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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소문과는 다르게 별 다섯 개.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그렇다. 거북이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에게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매우 사소한 것이 결정 요인이 된다. 꼼꼼하게 이런저런 것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머리에서는 알지만, 머리보다는 마음 쪽의 지분이 더 크다. 그래서 무언가를 결정하면서 현재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하는 일에서도 그런 사소함이 우선시 되니 아쉬운 일이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하였다고 획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나는 현재의 만족감이 모여서 인생 전체의 만족감이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멀리 리잘 주(Rizal province)에 있다는 동물원까지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은 순전히 누군가 거북이가 많았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도 마닐라 살면 한국에 있을 때와 거리 감각이 좀 달라지는데 실제 거리와 이동하는 시간이 크게 연관성이 없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장례식 행렬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작 몇 km 거리를 남겨 놓고 차를 멈춰 세워야 하는 일도 허다하니, 왜 필리핀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몇 분이 더 걸린다는 이야기 없이 "지금 가는 중이야(I'm on my way)."라는 답변만 하곤 하는지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리잘 주(Rizal province)에 있는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만 해도 그렇다. 마닐라 도심, 특히 퀘존이나 올티가스 쪽에 있다면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물원까지 가는 길이 쉽고 편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퀘존 시티를 지날 때부터 도로 공사 하는 곳을 잔뜩 지나야 하고, 동물원 근처 동네의 도로는 좁고 사람으로 북적댄다. 하지만 다행히 아빌론 동물원 시설이 엉망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으니, 필리핀에도 이렇게 시설이 잘되어 있는 동물원이 있었다면서 감탄할 수 있었다.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은 필리핀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동물원인데 그 크기가 무려 7.5헥타르에 이른다고 한다. 500종류가 넘는 동물이 무려 3천 마리 정도나 살고 있다는데 필리핀에서 보기 힘든 사자와 기린, 호랑이, 곰에서부터 가장 큰 담수어라는 피라루쿠 물고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다. 동물원까지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만 견디면 동물원의 시설도 좋고, 사람도 많이 없어 한가롭고, 직원도 친절하여 마닐라에서 하루 나들이 가기에 여러모로 좋은 그런 곳이다. 입장료가 800페소나 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동물원 시설을 유지하고 호랑이 등 맹수에게 먹이를 주려면 입장료를 꽤 많이 받아야만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800페소나 입장료를 내고도 동물원 안내 지도 하나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동물인지에 대한 안내 표지판은 꽤 잘되어 있지만, 어디로 가면 어떤 동물을 볼 수 있는지 안내문이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아서 넓고 넓은 동물원 안 어디로 가야 거북이를 만나게 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400페소를 내고 가이드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동물원 시설만큼은 정말 최고라서 아빌론에 사는 동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잘 관리받고 있는 티가 난다. 그러니까 마닐라 동물원에서처럼 허름한 사육 시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생길까 봐 염려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아빌론 동물원에 사는 동물 중에는 거북이도 포함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거북이가 퍽 평화롭게 사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그런데 매우 의외이지만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에서 가장 인상에 깊었던 것은 호기심 가득한 몸짓을 하며 다가오더니 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너는 못생겼어(You pangit!)"를 외치던 앵무새도, 사교성 좋게 안겨오던 오랑우탄도 아니었다. 물론 오랑우탄의 손바닥 감촉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기는 하다. 손님이 없어 한가해서 그랬겠지만, 오랑우탄 사육사가 오랑우탄과 볼 뽀뽀를 시켜주었는데 오랑우탄의 뽀뽀보다 더 낯설고 신기했던 것은 오랑우탄의 손바닥이었다. 손가락 길이가 나보다 두 배는 더 긴 것 같은데 의외로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가장 신기하게 본 것은 아마존강에서 데리고 왔다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민물고기였다. 피라루쿠(Pirarucu)라는 이름의 이 물고기 녀석은 'Arapaima gigas'라는 학명을 가졌는데 신생대 화석이라고 불릴 만큼 오래된 민물 어종이다. 그런데 이 물고기, 알면 알수록 대단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이 녀석은 몸이 무려 4~5m나 자란다고 한다. 보통 5m까지는 크지 않고 그 절반, 그러니까 2~3m 정도로 자란다고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얼굴을 살펴보면 눈이 툭 튀어나온 데다가 입이 길쭉하게 커서 꼭 만화에 나오는 요괴처럼 생겼는데, 몸집은 통나무처럼 굵고 둥근데 꼬리 쪽으로 갈수록 세로로 넓적해진다. 200㎏이나 되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이 물고기는 이미 그 크기만으로도 매우 독특한 인상을 주지만, 습성을 살펴보면 더욱 신기한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머리를 물 바깥으로 내밀어 공기를 마신다는 점이다. 공기를 마셨다가 목 뒤에 있는 부레에 저장하여 두고 호흡을 한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요즘은 매우 귀한 존재가 되었다고 하지만 원래는 아마존강에 사는 원주민들의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고 하는데, 마늘과 산초 가루라도 잔뜩 넣지 않는 한 맛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마리 잡으면 마을 잔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존에서는 이 물고기의 비닐을 이용하여 빗과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매우 신기하게 커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양새를 보면 왜 '아마존의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 아빌론 주(Avilon Zoo)와 아크 아빌론 주(ARK AVILON ZOO) 

