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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코로나19를 대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자세




"계란 한 판 주세요!"

필리핀에 1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으로 달걀을 한 판이나 샀다. 마치 필리핀 사람처럼 수시로 장을 기 때문에 계란을 열 개 이상 한꺼번에 산 적이 없지만, 또 언제 시장을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재래시장은 평소처럼 활기찼다. 채소가게에도 그리고 생선가게에도 물건이 가득하다. 아니,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아서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시장 어디에도 바나나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대변인인 살바도르 파넬로가 바나나를 먹으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갑자기 바나나가 세일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시장 골목 어디에도 바나나는 없었다. 나는 바나나 사기는 포기하고, 파를 한 줌 가득 사고, 25페소짜리 사과를 6개 사는 것으로 장보기를 마쳤다. (물론 바나나 관련 뉴스는 가짜뉴스이다. 바나나는 비타민의 좋은 공급원이지만,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실로 오랜만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장을 보러 나간 김에 마카티 거리가 얼마나 한가해졌는지 슬쩍 구경을 하고, 후다닥 집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또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원래 신문보기를 좋아해서 신문읽기가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가 좀 더 잦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틈만 나면 신문을 보는 것이 외출이 어려워서 거의 집에만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쉴 새 없이 새로운 것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지역 봉쇄 조치만 봐도 그렇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3월 15일부터 메트로 마닐라 지역에 지역사회 격리조치(Community Quarantine)를 취하겠다고 하더니, 시행 이틀 만에 루손섬 전체에 대해 좀 더 강화된 지역사회 봉쇄‧격리조치(Luzon enhanced community quarantine)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증권거래소 거래를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을 폐쇄한 최초의 국가가 되기도 했다. 매일매일 하염없이 뉴스가 쏟아지니, 마닐라 시민들의 생활이 더 혼란스러워질 정도이다. 어쨌든, 내일 또 규정이 바뀌더라도 오늘은 뭐가 또 변했는지 뉴스를 계속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코로나19 현황이나 규칙적으로 발표하면 좋을 터인데 한국처럼 특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확진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필리핀 보건부에서는 수시로 아무 때나 공지문을 올리니 답답하다. 모두 경험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필리핀 정부도 우왕좌왕이다.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바뀌어서 대체 어느 시점에 적용되는 정보인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버스만 해도 그렇다. 버스까지는 탈 수 있다고 했던 것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승차정원의 반만 타야 한다고 했다가, 다시 자가용 외에는 전면 금지라고 하더니 오늘은 영업이 가능한 곳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출퇴근용 차량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질문은 하나인데 답은 여럿이니, 대체 무엇이 옳은지 알기가 어렵다. 하긴, 요즘 필리핀에 정답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행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니, 누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리고 보니 요즘 바뀌지 않는 것은 커뮤니티 쿼런틴(Community quarantine)란 단어뿐이다. 현재 필리핀 정부에서는 봉쇄(락다운)이라는 단어 대신 지역사회 격리조치라는 단어만 열심히 사용한다. 하지만 마닐라에 격리된 입장에서 이건 우한폐렴을 코로나19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변함없는 사실이듯 현재 루손섬에 내려진 지역사회 격리조치도 그 어떤 단어를 가져다 대도 봉쇄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단어를 순화하여 사용하려 한다고 이해는 되지만, 사실이 그렇다. 시장에 장 보러 가는 것까지는 허용된다고 하지만 그뿐이다. 하긴, 어디 외출하고 싶어도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 시설로 분류되는 것 외에는 모두 문을 닫아 갈 곳이 없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중교통 수단이 모두 중지된 상황이다. 자전거 패디캅은 가끔 보이지만, 버스나 지상철은 물론이고 지프니 운행조차 금지되었다. 그러니 야간 통행 금지가 오히려 고마워지기까지 한다. 일을 하지 못하니 돈 생길 곳은 없어졌는데, 야간에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면 치안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말라떼의 노숙자가 길에서 잠을 자다가 야간통행 금지 위반으로 경찰서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싶어 딱하기도 하지만 경찰로서는 제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어쨌든 이 부분은 누가 봐도 해결책이 묘연하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보스는 신문을 팔겠다며 가게 문을 열었다고 연락이 왔다. 영업이 금지된다는 뉴스야 이미 들었지만 혹시 몰라 가게 문을 열었는데, 바랑가이 캡틴 아저씨가 와서 내일부터 문을 열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두고 갔단다. 보스는 가게 문을 열어야 전기세라도 낼 수 있다걱정이 태산이지만, 정부에서 문을 닫으라고 했으니 별수가 있나. 아무쪼록 이 사태가 무사히,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코로나19를 대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자세. 코로나19의 감염을 막겠다고 카가얀데오로의 택시기사가 비닐로 운전석을 둘러싸서 눈길을 끌더니, 지프니 운전기사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종이상자를 이용하여 좌석 칸막이를 만들어서 화제가 되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지프니의 멋진 칸막이는 하루밖에 사용되지 못했다. 바로 다음 날 대중교통 운영 중단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 카비테 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만든 자료. 카비테의 누군가 높은 분이 현빈 팬임이 틀림없다. 만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이용한 이미지가 올라온다. 



▲ 이 계란가게에 이렇게 계란이 많이 팔린 것은 처음 본다. 늘 계란이 수북했었다. 




▲ 그린 망고는 반들반들 예쁘지만 별로 인기가 없다.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일한다. 시장의 물가는 하나도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리틀도쿄. 거리가 한산하다. 그리고 곳곳에 경찰이 서 있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코로나19를 대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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