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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루손 섬 : 수빅&클락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스페인 식민지 시대로의 시간 여행,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지배층이 살았던 집은 얼마나 호화로울까? 

1898년 12월 10일 파리조약을 통해 미국은 필리핀 통치권을 갖게 된다. 스페인에 양보의 대가로 2,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필리핀의 통치권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까지 필리핀은 무려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는 언어에서부터 시작, 의복과 문화, 경제, 주거 형태 등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사회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쳤다. 1898년부터 1946년 사이 미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스페인 지배를 워낙 오래 받다 보니 스페인 문화의 흔적은 생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필리핀에서 스페인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마닐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나 일로코스 지방에 있는 비간(Vigan City)이란 이름의 도시에 가면 된다. 하지만 스페인 식민지 시절 부유층이 살았던 집의 주거 형태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비간보다는 바타안으로 가는 것이 좋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호화롭고 한적했던 지배 계층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바타안(Province of Bataan)에서도 바각(Bagac)이라는 동네에 가면 '호세 제리 아쿠자르(Jose Gerry Acuzar)'씨가 만든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Las Casas Filipinas de Acuzar)'라는 이름의 야외박물관(Open-air museum) 겸 리조트가 있다. 용인 민속촌과 컨셉이 비슷한 이곳은 스페인 시절의 풍경을 재현해둔 곳인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테마파크 분위기지만 촌스러운 페인트칠이 어색하게 거슬리는 그런 놀이공원 분위기는 아니다. 어떤 쪽인가 하면 입구에서부터 길가의 가로등 하나하나까지 상당히 섬세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놀라운 것은 이곳에 있는 주택들이 스페인 시절 지어진 집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원래 한곳에 모여있던 것이 아니라 필리핀 곳곳에서 가져와 복원하여 만든 주택이라니, 대체 누가 어떻게 이걸 만들 생각을 했을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십여 년 전에 아쿠자르 씨가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를 만든 과정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영화 같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뉴 산호세 빌더스(New San Jose Builders)라는 이름의 건축회사를 운영했던 아쿠자르 씨는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 옛 문화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그는 대규모의 정부 건축사업을 진행하면서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돈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풍경을 다시 만들기를 원했다. 그의 꿈은 바타안에서도 가장 작고 오래된 동네인 바각(Bagac)의 바닷가 옆에 400헥타르(121만 평)에 이르는 땅을 마련해 놓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바타안 전체 토지면적의 16.5%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토지였다. 땅이 준비되자,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주택을 통째로 바타안까지 옮겨다 복원할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돈과 열정, 인내심이 모두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아쿠자르 씨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아쿠자르 씨가 본격적으로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필리핀 곳곳에서 돌아다니면서 그의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는 일이었다. 집이 가구나 작은 장식품도 아닌데 어떻게 가지고 올까 싶지만, 그는 매우 부자였고, 부지런하기도 했다. 그는 마닐라의 퀘존이나 불라칸에서부터 라우니온까지 필리핀 구석구석을 다니며 저택을 골라냈다. 아쿠자르씨는 단순히 오래된 주택보다는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건축학적인 가치가 있는 주택을 원했고, 그런 주택을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필리핀 전역에서 섬세하게 집을 골라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집을 사고, 분해하여 바타안까지 가지고 와서 다시 그대로 짓는 일의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때로는 집 구매 비용에 가까운 돈이 집을 옮기는 비용으로 들기도 했다. 복원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도 많았다. 복원한 집이 늘어나면서 노하우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18세기에서 19세기에 지어진 주택을 해체한 뒤 바타안으로 옮겨와 똑같이 세우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해체된 집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고 힘쓴 데다가 혹 훼손된 부분이 발견되어도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은 더욱 더디 진행되었다. 낡은 집을 분해한 뒤 바타안으로 가지고 와서 다시 짓는 것이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아쿠자르씨는 벽돌로 지어진 석조저택(Bahay nabato)을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벽돌 하나하나까지 번호를 매겨 그 번호 순서대로 옮겼다고 한다. 아쿠자르씨는 13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 외에도 나무조각가와 금속 조각가를 수십 명 고용했지만, 복원 작업은 매우 더뎌 보였다. 그러나 느리다고 끝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에 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는 서른 채 가까운 주택이 있고, 집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까지 꼼꼼하게 스페인 시절의 모습을 매우 잘 복원해두었다. 입장료가 비싸고, 마닐라에서부터 거리가 먼데다가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무척 힘든 곳이지만, 아쿠자르 씨의 노력을 생각하면 마닐라에서부터 150km의 거리가 크게 먼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필리핀 바타안]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Las Casas Filipinas de Acuzar)


