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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산책] 들꽃 같은 산타아나 성당(Santa Ana Church)까지 가는 일이란

by 필인러브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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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운 데다가 골목이 좁고, 치안도 애매하여서 마닐라의 거리를 걷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천천히 걸을 때만 얻는 즐거움이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평범한 좁은 골목길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흡사 키 작은 들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차를 타고 다닐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좀 더 가까이 보게 된다. 

 

대체로 별다른 목적지도 없이 기꺼이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지만, 가끔은 어딘가 목적지를 정하고 걷기도 한다. 오늘 내 목적지는 타귁시티에 있는 산타아나 성당. 타귁시청 너머 타귁강 강가에 있는 오래된 가톨릭교회이다. 이 성당은 마이너 바실리카 어쩌고 하는 소성전과 세인트 앤 대교구 성지(Minor Basilica & Archdiocesan Shrine Parish of St. Anne)라는 멋진 이름이 있지만, 알크다이오세산이란 단어가 입에 착 감기는 것 아니고 한 번에 발음하기 어려운 긴 이름이라 사람들은 대부분 산타아나 성당(Santa Ana Church)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 산타아나 바랑가이(Barangay Santa Ana) 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 다른 평범한 동네 성당과 다르게 알고 보면 어엿한 문화재이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성당 외관만큼 교회 역사도 오래되었는데, 스페인 시절 지었던 건물은 지진으로 모두 파괴되었고, 현재 사용되는 성당 건물은 대략 140년여 전에 지어졌다고 한다. 

 

주말이라 방문객이 없어 매우 한산한 타귁 시청을 지나 성당까지 가는 일은 꽤 즐거웠다. 쨍한 햇살을 바탕으로 보면 청색, 홍색, 백색의 삼색으로 치장한 이발소마저 허름하지 않고 산뜻해 보인다. 타귁시티라고 해도 새로 개발한 보니파시오와 다르게 이 동네 주변은 한결같이 길이 좁아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는데, 손바닥만한 인도까지 상인들이 채소며 과일 좌판을 끌어다놓고 장사를 하기도 한다. 상인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골목길이 더 좁아져 있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거리는 활기차다. 유치원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밤방 바랑가이홀(Bambang Barangay Hall) 옆 작은 다리를 건너니 바로 성당이 보였다. 그런데 한참이나 걸어서 산타아나 성당에 도착한 것과 다르게 내 성당 구경은 매우 짧았다. 내부 구석구석 퍽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성당 마당까지 꼼꼼하게 모두 구경해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천천히 햇살 가득한 골목길을 걸어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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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uig City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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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ang Barangay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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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아나 바랑가이 표지판
Minor Basilica and Archdiocesan Shrine Parish of St. Anne - Taguig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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