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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보니파시오 마켓마켓에서 마우스를 하나 사려면

by 필인러브 202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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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별일은 아니지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상당히 거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우스이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힘겨운 임무를 드디어 끝냈으니, 그동안 고생한 마우스에게 표창장이라도 주어야 마땅하겠지만 세상은 쓸모없어진 것들에 대해 비교적 냉혹한 편이다. 그동안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는 떠올리지 않은 채 주저 없이 마우스를 버리고, 컴퓨터를 살 때 사은품으로 받았던 유선 마우스를 꺼냈다. 원가 절감이란 멋진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넣어 만든 마우스는 손가락의 감촉부터 익숙하지 못했다. 유선 마우스인지라 줄이 어지러운 것이야 이해하지만,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딸칵 소리도 심했다. 나는 컴퓨터 바탕화면의 폴더조차 제자리에 있어야 일을 시작하는 종류의 인간인지라 낯선 마우스에 바짝 신경을 쓰다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했다.

꽤 오랜만에 방문한 보니파시오의 마켓마켓(Market! Market!)은 분위기가 살짝 바뀌어 있었다. 일전에 왔을 때만 해도 죽어버린 도시의 마지막 쇼핑몰처럼 휑하기만 했었는데, 9월이 되었다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곳곳에 붙여 두어서 그런지 제법 활기차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손님이 적지만, 그래도 금요일 오전 시간임을 고려하면 제법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마음만이 풀어진 것일 뿐 상황은 작년 3월과 비교하여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예전처럼 한가롭게 쇼핑몰을 어슬렁댈 수는 없었다. 재빨리 컴퓨터 샵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코로나19도 필리핀식의 복잡한 구매 과정을 전혀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필리핀에서 마우스를 하나 사려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QR코드를 입력하고, 체온을 잰 뒤 매장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우스 판매 코너 쪽으로 가서 판매 직원에게 진열장 유리 안에 있는 마우스를 좀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잠깐 기다려야 한다. 진열장 안에 있는 제품은 말 그대로 진열용이라 직원이 마우스를 가지러 창고에 다녀오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마우스를 사고 싶다고 내 마음을 알려주면 직원이 작은 종이를 내미는데, 이 종이에 이름과 연락처, 거주지를 적어주어야 결제 코너로 이동하여 돈을 낼 수 있다. 물건을 사려면 돈을 내야 하니, 결제 담당 직원에게 가서 돈을 내고 영수증에 서명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돈을 냈음을 증명하는 영수증을 들고 다시 물건 수령대로 이동해만 한다. 물건 수령대로 가면 직원이 다시 종이를 하나 내미는데, 이건 물건을 받아 갔음을 확인하는 종이이다. 고작 마우스 하나 사는데 왜 자꾸 서명을 하라고 하는 것일까 싶지만, 수령증에 서명을 해야만 비로소 마우스를 손에 쥐고 품질보증 기간이 1년임을 안내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800페소짜리 마우스를 하나 사기 위해서 최소 네 명의 직원을 만나고, 세 번은 펜을 들어야 하는 셈이다. 

 

당장 마우스를 새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성가신 과정을 거치고 새로 산 마우스를 손에 쥔 뒤 재빨리 마켓마켓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이렇게까지 물건 구매 과정을 복잡하게 한 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바꾸지 않고도 필리핀이 발전을 꿈꿀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필리핀 마닐라 보니파시오 
샌들 브랜드인 하바이아나스(Havaianas)에서 포토존을 꾸며놓고 있었다. 
바랑가이 포트 보니파시오의 백신접종센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레스토랑 내에서의 식사조차 어려워져서인지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이 잔뜩이었다. 
세다호텔 1층에 자전거 거치대가 생겼다. 이런 고급 호텔에서 입구 쪽에 자전거 세우는 곳을 다 만들다니, 놀라운 일이다.  
Serendra Piazza
이제 야외에서는 페이스쉴드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몸에서 페이스쉴드를 떼놓을 수는 없다. 건물 안에 들어가려면 여전히 페이스쉴드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9월이 되었다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여행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투어리스트 폴리스(tourist police) 데스크가 생겼다. 
마켓마켓(Market! Market!)
쇼핑몰 내부에는 손님이 제법 보였다. 
매장 대부분이 영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문을 닫은 매장이 보였다. 
놀랍게도 페이스쉴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쉴드 때문에 시야가 흐릿할 터인데, 놀라운 능력이다. 
마으스를 사면 영수증을 두 장이나 준다. 한 장은 A/S를 위한 보증서(Warranty slip)이다. 고장이 난다고 해도 수리를 받으러 올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나에게는 카메라 수리를 맡기고 6개월을 기다린 경험이 있다. 
마켓마켓 쇼핑몰 앞에 광장에도 다시 상점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독특한 형태의 테이블은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이 자전거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만든 의자이다. 


[마닐라 생활] 보니파시오 마켓마켓에서 마우스를 하나 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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