'Las Casas Filipinas de Acuzar'란 이름을 한국어로 옮겨적기는 쉽지 않다. 호텔 예약 사이트만 봐도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 혹은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드 에쿠자', 아니면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드 아쿠사르' 등 다양하게 적고 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아쿠자르에 가깝게 발음한다. 암튼, 라스 카사스를 구경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방법과 리조트로 쓰이는 저택(카사)에 방을 빌려 숙박을 하는 방법이다. 우아한 옛 저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매우 특별해 보이지만 숙박비가 비싼 데다가 오래된 집을 이용하다 보니 객실 상태가 기대만큼 좋지 못하다는 것이 투숙객들의 중론이다. 2박을 하면 숙박비 할인 등을 해주기도 하지만, 리조트 내에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대가 비싸서 식사비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아무리 멋진 동네라고 하여도 며칠씩 있기란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 


그런 까닭에 방문객 대부분은 보통 데이투어(Heritage Tour)를 하는데, 리조트로 사용되는 저택 내부를 제외하고 저택의 안팎을 구경할 수 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칼레마 말마차 이용권과 강 위에서 타는 발사(Balsa) 보트 무료 이용권을 주니, 칼레사 말마차를 타고 스페인 식민 시절 풍경을 느끼게 해주는 거리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간혹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필리핀 전통춤 공연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공연 수준이 꽤 높은 편이다. 필리핀 최초의 특급호텔이었다는 비논도의 호텔 드 오리엔트(Hotel de Oriente)를 복원하여 지은 호텔 내 연회장에서 공연이 진행되어서 무대 시설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는 데다가 음향 시설도 좋지 못한 편이지만,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에 위치한 바바라스 레스토랑의 공연보다 훨씬 공연 수준이 높아서 시간을 내어 볼 만하다. 


전화번호 : (02) 8833.3333 loc 116-117 / 0917.872.9361, 0925.805.5232

■ 홈페이지 : https://www.lascasasfilipinas.com/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LasCasasBataan/

■ 입장료

- 주말 : WEEKEND HERITAGE TOUR 2,500페소

- 주중 : WEEKDAY HERITAGE TOUR 1,500페소 / WEEKDAY PREMIERE HERITAGE TOUR 1,850페소 

■ 비고 

- 프리미어 투어는 투어 가이드가 동행하여 각 건축물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 시간별로 진행되어서 시간에 맞추어 가야 한다. 

- 가이드투어 진행시간 : 오전 8:30, 9:30, 10:30, 11:30 / 오후 1:30, 3:30, 4:30

- 입장료에는 무료 생수(또는 음료수), 물수건, 지도, 칼레사 말마차 이용권, 리버 크루즈(발사보트)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다. 




■ 주소 :  Brgy. Ibaba, Bagac, Bataan 2107, Philippines

■ 위치 : 필리핀 바타안 / 바타안 국립공원 근처 

■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 마닐라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수빅에 가서 이동하거나 몰 오브 아시아 근처에서 마닐라-바타안 페리 보트를 타고 카핀핀 항구(Port Capinpin)까지 간 뒤 트라이시클이나 지프니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이동 방법이 쉽지 않다.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을 위해 렌터카 차량을 빌려 가는 것이 좋겠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스페인 식민지 시대로의 시간 여행,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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