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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와 100페소 페이스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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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다는 안내문을 본 뒤 극도로 외출을 꺼리는 생활을 무려 10개월 가까이했더니 마음이 완전히 지쳐버렸다. 밖에 나가면 바로 코로나19에 걸려서 죽는다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목적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코로나19 따위에 걸려서 필리핀에서 갑자기 죽게 된다면 대체 누가 내 시신이라도 수습해주겠는가 하는 우울한 걱정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에서 외출 시 무조건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쓰라고 하는 것도 바깥나들이를 꺼리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로 하나 추가되었다. 

요즘 필리핀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나의 멋진 20페소짜리 페이스쉴드는 품질이 무척 형편없었다. 20페소란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란 손쉬운 돈이다. 20페소를 쓰고 근사한 것을 얻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애초에 이런 조잡한 물건을 만든 사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몰라도 페이스쉴드를 쓰고 조금만 걸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며칠째 빨래가 마르지 못하고 있는 습한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니 누군가 내 산소를 한 움큼씩 훔쳐 가는 느낌이다. 다래끼라도 난 듯 눈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편하지 않으니, 오래간만에 외출해봐도 즐겁다는 기분보다 지친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마카티 쪽에 급한 볼일이 생겨 나갔다가 페이스쉴드 때문에 단단히 짜증이 나고야 말았다. 급해서 발걸음이 바쁜데, 페이스쉴드 안경 부분이 계속 걸리적대었던 것이다.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좀 괜찮은 품질의 페이스쉴드가 있으면 사보려고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Makati Cinema Square) 쇼핑몰에 들렸다. 그린벨트의 화려한 쇼핑몰이 생기기 전, 그러니까 마카티 지역 개발 초장기에만 해도 가장 화려했다는 쇼핑몰이다. 그런데 쇼핑몰 풍경은 작년과 혹은 재작년과 완전히 달랐다. 세월의 더께가 앉아 볼품없이 되어 버렸다는 쇼핑몰이긴 했어도 연말이면 화려하게 반짝대곤 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완전히 우울한 곳이 되어버렸다. 붉고 푸른 촌스럽게 반짝대던 크리스마스 장식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산타 모자는커녕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고작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건만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가 더 잘 팔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못하다. 그래도 그럭저럭  조금 단단한 페이스쉴드를 하나 골랐다. 새로 산 페이스쉴드의 가격은 100페소. 원래 쓰던 것보다 다섯 배나 비싸다. 하지만 꼼꼼히 보니 포장 상자만 근사했다. 상자에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것으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다는 등 온갖 좋은 이야기가 잔뜩 쓰여 있었지만,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이 쓴 모양이다. 20페소짜리보다 안경테 부분은 훨씬 단단하지만, 여전히 눈앞이 뿌옇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뿌연 느낌을 덜 받으려고 최대한 바닥을 보면서 걸으면서, 캐럴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Makati Cinema Square) 쇼핑몰 
올해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리지 않았다
옷가게도 옷을 사는 손님보다 마스크를 사는 손님이 더 많아 보인다. 
앞쪽에 있는 마스크는 100페소, 뒤편의 것은 170페소이다. 
한국어로 '여성 양말'이라고 적혀 있어서 하나 사고 싶었지만, 신고 나갈 일이 없어서 관두었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시네마 스퀘어와 100페소 페이스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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