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생활] 대통령 대변인이 생각하는 마닐라 교통체증 해결책

"늘 죽인다는 소리만 하니까 좀 지겨워!"

자신의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 질문에 A의 답은 간단했다. 마약과의 전쟁이나 공무원 부패 척결 등은 모두 좋은 생각이지만 왜 늘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죽인다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A의 말이 필리핀 사람 전체의 의견이라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A처럼 착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 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필리핀 국민도 아니고, 외국인 주제에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Roa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이나 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Isko Moreno Domagoso) 마닐라 시장(mayor)의 정치 행적에 무어라고 촌평을 덧붙이겠느냐마는 그래도 이들의 등장한 이후 무언가 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있다. 아무런 변화 없이 흘러가는 것보다는 실수가 있더라도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닐라의 교통체증도 그렇다. 마카티에서 쿠바오까지 5분 만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허황된 이야기가 틀림없지만, 그래도 상황을 개선해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라도 해본다는 점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보다 좋아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인 살바도르 파넬로(Salvador Panelo)가 마닐라의 교통체증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마닐라의 교통체증을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메트로폴리탄 마닐라 개발청(MMDA)'이나' 대통령 비서실(Office of the President)'로 제안서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파넬로 자신은 개인적으로 24시간 근무제를 하는 것이 교통체증 해소에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24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다르게 하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발생하는 교통혼잡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24시간 근무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지만, 정부에 교통체증에 대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소식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반응은 제법 긍정적이다. 물론 정부가 의당 해결해야만 되는 일을 왜 국민에게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만드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EDSA의 차선을 차종에 따라 새롭게 분류하자던가 대중교통을 확충하자는 식의 타당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나로서는 도로 인프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차량이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마닐라의 교통체증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과연 그 누가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처럼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은 국민 소통 플랫폼이라는 것을 보기 힘든 곳이 필리핀인지라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선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개방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지 않던 곳이 말라카냥궁(Malacanang Palace, 필리핀 대통령 관저)이니 필리핀 정부가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좀 좋아 보이는 것이다. 마닐라에 있는 모든 회사에서 24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살바도르 파넬로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이 24시간 근무를 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말이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Panelo suggests 24-hour work activity to ease traffic 

https://www.pna.gov.ph/articles/1077714

· Duterte : If I have to kill you, I'll kill you

https://www.youtube.com/watch?v=q2aG5BFCowg

[필리핀 생활] 대통령 대변인이 생각하는 마닐라 교통체증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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