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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여행] 불라칸 신공항과 페디캅, 우기 도로 침수



유난히 페디캅(Pedicab)이 많은 동네였다. 필리핀 시골로 가면 동네 골목이 좁고 기름값이 비싼 경우 트라이시클 없이 페디캅만 잔뜩인 동네를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메트로 마닐라 도심에서 갓 벗어난 동네에 이렇게나 페디캅이 많으니 신기할 뿐이다. 게다가 이곳의 페디캅 자전거는 다른 지역과 모양이 조금 달랐다. 일단 차선 하나를 오롯이 차지해야 할 만큼 크기가 컸다. 그리고 운전기사 옆에 만든 승객용 자리는 두 명이 앉아도 부족함이 없게끔 넓어 보였다. 좌석 아래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 물건을 잔뜩 들고 타도 편할 듯 보였다. 자전거 앞쪽까지 튼튼하게 보이는 봉을 만들어서 비닐봉지며 우산 등을 걸 수 있게끔 해두었는데 주인 취향에 따라 백미러 거울이니 장식을 달아 놓아서 개성이 넘쳤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페디캅의 마지막 장식은 알록달록한 큰 옥외 우산이 된다. 페디캅을 온통 가려줄 만큼 커다란 우산은 햇살과 비를 모두 피하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일 터였다. 


메르토 마닐라를 오가는 FX밴이나 P2P버스 노선이 그 어떤 동네보다 많은 곳이 불라칸 주(Bulacan Province)이다. 매일 불라칸을 빠져나가 마닐라로 가는 대중교통 이용객 수만 봐도 주민의 상당수가 쇼핑몰의 판매원이니 콜센터 상담원과 같은 도시의 직업을 가졌겠다고 짐작되지만, 전통적으로는 쌀농사를 짓고 방우스(Bangus) 낚시를 하던 동네였다. 식품 가공을 하는 공장도 많은데 특히 베이커리 공장이 많아서 빵 생산량이 상당하다고 한다. 불라칸은 14개의 바랑가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산미구엘에서 신공항을 짓겠다고 나선 곳은 그중 탈립팁(Taliptip)이라는 이름의 바랑가이에 있었다. 메트로 마닐라의 발랑카스(Balangkas,Valenzuela)를 마주 보고 있는 툭 튀어나온 곳이었다. 새로 공항이 생긴다는 동네 모습이 궁금하였지만, 아직 철근 한 조각 들어가지 않은 공항 예정지를 보겠다고 일부러 불라칸까지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피나투보 화산 타루칸 마을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려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늘이 회색빛을 버리지 못하고 하염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피나투보 관광사무소(Tourism Office)에서 타루칸 마을까지의 진입 자체를 금지하니, 불라칸 공항 부지 구경은 물론 타루칸 마을 나들이마저 포기해야 할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날씨가 괜찮겠냐는 내 질문에 알빈 아저씨에게서 의외로 와도 좋겠다는 대답을 보내왔다. 하긴, 타루칸 꼬마 녀석들 주려고 산타 줄리아나 마을 입구 빵집에 판데살 빵을 2,400개나 주문해둔 터라 빵 때문이라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빵 가게 꾸야를 슬프게 만들지 않으려면 무조건 빵집에 가서 주문해둔 빵값은 내야만 했다. 혹 타루칸 마을까지 가지 못 하는 일이 생기면 산타 줄리아나 마을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 주고 와야겠다고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닐라 도심을 지나 칼로오칸(Caloocan)과 말라본(Malabon)을 지나는 동안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더니 도시 전체가 물로 첨벙대기 시작했다. 도로를 새로 만들면서 길을 높였는지 길가의 집들이 도로보다 정강이 하나 만큼은 낮은 동네였다. 이런 상황에서 빗물은 죄다 주택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으니, 골목 안이 온통 물바다였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대체 세간살이를 어떻게 해두고 있을까. 허리까지 물이 찬 골목 안에는 사람이 두 명은 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대야를 끌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주유기 주변까지 물에 잠겨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주유소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불라칸 공항 부지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일부러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국도만을 이용하여 불라칸까지 왔건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빙빙 돌아 탈립팁(Taliptip)까지 간다고 해도 공항이 생긴다는 동네까지는 아직 길도 만들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SM시티 마리라오(SM City Marilao)를 지나면서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비 때문에 쇼핑몰 입구를 빙 둘러싼 도로가 온통 물에 잠겼는데, 동네 꼬마 아이들이 빗물 웅덩이에서 수영을 하고 놀고 있었다. 언덕 위에 커다랗게 지어진 쇼핑몰 안이 얼마나 쾌적할지는 모르지만, 쇼핑몰의 쾌적함이 대체 아이들과 무슨 상관일까.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것보다는 더러운 물 속일지언정 친구들과 노는 편이 낫기도 할 것이었다. 까르르, 아이들이 웃었다. 물놀이가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말라본 로빈슨 타운몰(Robinsons Town Mall Malabon) 앞 길 




▲ 필리핀 불라칸, 메이카우아얀(Meycauayan)



▲ 페디캅 





▲ 세상사 쉬운 일은 없다고 하지만, 페디캅 운전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균형감각과 연습을 요구한다. 





▲ 대부분 페디캅이고, 트라이시클은 아주 가끔 보였다. 



 도로가 침수돼 차들이 매우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다. 




 쉘 주유소까지 물에 잠겼다.




▲ 좁은 골목을 온통 다 차지하고 가는 트럭. 이런 트럭이 하나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교통체증이 생긴다. 



▲ SM시티 마리라오(SM City Marilao)



▲ SM쇼핑몰로 들어가는 길




▲ 이 동네는 원래 차가 많이 막히기로 유명한 동네이지만, 도로가 침수되니 차가 더 막혔다. 





[필리핀 마닐라 여행] 불라칸 신공항과 페디캅, 우기 도로 침수

- 2019년 6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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