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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155

[필리핀 마닐라] 페이마야와 LG전자의 스마트 론드리 라운지(LG Smart Laundry Lounge) 셀프 빨래방 LG전자에서 말라떼에 스마트 론드리 라운지(LG Smart Laundry Lounge)라는 이름으로 셀프 빨래방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날부터 수건 빨래를 하지 않았다. 집에서 말라떼까지 빨래를 하러 가기는 상당히 먼 거리이지만, 빨래방에 가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바로 말라떼로 달려갈 수는 없었다. 집에 빨랫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빨래방에 가면서 빨랫감을 가지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비교적 들고 가기 쉬운 수건 빨래를 모으기로 했다. 그럭저럭 어영부영하다가 보니 필리핀에 산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세탁기 없이 손빨래 생활을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이다. 필리핀은 런더리(Laundry)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고, 세탁물을 수거하.. 2021. 5. 20.
[필리핀 마닐라] 5월의 더위와 삼겹살에 대한 필리핀인의 열정 나무 그늘조차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날이었다. 구름마저 멈추어 선 하늘은 바라만 봐도 너무 덥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머리를 감고 외출 준비를 하는 잠깐 동안에도 온몸에 더운 기운이 엄습한다. 그래도 마스크를 두 개 쓰는 일은 포기할 수 없었다. 페이스쉴드까지 쓰면 얼굴이 이내 땀투성이가 될 터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위보다 무서웠다. 답답하여 쇼핑몰이라도 잠깐 다녀와야 마음이 가라앉을 듯하여 반찬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마카티(Makati City)에 있는 아얄라 서킷 쇼핑몰(Ayala Malls Circuit)에 갔다가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건 다름 아닌 삼겹살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삼겹살을 먹고 있었다. 물론 요즘 필리핀에서는 ..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파사이 사람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살 수 있는 것 오랜만에 파사이 진마트에 갔다가 주류는 파사이 거주자에게만 판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라면과 간고등어를 좀 사고 싶어서 슈퍼에 간 것이라 소주니 맥주 따위를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슈퍼 직원이 파사이 거주자인지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지 좀 궁금해져 왔다. 진마트에서 슈퍼 곳곳에 이런저런 안내문을 가득 붙이게 된 것은 필리핀 정부의 시행지침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파사이 시티의 지침(Executive Order ICR No. 41)도 봐야 하니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된 가이드라인은 무려 3장에 걸쳐 빼곡한데,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 사이 통행금지, 대규모 집회 금지 등과 함께 주류 판매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다. 그러니까 파사이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BDO은행에서 종이 통장을 만들려면 어느 산뜻한 오후, 스티븐의 어머니는 스티븐의 방을 청소하다가 베개 밑이 불룩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베갯잇을 가득 차지한 것은 스티븐이 모아둔 돈이었다. 집에 일하는 메이드도 있고, 오가는 사람도 많은데 왜 돈을 은행에 저금하지 않고 베개 아래 숨기냐고 물었더니, 스티븐이 "은행을 어떻게 믿어요!"라고 외치더라나. 슬픈 것은 스티븐이 마크 아저씨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마크 아저씨는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셨다. 스티븐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온라인 뱅킹이니 모바일뱅킹과 같은 현대 문물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핸드폰 없이 해외에 살면서 본인임을 인증하지 못하여 곤란한 일을 몇 번 겪은 뒤로는 그놈의 인증서니 보안프로그램만 봐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대신 종이 통장을 좋아한다. 불필요한..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요새(포트산티아고)는 요즘 방문이 가능할까? 요즘도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요새(포트산티아고)를 방문할 수 있을까? 메트로 마닐라 등 NCR Plus 지역의 격리단계가 GCQ 단계가 됨에 따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에서 시설 일부를 다시 개방했다.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이번에 입장이 허용된 구역은 산티아고 요새와 발루아르테 데 산디에고(Baluarte de San Diego)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처럼 방문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인원만 입장이 가능하고, 운영 시간도 단축되었다. 산티아고 요새는 최대 200명까지, 발루아르테 데 산디에고는 최대 100명까지로 방문 인원이 조절된다. 코로나19 범정부 태스크포스(IATF-EID)의 지침에 따라 관광명소는 수용 인원의 최대 30%까지 방문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게으른 오후,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산책 상상력 따위는 하나도 꺼낼 필요가 없는 동네였다. 반질대는 길 위에 허술한 곳이라고는 없다. 쭉 뻗은 도로 위에는 마치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하게 만들어둔 거대한 빌딩들이 가득하고, 가로수조차 일렬로 서서 반짝댄다. 한참을 걸어도 상상 밖의 일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지만, 쾌적함은 지루함을 이기고 있었다. 사람이 만든 그늘보다는 자연이 만든 그늘을 좋아하지만 요즘과 같은 때에 누가 만든 그늘이냐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무턱대고 걷기에는 너무 더운 날이었다.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 거리 위까지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전적으로 코로나19때문만이라는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나치게 뜨거운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주일 내내 집 바깥으로는 한 걸음도 하지 않다가.. 2021. 5. 14.
