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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로컬 스타일의 소풍 장소, 와와 댐(Wawa Dam)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여행객을 둘로 나눈다면 이동하는 과정을 즐기는 쪽과 이동하는 과정을 싫어하는 쪽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전자에 속하는 인간이라서 여행 중 어딘가 새로운 장소로 가는 것 자체를 무척 좋아한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실망하는 일도 많지만,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가는 과정은 늘 흥미롭게만 여겨진다. 그래서 배를 며칠 타고, 버스를 열 시간 넘게 타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건만, 라 메사 워터쉐드(La Mesa Watershed)를 지나 마리키나 강을 따라서 형성된 로드리게스(Rodriguez) 마을은 좀 지루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재래시장이며 은행 등이 모여 있는 마을 중심가를 지난 지 제법 되었는데도 한적한 시골길은 보이지 않고 사람 사는 흔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골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 스타일도 아닌 어정쩡한 집들이 다닥다닥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데 방금 식사를 마친 식탁처럼 어딘지 모르게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도심에서 살 곳을 찾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몸이라도 편히 누울 곳을 찾아 조금씩 퍼져나간 모양인지 길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행색이 초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집들의 이어짐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터미널(WOWTOD TERMIBAL) 간판이 보였다. 이제 와와 댐(Wawa Dam)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누군가 여행객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 분명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동네 꼬마 아이들이 우르르 곁에 붙더니 내게 가이드가 필요 없느냐고 물어봤다. 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니 매우 가까워서 걸어서 10분이면 된다고 알려주고는 그래도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데 꽤 열심이다. 초행길이었지만 어느 쪽으로 가면 댐이 있을지 짐작이 될 만한 분위기인지라 굳이 꼬마 가이드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용돈 벌이라도 하려는 그 모습이 기특하여 가이드 비용으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 꼬마, 무척 영악하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닳고 닳은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내 눈치를 슬슬 보더니, 지정된 가이드 비용이 있지는 않고 원하는 만큼 주면 된다고 답해온다. 금액을 많이 불러서 손님을 놓치고 싶지도 않지만, 적게 불러서 덜 받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커피를 좀 사서 먹으려고 했었는데 아이스커피를 참고 꼬마들에게 용돈을 주어야겠다 싶어 함께 가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이 꼬마 가이드 녀석, 전문적인지 혹은 비전문적인지 사람을 무척 헷갈리게 했다. 근처에 있던 꼬마 셋까지 불러서 함께 우르르 가면서 무언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를 쓰는 것은 유명 관광지의 전문 가이드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 설명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이제 말 배우는 꼬마 아이에게 단어 이름을 알려주는 식의 내용이 많다. 그러니까 녀석이 내게 알려준 것은 "저것은 엄청나게 큰 돌이고요, 저건 나무예요!" 뭐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고 해도 설명할 것을 만들 수 없는 길이었다. 댐까지 올라가는 길은 경사도가 높지 않았지만 대신 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산 위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가운데 두고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난한 동네였다. 가끔 채소며 아보카도 등을 좌판 위에 놓고 파는 상점이며 사리 사리 스토어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 많은 이들이 모두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가끔 시끄러운 노래방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으니, 자연 속으로 가는 느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꼬마 가이드 녀석이 집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앞에 발걸음을 멈추어 서고 자기 할머니라고 소개를 해주었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간단히 하고 재빨리 발걸음을 떼었다. 말라떼 길거리에서 삐끼 아이라도 만난 기분으로 허둥지둥 산길을 빠르게 올라가며 천천히 머물러 주변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 동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처럼 손님 만났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라도 없었으면 동네가 더욱더 시시하게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즈음 아이들이 댐에 다 왔다고 알려주었다. 




와와 댐(Wawa Dam)은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두 배는 더 규모가 큰 댐이었다. 댐 자체의 무게로 저수지의 물을 지탱하는 이런 콘크리트 댐을 중력댐이라고 한다는데, 댐 규모가 커서인지 물소리가 제법 시원하고 우렁찼다. 1908년에 지었다는데, 그 옛날에 어떻게 이렇게 잘 지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해 보이기도 했다. 와와 댐은 마닐라 시민들을 위해 60년 가까이 물을 공급하던 귀한 댐이었지만, 요새는 댐으로서 기능을 하지 않는다. 1968년에 불라칸에 앙갓댐(Angat Dam)이 지어지면서 메트로 마닐라 지역의 상수도 공급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앙갓댐으로 넘긴 것이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과 함께 원래 제 역할을 잃어버린 댐은 인근 사람들을 위한 소풍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마닐라 아래쪽으로 칼람바를 지나 루세나에 가기 전, 퀘존에 빌라 에스쿠데로(Villa Escudero)라는 커다란 코코넛 농장이 있는데, 바로 그 빌라 에스쿠데로에서 제공하는 점심 장소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했다. 댐 아래 앉아 몸을 담그고 물을 맞으면서 놀고 있다가 배가 고파오면 무언가를 먹고 더위를 식히는 것이다. 가끔 도시 사람들이 똑같은 회사 유니폼을 차려입고 우르르 아웃팅 회사 야유회를 오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주로 가족 소풍을 위한 장소로 쓰이는지 커다란 밥통이며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 더 많이 보였다. 대체 이곳까지 저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 올까 싶기는 하지만, 작고 날씬한 도시락통에 간단히 먹을거리를 싸 오는 것은 필리핀 사람들의 스타일이 아니다. 대가족이 움직여도 최소한의 식사 비용만 쓸 수 있게끔 거의 주방을 옮기는 기세로 모든 것을 들고 와서 온종일 먹고 이야기하고 쉬다가 가는 것이 필리핀 사람들의 소풍인 것이다. 하긴, 주변 시설이라고는 변변찮은 사리 사리 스토어가 전부이니 필요한 것을 최대한 챙겨오는 편이 더 현명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 집은 저 위쪽이에요. 이제 여기서 저는 집에 갈게요. 가이드 비용 주세요!"

