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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하며 생활하기/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신분증 없이 PNB 은행에 가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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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가리개로 변신한 종이 상자 

 

요즘 마닐라는 조금씩 더위로 물들고 있다. 여행하기에 가장 날씨가 적합하다는 1월과 2월을 하릴없이 허무하게 보내고, 어느덧 다시 더위의 계절로 가고 있다. 돈을 좀 찾아야 하여 더위를 무릅쓰고 PNB 은행에 갔다가 헉 소리를 내야 했다. 힘껏 은행까지 가서 신분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체온증도 아닌데 어찌 된 영문인지 35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나오는 묘한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번호표까지 손에 든 뒤에야 신분증을 빼놓은 지갑을 보니 헉 소리가 저절로 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신분증을 들고 오는 일이야 큰일도 아니지만, 코로나19 증상은 없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국에 있는 은행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필리핀에 있는 은행에서 신분증 없이 돈을 찾은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러니까 인터넷 뱅킹이니 모바일 뱅킹과 같은 것을 전혀 쓰지 않는 나는 꼭 통장과 신분증을 들고 은행을 방문하고 있었다. 코로나19만 아니면 은행에 가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서, 나는 기꺼이 즐겨 은행을 가곤 했다. 현금카드를 만들어서 ATM을 쓰면 편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입출금 내역을 모두 보여주는 종이 통장 쪽이 내 취향에 맞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은행은 여전히 시원하고 쾌적하여서 더위를 식히기는 참 좋은 공간이지만, A4용지 한 장 가득 적혀 있는 뻔한 질문을 또 본다는 것은 무척 지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또 은행에 오는 일은 귀찮은 일이라서 창구 직원에게 혹 신분증이 없어도 출금이 가능한지 공손하게 여쭙기로 했다.

그런데 매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창구 직원이 선선히 가능할 것 같다고 답을 해준 것이다. 일전에 다른 지점에 갔다가 신분증이 두 개가 있어야만 돈을 인출할 수 있다고 하여 당황했던 기억이 있던 나로서는 선뜻 처리를 해주겠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함박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통장을 개설했던 지점이라서 편의를 봐주는 것인지, 아니면 몇 번 봐서 얼굴을 익힌 탓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지루한 생활 속에서도 때로는 웃을 일이 생기는 법인 모양이다.


2021년 3월 3일 환율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사람마저 시들시들 생기를 잃게끔 더운 요즘, 나뭇잎의 색상만 가을색이다.

 

[마닐라 생활] 신분증 없이 PNB 은행에 가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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