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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우한폐렴도 무섭지만, 생계유지는 더 무서운 법

by 필인러브 202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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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일요일에 축제가 있어!"

그전까지는 그런 이야기가 없더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퍼지니 무서움이 들었나 보다. 동네 사람들 입에서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건강 조심하라는 말끝으로 아저씨가 내게 한 말은 이번 일요일에 마을에 축제가 있으니 구경 오라는 이야기였다.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이 몰려드는 축제 구경을 오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도무지 논리에 맞지 않지만, 아저씨의 착해 보이는 얼굴에 대고 그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어제 마닐라 산라자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제 이후 갑자기 마스크 착용자가 부쩍 늘어난 것이 뉴스를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산 것 같았다. 전문가들이 권유하는 마스크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일회용이나 천으로 된 조잡한 마스크이다. 그나마 마스크 착용법이라도 맞추어 쓰면 좋은데 코 아래 걸쳐두어서 도무지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스크가 더러워서 우한폐렴에 걸리기 전에 다른 병에 걸리겠다 싶은 것도 보인다. 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이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덕분에 활기차게 된 것은 리베르타드 모퉁이에서 마스크를 파는 아저씨였다. 천으로 만든 30페소짜리 마스크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싼 바이러스 전용 마스크를 구매하기란 어려울 터이니 그것이라도 사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디자인을 골라 귀에 걸치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통 때와 다름없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특히 파사이 리베르따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신문에서 워낙 떠드니 무언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조심한다는 생각은 잠시일 뿐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관한 이야기뿐이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이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하긴, 우한 폐렴 걸리는 일이 무섭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당장 일을 그만두면 우한폐렴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을 터였다. 우한폐렴은 무섭지만, 생계유지는 더 무서운 것이라서 줄줄이 딸린 식구들 생각을 하면 일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위생 관념이 별로 없는 왕완딩 씨 가게까지 소독제와 마스크가 등장한 것을 보면서 소독약으로 손만 계속 닦아내는 것보다는 가게 주변 청결에 힘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그런 주제넘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가게 옆 좌판에 가서 귤을 사다가 완완딩 씨에게 건네주면서 질병이 있을 때는 영양가 있는 것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고 잔소리를 했다. 모두 건강하기를. 그래서 이 질병이 그냥 지나가는 기억으로 그치기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Pio del Pilar Barangay




▲ 거리 곳곳에 장식을 다는 아저씨들. 이런 장식을 반데리타스(banderitas)라고 부른다. 필리핀에서 이 반데리타스는 동네 축제의 상징이다.  








▲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는데, 이럴 때만큼은 바랑가이 축제 정도는 하지 않으면 어떨까 싶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 병아리 사세요! 




▲ 마스크를 쓴 사람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다. 



▲ 가끔 예쁜 마스크도 보인다.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필리핀 마닐라] 우한폐렴도 무섭지만, 생계유지는 더 무서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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