아빌론 동물원에 다녀오고 나서야 왜 이 동물원에 관한 소문이 그렇게나 부정적이었는지 알았다. 일단 아빌론에서는 Avilon Zoo라는 이름의 동물원과 ARK AVILON ZOO라는 이름의 동물원 두 곳을 운영한다. 그중 아크 아빌론 주(ARK AVILON ZOO)는 파시그에 있는 소규모 실내 동물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크게 볼거리 없는 2층 규모 건물의 실내 동물원의 입장료가 500페소이니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리잘에 있는 아빌론 동물원은 규모가 매우 커서 가이드와 동행하여서 동물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최소 2시간이 걸린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 운영시간 : 오전 8시 ~ 오후 5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 입장료 : 성인 800페소 / 어린이(키 91cm 미만) 600페소 / 1세 이하 유아 무료 

■ 주소 : PH Rizal Rodriguez 9003 GP Sitio, San Isidro, Province of Rizal

■ 위치 : 필리핀 리잘 주(Rizal province) 라 메사 워터쉐드(La Mesa Watershed) 근처 




■ 비고

- 동물원 내 음식 반입 가능. 단, 1인당 25페소의 콜키지(corkage fee) 요금을 내야 하며, 특정 장소에서만 식사 가능 

- 주차비 무료 

- 오랑우탄이나 뱀과 사진을 찍거나, 기린이나 당나귀 등에게 사료를 주는 체험 가능 (체험비 : 50페소) 

- 매표소에서 동물원 안내 가이드 신청 가능. 가이드와 동행하는 쪽이 이동 동선을 줄이면서 동물을 보기 편해서 이용을 추천하고 싶다. 동물이 어디에 숨어서 낮잠을 자고 있는지 일깨워 주기도 하니, 비용으로 내는 400페소가 아깝지 않다. 



▲ 퓨어골드 산마테오(Puregold San Mateo)를 지나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으로 가는 길



 동물원 진입로



 동물원 주차장. 주차료는 무료이다. 



 매표소



 주말에는 1시간 더 연장 운영을 한다. 





 피라루쿠(Pirarucu) 물고기





 검은 백조(BLACK SWAN)



▲ 어디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 안내 지도는 없지만, 어떤 동물인지 안내 표지판은 잘 되어 있다.   






 말과 양 




 아빌론 동물원의 마스코트 오랑우탄. 50페소를 내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랑우탄도 먹고 살기 쉽지 않다. 간식을 받으려고 하는지 사육사가 시키는 것은 곧잘 따라 한다. 가슴 부분을 만지면 화를 내지만, 배는 만져도 가만히 있다. 