댐은 근사했지만, 물살은 차가워 보였다. 게다가 수건 한 장 준비하지 않고 간 터라 물에 들어가 보지 않고 잠깐 댐만 구경하고 이만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 입구 주차장에 가까워져 오자 가이드 해주던 꼬마 녀석이 이만 집에 가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청해왔다. 그런데 나의 가이드 꼬마 녀석은 매우 당돌한 아이였다. 가이드 일을 한 아이는 한 명이었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네 명이나 따라왔으니 50페소씩을 줄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내게 하는 말이 300페소를 주면 좋겠다나. 요즘은 일당이 좀 올랐다고 하지만 하루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당이 보통 400페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잠깐 함께 가 주었다고 300페소를 청해오니 황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녀석, 내 잠깐의 침묵이 주겠다는 표현으로 오해를 한 것인지 배가 고프다고 웅얼대면서 옆의 아이들 것도 챙겨달라는 몸짓을 해왔다. 영악한 꼬마임은 분명했지만, 어른들은 순진해 보이는 아이에게 좀 더 쉽게 지갑을 연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나는 재빨리 100페소를 주고 이 돈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아이들을 보내버렸다. 등 뒤에서 아이들의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하고 재빨리 발걸음을 떼었다. 댐은 생각보다 어여뻤지만, 뒤돌아서는 마음이 마냥 개운하지만은 못했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와와 댐(Wawa Dam) 

■ 주소 : M. H. Del Pilar Street, Rodriguez, Province of Rizal

■ 위치 : 필리핀 리잘 주(Rizal province). 로드리게스 / 마닐라 쿠바오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 / 아빌론 동물원(Avilon Zoo) 근처 




■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 마닐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와와 댐까지 가려면 쿠바오나 트라이노마(Trinoma) 쪽에서 50페소를 주고 'Eastwood Montalban'으로 가는 밴(UV Express van) 서비스 이용하면 된다. Eastwood Ministop에서 하차 후 지프니로 갈아타면 된다.




와와 댐에 가는 길에 장을 보려고 한다면 퓨어골드 산 라파엘(Puregold San Rafael) 쇼핑몰에 가면 될 것 같다.



▲  마을 입구 





▲ 의외로 관광안내소(Montalban Tourism Office)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다. 자연보호구역이라고 하지만 주차료 30페소조차 개인이 받는지 필리핀 정부에서 받는지 알 수가 없게끔 되어 있으니, 별다른 시스템 없이 대충 운영되는 모양이었다. 



▲ 이 길을 지나면 와와 폭포로 가게 된다. 






▲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많이 산다. 대체 다들 어떤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지 모르겠다. 




▲ 근처에 박쥐 동굴을 지나 비나카얀 산(Mount Binacayan)과 파미티난 산(Mount Pamitinan) 쪽으로 하이킹도 할 수 있다. 필리핀의 산이 거의 다 그렇지만 별다른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등산하려면 가이드가 필요한데. 비용은 500페소라고 한다. 



▲ 멀리 행잉 브릿지(Hanging Bridge) 다리도 보인다. 



▲ 문 위를 보면 1908년이라고 적혀 있다. 



▲ 도착 




▲ 가이드를 해 준 꼬마가 친구들 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하여 아이들 사진도 찍었다. 정작 자신은 모델이 되어 주지 않고 친구들만 자꾸 내세우며 사진 각도를 이렇게 해야 좋다고 코치까지 해주기에 웃었다. 





▲ 좀 더 올라가면 댐 위쪽으로 갈 수 있다.





사람들이 댐 아래 있는 모양이 꽤 시원해 보였다. 



▲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놀 수 있으니 하루 나들이 장소로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신 점심이나 간식 등은 챙겨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워터슈즈와 수건 등도 챙겨 가지고 가면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 돌 위에 그냥 앉아도 되지만, 코티지(Cottage)나 뗏목을 빌릴 수 있다. 코티지 대여 비용은 150페소부터 500페소까지 크기에 따라 다르다.





▲ 대체 댐 아래까지 어떻게 내려갔을까 했더니 대나무로 만든 길이 있었다. 




▲ 댐 너머에는 작게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로컬 스타일의 소풍 장소, 와와 댐(Wawa Dam)

- 2019년 6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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