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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10페소의 귤과 싸구려 기름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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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기름 냄새가 거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기름의 냄새였다. 그래도 그 냄새가 고약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맡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만 쓰고 있지 않다면 2019년 혹은 2018년과 똑같이 보일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닭 껍질을 튀겨서 파는 리어카의 아줌마도, 로컬 깐띤(Canteen)의 아저씨도 모두 분주했다. 나는 마닐라의 거리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사람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길 건너에 서서 영화를 보듯 한참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약속 시간이 다 된 것을 깨닫고 아쉬운 듯 자리를 떴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빴다. 의료용 마스크에 천 마스크까지, 두 겹으로 쓴 마스크가 얼굴 가득 줄줄 땀을 흐르게 하고 있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마스크를 벗고 세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손수레 가득 소복하게 담긴 주황색 귤을 보고는 사라져버렸다. 코로나19 때문에 길거리에서 과일을 사본 것이 8개월도 더 전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귤을 먹고 싶다기보다는 무언가 사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주머니를 뒤져 100페소를 꺼내었다. 

귤 파는 꾸야는 손님이 온 줄도 모르고 고단한 모습으로 쪽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비닐봉지를 가져다가 주섬주섬 귤을 담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땅콩 아저씨가 꾸야를 깨웠다. 손님이 왔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꾸야가 밝은 목소리로 몇 개나 사겠느냐고 물어왔다. 잠에서 깨어난 것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래도 손님이 온 것이 기쁜 모양이다. 나는 가장 탱글탱글한 것으로 열 개를 골라 비닐에 넣고, 하나 껍질을 까다가 재빨리 비닐봉지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귤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만 하는데, 마스크를 벗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여쁜 주황색의 귤. 가격은 한 개에 10페소이다. 
필리핀 마닐라 
우까이우까이(Ukay-Ukay). 헌옷 사세요! 
깐띤(Canteen)

 

[필리핀 마닐라 생활] 10페소의 귤과 싸구려 기름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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