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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라면 사재기와 중국산 쌀




생필품을 사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필리핀 정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아도, 코로나19로 물건 구매가 어려워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마스크나 소독제 등과 같은 방역 관련 물건이라면 예외이겠지만, 돈만 있다면야 물건 구매가 어려워질 것은 없다. 쌀이든 라면이든 뭐라도 사서 먹으면 된다. 그래도 외출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하여 약간의 장을 봐두는 쪽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비상식량을 비축해보기로 했다. 마침 집에 쌀도 한 톨 없었으니, 쌀도 사고 오트밀도 사고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그런데 배달하는 분은 오지 않고 대신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오더니, 쌀이 모두 품절이라고 알려왔다. 다른 쌀이라도 괜찮으니 배달해 달라고 했지만 그 뒤로 응답이 없다. 그러더니 쌀은 쏙 빼고 배달이 왔다. 외출하기는 무척 꺼려지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쌀은 집에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장을 보러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지금 마닐라에 잔뜩이라는 것이다. 


쇼핑몰 입구부터 체온 측정 때문에 사람으로 가득하더니 슈퍼마켓의 줄이 너무 길어서 한숨이 다 쉬어졌다. 참을성이라고는 없어서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한이 있어도 마트나 식당에서 줄서기를 견디지 못하는 편이라 일단 후퇴를 하고 근처의 중국인이 하는 슈퍼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 슈퍼도 비슷했다. 물건이 많은 듯하면서도 듬성듬성 이가 빠진 듯 진열대가 비어 있는 것이 한바탕 누군가 사재기를 하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다른 것은 관두고라도 쌀은 꼭 사고 싶어서 매대를 두리번대보니 쌀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묘하다. 딱 당장 필요한 것만 사는 편이라서 물건을 사재기하는 성향이 전혀 아니라고 자부하건만, 사람들이 뭔가 잔뜩 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뭔가 잔뜩 사고 싶어진다. 생전 마시지도 않던 탄산음료도 갑자기 사고 싶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초콜릿 빵도 사고 싶어진다. 중국 라면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으면서, 중국인 남자가 수 십개씩 사 가는 것을 보니 그것까지 사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다른 이의 사재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쇼핑의 의욕이 샘솟는 것을 느끼면서 왜 호주 사람들이 두루마리 휴지를 사느냐고 육탄전까지 벌였는지 갑자기 이해되었다. 계속 슈퍼에 있으면 공연히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나를 발견하게 될까 봐 재빨리 쌀 봉지 하나를 집어 들고 가격표도 보지 않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계산하려고 줄을 서 있다가 좀 기분이 묘해지는 광경을 보았다. 손님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여자분이 주인아저씨와 무언가를 한참 이야기하더니 커다랗게 벌크 포장된 마스크를 두 봉지나 사고 있었다. 물건 판매대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인아저씨와 아는 사이라면 살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인들만 마스크 착용률이 100% 가까운 모습인 것이 뭔가 눈꼴이 시었는데, 막상 마스크를 잔뜩 눈앞에 놓고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필리핀 약국에서도 마스크가 동난 지 오래다. 필리핀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맨얼굴로 다니는데 바이러스의 시작점인 중국인들이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보려니 마음이 좋지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나를 좀 더 언짢게 한 것은 쌀 가격이었다. 중국산 쌀을 처음 사봐서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지만, 5kg 쌀 가격이 무려 750페소나 했다. 3배는 비싼 돈을 주고 쌀을 사려니, 마음이 아프지만, 슈퍼마켓까지 다시 갈 엄두는 전혀 나지 않으니 일단 셈을 치르고 이제 밥을 반 공기씩 먹어야 하는 것일까 잠깐 고민해보기로 했다. 



구글 번역기에 따르면 이 글자는 "폐렴 예방.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매장에 들어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라면 사재기와 중국산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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