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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155

[필리핀 마닐라] 타귁 시티의 고급 묘지 안에서 코로나19 검사받기 3천 페소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고 돈이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5천 페소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입맛도 좋고, 냄새도 잘 맡고, 열도 없고, 코로나19의 증상은 전혀 없었지만, 이사를 하려면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필요했다. 새로 이사하는 곳에서는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입주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항원검사가 아닌 RT-PCR 방법으로 한 검사확인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항원검사라면 700페소면 되지만, RT-PCR 검사는 그렇게 저렴하게 검사를 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곳을 찾아서 필리핀 보건부(DOH)에서 인증했다는 시설을 죄다 뒤지기.. 2021. 2. 17.
[필리핀 마닐라] 북적임이 사라진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문을 닫을 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아 있었건만, 쇼핑몰 안에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예년 같았으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데이트 나온 커플이 잔뜩이었을 터인데, 흡사 지구 멸망을 다룬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하긴, 웃고 떠드는 사람이 없어서 서운해 하는 나도 거의 일 년 만에 그린벨트 쇼핑몰 안에 들어와 본 터였다.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집 안에만 있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슬금슬금 외출을 하기는 했지만, 거대한 쇼핑몰 건물 안에 들어가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둘째로 두고라도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가 갑갑하여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 2021. 2. 14.
[필리핀 마닐라] 팻시 클라인과 므두셀라 증후군 귀가 늙지 않기 위해서는 최신곡을 좀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노화라는 단어보다 성장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나이에도 흑백 화면 속의 노래를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최신곡을 챙겨 듣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로드 맥퀸(Rod McKuen)이나 팻시 클라인(Patsy Cline)과 같은 분들의 목소리 쪽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언뜻 들리는 노래가 한국 걸그룹의 노래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공원 모퉁이 한적한 곳에서 남자가 케이팝 노래를 배경으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틱톡 동영상이라도 찍는 것 같은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똑같은 동작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나무 그늘이 있기는 하여도 꽤 더운 날씨인데, .. 2021. 1. 16.
[필리핀 마닐라 생활] 10페소의 귤과 싸구려 기름 냄새 싸구려 기름 냄새가 거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기름의 냄새였다. 그래도 그 냄새가 고약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맡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만 쓰고 있지 않다면 2019년 혹은 2018년과 똑같이 보일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닭 껍질을 튀겨서 파는 리어카의 아줌마도, 로컬 깐띤(Canteen)의 아저씨도 모두 분주했다. 나는 마닐라의 거리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사람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길 건너에 서서 영화를 보듯 한참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약속 시간이 다 된 것을 깨닫고 아쉬운 듯 자리를 떴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 2021. 1. 5.
[필리핀 마닐라 생활] 안드레스 보니파시오 벽화(+말라떼 요즘 풍경) 블로그니 유튜브와 같은 SNS를 하게 되면 별일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하여 알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게 된다. 방문객 또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하여 제목에 경악이나 공포, 충격과 같은 억센 단어를 좀 집어넣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관절 살면서 그렇게 놀라운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는가. 요즘 내게 있어 가장 놀라운 일은 지난 3월 이후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이다. 마닐라 시티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11월 30일 보니파시오 데이(Bonifacio Day)를 맞이하여 마닐라 시청 앞의 안드레스 보니파시오 벽화(Andres Bonifacio Murals)를 새로 단장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손상된 부분을 보수하고, 색도 깨끗하게 새로 칠했다는 것이다. 마닐라 시청의 페이스북을 운영자야 그.. 2020. 12. 30.
[필리핀 마닐라 생활] 몰 오브 아시아와 시티오브드림 요즘 풍경 발바닥에 검은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가 취미이자 즐거움이던 인간인지라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쉽지 않다. 애써 아니라고 생각해보지만 상당한 우울감이 마음 한쪽을 떠나지 않는다. 우울감 때문인지 혼잣말이 상당히 늘었는데 물건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글을 보고 상당히 안심했을 정도이다. 물건과 이야기해서 벽이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화가 나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좋지만, 물건에게서 대답을 요구하지 않으면 뇌가 계속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는 신호일 뿐이라나. 다행히 아직 대답이 기다려지지는 않고 있다.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온종일 잠을 자는 것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니 코로나19 감염으로 죽기 전에 우울감으로 사망하겠다는 자조적.. 2020. 12. 30.
[필리핀 마닐라 생활] 라자다(lazada) 쇼핑몰에서 마스크 구매하기 마음의 우울함은 6월의 비와 같아서 이슬비처럼 내리다가도 이내 곧 작달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만히 있으면 한없는 우울함에 침식될 우려가 있는 터라 애써 기분 전환에 나서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말이 쉬웠으니, 대체 어떻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귀찮음 병을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기분 전환에 나섰지만, 빈 벽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좁은 집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건의 소유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편이라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간신히 떠오른 기분 전환의 방법은 결국 쇼핑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걸맞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쇼핑 품목은 마스크였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여 마음이 우울한 주제에 중국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2020. 12. 27.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와 100페소 페이스쉴드 옆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다는 안내문을 본 뒤 극도로 외출을 꺼리는 생활을 무려 10개월 가까이했더니 마음이 완전히 지쳐버렸다. 밖에 나가면 바로 코로나19에 걸려서 죽는다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목적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코로나19 따위에 걸려서 필리핀에서 갑자기 죽게 된다면 대체 누가 내 시신이라도 수습해주겠는가 하는 우울한 걱정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에서 외출 시 무조건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라고 하는 것도 바깥나들이를 꺼리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로 하나 추가되었다. 요즘 필리핀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나의 멋진 20페소짜리 페이스쉴드는 품질이 무척 형편없었다. 20페소란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란 손쉬운 돈이다. 20.. 2020. 12. 22.
[필리핀 마닐라 생활] 랜더스 슈퍼스토어 슈퍼마켓 요즘 풍경 호세 마리 찬 아저씨가 부르는 캐럴 듣기도 귀찮을 만큼 마음이 우울한 요즘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 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이다. 친구 왕완딩 씨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야 한다는 핑계로 실로 오랜만에 슈퍼마켓 나들이에 나섰다. 내 목적지는 랜더스 슈퍼스토어(Landers Superstore). 회원제 쇼핑몰이라서 에스엠 슈퍼마켓(SM Supermarket)이나 로빈슨(Robinsons)보다는 덜 붐비리라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일부러 좀 늦은 시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한 것보다 손님이 많기도 하다. 물론 작년과 비교하면 사람이 10분의 1도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고,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로 손을 한번.. 2020. 12. 16.
[필리핀 마닐라 생활] 닭강정 선물 "내가 점심 한 끼 해줄게!"사회성이 부족한 나는 가끔 무엇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인지 알기 어려워한다. 이를테면 9개월여 만에 회사 출근을 시작하였다는 D에게 다시 출근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코로나19를 조심하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생계 문제를 생각하면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다시 근무를 시작하게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지만, 요즘과 같은 때 출퇴근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런데 D에게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보다 먼저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점심이었다. 밖에 나가서 사서 먹으려니 코로나가 걱정이고, 도시락을 싸다가 먹으려니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기가 쉽지 않다. 밥 한 덩이에 소시지 한 조각 혹은 아보도 약간으로 식사를 대충 때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D네 팀원들에.. 202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