[필리핀 마닐라] 클룩에서 여행 대신 코로나19 검사를 예약하는 시대 최근 필리핀 관광부(DOT)에서는 올해 1분기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3만 명도 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해야만 했다. 이런 때에 호텔이나 여행사, 스파, 마사지샵 등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사업체의 규모가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 호텔이며 렌터카, 여행 액티비티 등 여행 및 레저 예약 플랫폼인 클룩(KLOOK Philippines)에서 최근 코로나19 검사 상품을 내놓았다. 클룩에서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라도 판매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여 보겠다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여행 액티비티를 예약 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예약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에 마음이 착잡하다. 하긴, PNB은행에서까지 코로나19 보험을 판매한다고 나서고 있.. 2021. 5. 2.
[필리핀 마닐라] '만약에'와 스카이웨이 만약에 코로나 사태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마지막으로 지프니를 타본 것이 일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만약에'로 시작되는 많은 생각을 해본다. 선크림의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발견할 때, 가벼운 옷을 입고 초록이 진한 산으로 가고 싶을 때, 늦은 밤 편의점이라도 나가고 싶을 때, 네모난 벽 속에서 머리가 멍해지는 오후이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헤어진 많은 인연만큼이나 쓸모가 없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을 해보았자 마음만 더 건조해질 뿐 변화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내가 집에 머무는 동안 조금씩, 혹은 눈에 띄게 마닐라의 곳곳은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내 마음을 헝크는 것은.. 2021. 4. 17.
[필리핀 마닐라] ECQ 격리단계 마지막 날,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풍경 내가 사는 콘도는 지은 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입주가 완전히 되지 않아서 입주민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넘쳐나는 모양이었다. 새로 확진자가 나와 방역 조치를 하였지만 조심해서 생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까칠해진다. 어차피 외출 따위는 거의 하지 않고 있으니 필리핀 정부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단계를 계속 ECQ로 놓든 아니면 MECQ로 바꾸든 생활의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에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할 수는 없다.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메트로 마닐라의 방역 단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발표를 오후 3시에나 한다는 신문 기사를 본 뒤 마스크를 두 개나 쓰고, 페이스쉴드로 얼굴을 가린 .. 2021. 4. 12.
[필리핀 마닐라] 삼겹살라맛의 철조망 야외 식당 볼일이 있어 리틀도쿄 근처를 지나다가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Makati Cinema Square)에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철조망이 길가에 가득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꽤 촘촘하게 잘 만들어진 철조망은 아슬아슬하게 도로 경계선까지 설치되어있었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낯선 철조망 안에는 네모난 식탁이 가득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이란 것 자체가 드문 일이 되었지만, 메트로 마닐라에 ECQ 격리단계가 시작되면서 외식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필리핀 정부에서 식당 실내영업(Dine-in)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방역 시설을 갖춘 야외 오픈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영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이 많을 리가 없다. 하긴, 정부 방역수칙을 떠나 손님들도 식당 .. 2021.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