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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생활] 현재 대기자 70명, 메랄코에서 대기번호표를 받는 일이란

by 필인러브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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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랄코의 대기 고객 현황 안내판

 

 

필리핀 마닐라에서 생활하면서 보기 드물게 흡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을 만났다. 왜 저렇게(혹은 왜 저 따위로) 업무를 처리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일을 참 잘한다고 감탄하는 일은 1년에 1~2번 있으면 많은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메랄코 전기요금 계약자 명의변경을 하고 싶어서 메랄코 타귁 비즈니스 센터 사무실에 갔다가 대기 번호표만 받고 깜짝 놀라서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다. 내 앞에 39명의 고객이 기다리고 있어서 대략 65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친절한 가드 아저씨 덕분에 다행히 의자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1시간을 앉아 있기에는 굉장히 불편한 플라스틱 의자이다. 전날 새로 로드 충전을 해서 스마트 데이터도 가득한데 어째서인지 인터넷 접속마저 되지 않으니, 왜 주변 사람들이 영혼을 상실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요금 미납으로 상담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60분이 지나도 내 차례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밖으로 나와 앙카스 오토바이를 불렀다. 어차피 올티가스에서 저녁 약속이 있으니 올티가스에 있는 메랄코 사무실을 방문할 요량이었다.

 

막연히 올티가스에 있는 메랄코 본사에 가면 되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본사 앞은 볼 때마다 한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 상담 업무를 해주는 비즈니스 센터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검색을 해보고 산미구엘 본사 근처에 있는 퍼시픽 센터 빌딩에 있다는 MCAO(Meralco Consumer Assistance Office)로 목적지를 잡았다. 구글맵에 사진조차 올라와 있지 않은 데다가 입구에 변변한 안내문 하나 없어서 이런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일지 의심스러웠지만, 방명록을 적고 5층으로 올라가 보니 다행스럽게도 사무실이 운영 중이었다. 더욱더 기뻤던 것은 나 외에는 다른 고객이라고는 하나 보이지 않았다는 것. 방문 고객이 많이 없는지 대기 번호표 발급기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바로 이것저것 상세히 안내를 해주던 직원은 명의변경을 하려면 메랄코 타귁 비즈니스 센터에 다시 한번 가야만 한다고 안내해 왔다. 접수는 자신이 해주겠지만, 서비스 신청서와 보증금 등을 내려면 반드시 관할 구역에 있는 지점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메랄코의 대기 번호표를 보여주면서 너무 붐벼 이곳으로 왔다고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라도 이곳에서 업무 처리가 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와 상담하던 직원이 다음 주 수요일 정도에 자신에게 연락하면 대기 번호표를 받지 않고 좀 더 빨리 업무 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안내해 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은 카르티나라고 알려주면서 메모지에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다음 일이다. 수요일이 되자 카르티나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그녀는 내게 언제 사무실 방문이 가능한지 묻더니, 이내 메랄코에 방문해서 샤런이란 이름의 직원을 찾으면 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전기요금 때문에 세 번이나 메랄코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이 즐거울 리는 없지만, 의외로 즐거웠던 것은 카르티나가 알려준 대로 샤런이란 이름의 직원을 찾았더니 바로 상담 좌석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샤런은 한국드라마에 한참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가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을 보지 않았음을 아쉬워했지만,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주인공 이름을 알고는 있다는 것에 만족해했다. 그리고는 바로 깔끔하게 접수 처리를 해주면서 일전에 왔을 때 대기 시간이 길었던 것에 사과를 해왔다. 메랄코 오피스에 사람이 가득한 것이 메랄코의 잘못은 아닌 터라 직원의 사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날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메랄코 건물에 들어서면서 경비원이 건네준 대기 번호표에 내 앞으로 70명이나 되는 고객이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타귁시티
Meralco Business Center - Taguig Branch
방문 고객이 워낙 많아서 사무실 바깥에도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건물 안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더워도 바깥에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런 번호표를 받으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올티가스의 Meralco Consumer Assistance Office
이런 곳에 메랄코 사무실이 있을까 싶지만 정말 있다.
2024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메랄코 사무실에는 코로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시 방문한 타귁의 메랄코 비즈니스 센터
70명이 대기하고 있다니, 오전 10시도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실로 무서운 대기번호표이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메랄코에서 대기번호표를 받는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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