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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PNB 은행과 투명비닐 칸막이



필리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쪽이 하나도 늘지 않는 것보다 안심이 된다. 정말 확진자가 없다면 필리핀 정부에서 루손섬 봉쇄라는 강경책을 썼을 리가 없는데, 확진자 가 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필리핀 보건부에서 테스트 키트를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환자가 누군지 밝혀져야 치료를 하든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든 할 수 있다. 검사를 더 많이 하고, 더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빨리 이 무서운 바이러스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리고 이 지루한 과정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최대한 바깥출입을 삼가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힘쓰는 것, 그 정도뿐이다. 


메트로 마닐라가 봉쇄된 이후 오늘까지 두 번의 외출을 했다. 이런 시기에 외출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출을 삼가기 위해서는 비상 식료품을 좀 비축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 슈퍼에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식료품 사재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장보기를 마치고 이제 한 달은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사는 것이 그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외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또 한번 집을 나선 것은 현금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닐라 봉쇄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식료품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현금이 있어야 쌀도 사고, 계란도 살 수 있다. 우울증 해소를 핑계로 피자라도 한 판 배달 시켜 먹으려면 돈을 좀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 은행에 갈 수밖에 없었다. 


벼르고 벼르다 나선 외출이지만, 외출 준비는 간단했다.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긴 팔 운동복을 찾아 입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내 은행 방문은 쉽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오래된 옛 방식의 삶을 동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ATM 기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없이 종이로 된 통장만을 가지고 있어서 꼭 은행에 방문하여야만 인출이 가능한데, 공교롭게도 통장을 만든 지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근처 다른 지점으로 갔지만, PNB 은행은 통합 전산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PNB 은행답게 이런 때에도 무려 6명이나 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업무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다. 그리고 내가 통장주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에는 4명이나 되는 직원이 동원되었다. 은행 안쪽에 따로 책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높은 분으로 짐작되는 분까지 등장하여 서로 의논을 거듭하더니 내게 혹 다른 신분증은 없느냐고 물어왔다. 집에 다녀와야 하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을 숨긴 채 다른 신분증은 없다고 답하자 다시 직원들끼리 의논을 시작했다. 통장을 개설한 지점에서도 현금을 좀 많이 인출하면 서랍에서 통장 신청서를 찾아 신청서의 사진과 내 얼굴을 비교 대조했었는데, 통장을 만든 지점이 아니라서 통장 소유자 본인인지 확인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참이나 외출하지 않는 탓에 핸드폰 로드 충전을 하지 않아서 인터넷 사용도 못 하고, 하릴없이 의자에 앉아 은행 벽에 붙어 있는 광고문을 다 읽었다. 은행 내부 가득 이렇게 투명비닐로 칸막이를 만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거의 잠이 들 뻔했을 때야 직원이 나를 불러서 하는 말이 인출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단다. 나는 내 밥이 되어줄 귀한 돈을 받아들고 은행 바깥으로 나오면서, 최대한 얼굴을 찡그리고 중국 우한을 다시 한번 미워했다. 은행에 무려 45분이나 있었던 것이다.  




▲ 마닐라 봉쇄 기간이지만, 은행은 문을 연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문을 여는 것은 아니다. 3월 23일에서 27일까지 유효한 안내문인 것으로 봐서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은행에서도 잘 모르는 듯하다. 



▲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은행 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 마카티 PNB 은행



▲ 오늘(3월 24일)의 달러 환율은 이렇다.  



▲ 이 비닐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지만, 은행 직원과 손님이 서로 가까이 가지 않는 효과는 있다. 은행 창구 앞으로는 의자를 놓아 두어서 최대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해두었다.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 마카티 살세도 거리가 이렇게 한적하다니,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 그린벨트 주변까지 가봤지만 대단히 한적했다. 이 와중에도 배달하시는 분들은 바쁘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마닐라 봉쇄 기간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 밖에서만 슬쩍 봤지만, 마카티 씨티은행은 문을 연 듯하다.  은행 안에는 경비원이 어색할 만큼 잔뜩 있었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PNB 은행과 투명비닐 칸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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