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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생활] 마닐라에 중국인을 세입자로 받지 않는 콘도가 많아진 이유

by 필인러브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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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올티가스 센터(Ortigas Cente)


오랫동안 빈집이었으니 깨끗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집 내부가 지나치게 더러웠다. 월세가 45,000페소(한화 약 106만 원)나 한다기에 제법 기대를 하고 콘도 구경을 하러 갔지만, 빈말로라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가정부를 위한 방까지 방은 네 개나 되었지만, 침실이며 세탁실까지 EDSA 육교 아래보다도 더 먼지가 많아 보였다. 집을 보러 갔으니 붙박이장 안도 보고 화장실 물도 내려보고 해야 할 터이지만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화장실 공간만큼은 대충 치워져 있었지만, 그래도 타일은 찌든 때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싶었지만, 이렇게 된 사연은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중국인들이 생활했었다는 한 마디로 바로 이해가 되었다.

올티가스 센터(Ortigas Cente)라고 하면 마닐라에서도 비즈니스 중심가이다. SM메가몰 뒤쪽으로 포디움(The Podium)을 지나 아알랴몰(Ayala Malls The 30th)에 가기 전까지, 올티가스 중심가의 콘도 임대료는 마카티만큼이나 비싼 편인데, 시내 중심지라서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올티가스 센터의 콘도 임대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에는 평형도 한몫한다. 이 동네에는 소형보다는 대형 평형의 콘도가 많은 편인데, 대부분 한참 전에 지은 대형 평형의 콘도이다. 간혹 작은 스튜디오 타입의 유닛도 있지만, 오래된 콘도는 입주 가정부를 위한 방과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쭉한 전실과 과하게 넓은 안방을 보면 공간 구성이 다소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때는 얼마나 부유한 이들이 이곳에 살았을지 짐작하게 한다. 

"나는 이제 중국인은 세입자로 받지 않아요!"
내 뜨악한 표정을 보고 주인아주머니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온라인게임업체(POGO)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단체로 살았었다고 알려주었다. 세입자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와보니 집안 꼴이 이렇게 엉망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4~5명 정도가 함께 살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임대 계약을 했는데, 막상 나중에 와서 보니 거실 가득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집을 온라인 카지노 사무실 겸 단체 숙소로 사용한 모양이었다. 집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국적과 직업을 물어보기에 그냥 좀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집 상태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모든 중국인이 이렇지 않다고 해도, 그래도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중국인이 세입자로 들어오는 것을 거절할 법도 했다. 

잠깐 집을 구경하면서 대체 이 집에서 몇 명이나 살았던 것일까 생각해보았지만, 짐작도 되지 않았다. 방마다 침대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원래는 커다란 침대가 두 개 있던 집이었던 것 같은데, 대충 나무를 깎아 조잡하게 만들어 놓은 이층 침대가 네 개나 추가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도 부족했는지 방구석에는 접이식 침대가 수북이 놓여 있었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15명 이상이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구석구석 어디 한 곳 더럽고 망가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문이 잘 열리지 않는 것이야 콘도가 낡아서 그렇다고 해도 붙박이장은 바닥까지 죄다 파손되어 옷을 넣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장 불결한 곳은 주방이었는데 싱크대 안까지 손가락만한 죽은 바퀴벌레가 보였다. 구석구석 보이는 거미줄과 두툼하게 쌓여 있는 먼지야 치우면 된다고 하지만, 가스레인지 뒤로 시커멓게 타버린 타일은 청소만으로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해 보였다. 주인아주머니는 페인트칠을 한 뒤 에어컨도 새로 설치할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페인트칠만으로는 집안 전체에 스며든 고약한 냄새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다.

마닐라에 중국인을 세입자로 받지 않는 콘도가 많아졌다는 소문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더럽고 시끄러워서 기피한다는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내가 집주인이라도 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이 산다고 모두 이 지경까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한번 겪고 나면 모험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예전에 살던 콘도에 중국인이 하나둘씩 늘어나자 관리실에서 엘리베이터에 붙였던 안내문이 생각났다. 안내문에 적힌 경고 문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침을 뱉지 마세요."였다. 
 


안방으로 짐작되는 방이 이렇게 되어 있었다.
2층 침대가 4개나 놓여져 있었다. 대체 몇 명이 살고 있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들다.
화장실
주방
싱크대 하부장 안까지 먼지가 엄청났다.
세탁실
올티가스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 중 하나이다. 소주방도 있다.
베로나 안경점은 문을 닫은 듯했다.
3년 동안 캐리어 에어컨 수리점에 열 번 이상 전화를 하면 LG에어컨이 무지하게 사고 싶어진다.
Robinsons Galleria Ortigas. 도보 가능한 거리에 메가몰과 로빈슨몰, 포디움 쇼핑몰, 아얄라몰이 모두 있다.
Corinthian Executive Regency Bldg
City&Land Mega Plaza
Emerald Mansion Condominium
팍차두 콘도(Parc Chateau Condominium)


[필리핀 생활] 마닐라에 중국인을 세입자로 받지 않는 콘도가 많아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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