 죽으면 태어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 마치 태아처럼 웅크린 모습으로 작은 관속에 눕는다. 그리고 영혼이 쉴 수 있는 절벽으로 가는 것이다. 


Hanging Coffins of Sagada

사가다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 주소 : Echo Valley, Sagada, Mountain Province
- 위치 : 필리핀 사가다(Sagada) 

아무리 여행일정이 짧아도 사가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한 곳 있다. 바로 행잉코핀스(Hanging Coffins)이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기 힘든 신기한 풍경인 데다가 마을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사가다 여행 시 방문 필수 코스가 되었다. 사가다 지역 내에는 관을 매단 절벽이 여러 곳이지만, 에코밸리 쪽만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다. 가이드가 없어도 방문이 가능할 정도로 시내와 가깝지만 가이드 비용이 300페소밖에 하지 않으므로 안전을 위해 가이드를 동행하는 편이 낫다. 

입장료는 단돈 10페소면 된다.
Echo Valley
Echo Valley
길 한편에 관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절벽에 매달린 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높은 곳에 관을 매달았다고 한다.
망자가 쉬는 의자



[필리핀 사가다 여행] 절벽에서 쉬는 망자의 영혼, 행잉 코핀스(Hanging Coff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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