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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팻시 클라인과 므두셀라 증후군

by 필인러브 202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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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늙지 않기 위해서는 최신곡을 좀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노화라는 단어보다 성장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나이에도 흑백 화면 속의 노래를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최신곡을 챙겨 듣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로드 맥퀸(Rod McKuen)이나 팻시 클라인(Patsy Cline)과 같은 분들의 목소리 쪽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언뜻 들리는 노래가 한국 걸그룹의 노래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공원 모퉁이 한적한 곳에서 남자가 케이팝 노래를 배경으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틱톡 동영상이라도 찍는 것 같은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똑같은 동작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나무 그늘이 있기는 하여도 꽤 더운 날씨인데, 남자는 계속 춤을 추면서도 지치는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노래이기에 이렇게 심취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남자가 만들어 놓은 평화로운 한 때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자리를 떴다. 

 

손자가 워낙 유명 인물이라서 그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누구의 할아버지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 중에 므두셀라(무드셀라)라는 인물이 있다. 노아의 할아버지인 므두셀라는 성경에 나오는 사람 중 가장 장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무려 969세까지 살면서 노년에 지금보다 과거가 더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대체 900살 넘게 살면 몇 살이 노년이 되는지 좀 의문이기는 하지만, 죽기 전까지 타락한 인간 세계를 바라보면서 언젠가 하나님이 이 타락한 세상에 대해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노아의 할아버지가 한 경고를 무시했지만, 그의 이름을 따서 흥미로운 단어를 하나 만들어냈다. 바로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좋은 기억만 떠올리고 싶은 심리로 현실이 힘겨울 때 좋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를 바라보면서 나쁜 일만 기억하는 쪽보다야 좋은 기억만 떠올리는 것이 낫겠지만, 그 정도가 "과거가 좋았어"의 정도를 벗어나 기억 왜곡을 동반한 도피 심리로 흐르게 되면 좀 문제가 된다. 

므두셀라 증후군까지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요즘 나는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주 면밀하게 따져보면 모든 것이 좋았던 것도 아니면서 단순히 마음 놓고 주변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예전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900살은커녕 90살까지도 살 자신이 없으면서,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다니 노아의 할아버지라도 된 기분이다. 

 


필리핀 마닐라 EDSA 도로 
페트론 주유소(Petron)
Hotel Sogo - EDSA Guadalupe
Guadalupe Commercial Complex
멀리 보이는 광고판의 주인공은 무려 현빈이다. 
이 와중에도 건물만 늘어간다. 
마닐라 보니파시오
28th Ave
MANGO
Central Square Mall 
멀리서만 바라본 상설시장 
마스크 착용 안내문 
아직 남아있는 크리스마스의 흔적 
Track 30th
엄청난 자전거 헬멧을 보았다!!! 무려 돼지 모양이다.  

 

[필리핀 마닐라] 팻시 클라인과 므두셀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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