 파충류관. 도마뱀과 함께 희귀 뱀과 거미 등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도마뱀 대부분은 메롱 놀이를 좋아한다. 




 악어



 필리핀 팔라완에서 왔다는 PALAWAN BEAR CAT, PALAWAN LEOPARD CAT과 함께 MALAYAN CIVET 등도 볼 수 있다. 



 몽구스 - PALAWAN COLLARED MONGOOSE 



▲ PALAWAN PRRCUPINE과 NORTH LUZON GIANT CLOUD RAT처럼 너무 커서 쥐처럼 보이지 않는 쥐도 있다. 알고 보면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공작새(PEAFOWL)도 아주 많다. 




 당나귀와 검은 돼지 




▲아빌론 동물원에는 독수리를 비롯하여 각종 새가 정말 많다. 





 앵무새 





 카피바라 -CAPYBARA. 아마존에 산다는 이 쥐는 설치류 중 가장 큰 종류라고 한다. 








 멸종 위기에 있다는 꼬마하마, 피그미하마(PYGMY HIPPOPOTAMUS). 물속에 숨어 있더니 동물원 가이드가 이름을 부르니까 밥이라도 주는 줄 알았는지 달려 나와 그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곳 가이드는 동물들 이름을 열심히 알려주고 함께 불러보도록 해주는데, 동물원을 나오는 순간 다 잊게 된다.



 흰색 말



▲ 인디아영양 BLACKBUCK ANTELOPE. 얼굴이 재밌다. 





▲ 오랑우탄 



▲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고양이는 동물원에서 키우고 있지 않으며 그냥 오랑우탄 손님이라고 한다. 



▲ 동물원 식구 중에는 곰도 두 마리 있다. 미국흑곰(AMERICAN BLACK BEAR)과 말레이곰(MALAYAN SUN BEAR)인데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는지 합사하지 않고 따로 두었다. 



▲ 동물원에 갈 때마다 곰 냄새가 싫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 아빌론 동물원에는 의외로 동물 특유의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 BENGAL WHITE TIGER 등 호랑이는 동물원의 귀한 식구이다. 밥값으로 가장 많은 돈을 쓴다고 한다. 




▲ 치타와 재귀어도 보인다. 



▲ 평균 몸무게 432g의 작은 원숭이 솜털머리타마린(SEGUINUS OEDIPUS). 거북이만큼이나 귀엽다.  





▲ 휴게실. 음식 가격은 괜찮은 편이다. 




▲ 화장실도 잘 되어 있다. 




▲ 수리부엉이 - PHILIPPINE EAGLE OWL 



▲ 아프리카 삵 서벌 - SERVAL CAT




▲ 플라밍고 대홍학 - GREATER FLAMINGO




▲ 검은관두루미 BLACK CROWNED CRANE. 왕관 같은 깃털이 재밌는 이 두루미는 길다란 뒷 발가락이 나뭇가지를 움켜쥘 수 있어 나뭇가지에 앉을 수 있다고 한다.




▲ 앵무새 - AFRICAN GREY PARROT




▲ 미어캣- MEERKAT




▲ 대부분이 동성연애를 한다는 기린




▲ 기린에게 밥을 줄 수 있다. 50페소에 당근 네 조각이면 무척이나 비싸지만, 기린 먹는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 하나 사주지 않을 수 없다.



▲ 필리핀에서 기린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팔라완 코론 칼라윗 사파리(Calauit Safari)에 가면 된다. 초원 위에 있는 기린에게 50페소 걱정 없이 마음껏 풀을 줄 수 있다.



▲ "미용실 어디 다니세요"라고 묻고 싶었던 비둘기. 비둘기가 이런 모습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낮에는 잠만 잔다고 하는 사자꼬리마카크 - LION TAILED MACAQUE





 어느 동물원에 가도 사자는 넓고 멋진 장소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소문과는 다르게 별 다섯 개.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 2019년 6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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