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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2페소를 60페소로 만드는 친절함



필리핀 특유의 날씨 때문인지 물건 수명이 한국과 다르다. 플라스틱 보관함이야 수명이 다해서 부서진다고 하지만, 윤하 님이 사다 주신 고급 손톱깎이마저 나사 부분에 녹이 슬었으니 어이가 없다. 물건을 살 때 정품 구매를 선호하는데 그래도 마찬가지이니 품질 나쁜 물건을 구매해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고프로 자전거 거치대만 해도 그렇다. 중국산이 사기 싫어 한국까지 가서 사 온 비싼 정품이건만 햇살 때문인지 스펀지 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스펀지 덕분에 거치대가 자전거 손잡이 부분과 밀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게으른 나는 몇 달이 지나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드웨어 샵에서 스펀지를 사다가 붙여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만 하고 실행은 하지 않는다. 볼썽사나움을 못 본 척하고, 손수건 등을 이용하여 대충 빈 곳을 채워 넣고 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이 꺼려지기는 하지만, 12월에서 2월까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하늘은 푸르르고, 바람은 선선하니 이 시기에는 자전거를 타고 골목만 휙 돌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도 무척이나 예뻐서 동영상을 찍고 싶을 정도이다. 지프니 정류장 한쪽으로 빈 곳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고프로를 자전거에 끼우는데 오늘따라 손수건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았다. 면 파우치를 꺼내 마구 접어서 끙끙대보지만 역부족이다. 스펀지를 사야 할 시기가 왔음을 절감하며 그만 포기하려는데, 자전거 손잡이 위로 새 걸레가 하나 툭 떨어졌다.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서 바사안(Basahan. 타갈로그어로 '넝마'라는 뜻)이란 이름을 가진 둥근 걸레였다. 살면서 하늘에서 걸레가 떨어진 일은 처음이라 화들짝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아저씨 한 분이 나를 보고 씩 웃고 있다. 손님이 지프니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동전을 받아 생활하는 아저씨였다. 그런데 바사안은 지프니 아저씨들이 유리 닦을 때만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바사안 덕분에 고프로를 자전거에 장착하고, 아저씨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고양이 그림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를 걸었지만, 아저씨는 아무 말도 없이 어깨만 으쓱하면서 웃는다. 나는 아저씨가 생색을 내지 않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지갑을 뒤져 잔돈을 찾았다. 걸레야 2페소 정도면 사겠지만, 아저씨의 친절함에는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데에 팁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 아저씨, 20페소인 줄 알고 받았다가 20페소가 3장이나 되는 것을 깨닫고는 새삼스럽게 나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는다. 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은 팁을 받았으니 기분이 썩 좋으신 모양이었다. 




▲ 이게 바사안(Basahan)이다. 도매로 사면 한 장에 1.5페소(한국 돈으로 약 35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한다.  



▲ 걸레라고 꼭 유리창 닦을 때만 써야 된다는 법은 없다. 



▲ 요즘 마닐라의 날씨가 이렇다. 



▲ 바람이 선선해서 농구하기도 좋다.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재래시장(Sacramento Market)




▲ 물안경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면 이미 충분한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필리핀 마닐라] 2페소를 60페소로 만드는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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