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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안녕! 외식, 오랜만이야.

by 필인러브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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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식당 내에서의 식사가 금지됩니다."
외식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건만 매장 내에서 식사가 금지된 것은 좀 울적한 일이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여행은커녕 외출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한 달에 한두 번 식당에 가는 일이 꽤 큰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결국, 남이 손으로 해 준 음식에 대한 갈망을 참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반찬통을 챙겨 나섰다. 단골 베트남 식당에 가서 음식을 포장해서 올 요량이었다. 그런데 가게 앞은 장사를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문 앞에 'OPEN'이란 글씨가 적혀 있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식당 특유의 북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매장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으니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머뭇대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내게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건네왔다. 화들짝 놀라서 매장 내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오늘부터 가능하단다. 재빨리 자리를 잡고 앉아 욕심스럽게 음식을 주문하고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보면서 코로나19 격리단계가 바뀌어서 이제 매장 내 식사가 허용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모르고 반찬통을 잔뜩 챙겨 나온 것이 우스웠지만,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식당 테이블에 앉으려니 마음이 설렜다. 하긴, 나보다도 더 기쁜 것은 식당 주인일 터였다. 짐작건대 아마 내가 첫 손님인지 갑자기 분주한 모습으로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까지 가져다 틀어준다. 그리고 주방 쪽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더니 이내 상냥한 얼굴로 가져다준다. 남이 해준 밥이 이렇게나 맛이 있었던가. 점심 한 끼 밖에서 먹었을 뿐인데 무언가 대단히 특별한 일을 한 기분이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물게 된 지 1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난 요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더욱더 늘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숫자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룻밤 사이에도 수백 명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사망자 수를 봐도 아무런 느낌을 얻지 못할 정도이다. 그 숫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연인일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무감각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더욱더 나쁜 것은 외부에 대한 무관심이다. 기실 필리핀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발표하든지 간에 나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 격리단계가 어떤 알파벳으로 바뀌든지 내 생활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월요일이 금요일 같고, 금요일이 수요일 같다고 할까. 필리핀 정부에서 수시로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어떤 뉴스를 봐도 흥미를 갖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잠자는 시간도 아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기도 하지만, 생활의 바쁨보다는 정보의 유효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Red-Yellow-Green System이니 COVID-19 Alert Levels System 이니 여러 가지 새로운 단어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 역시 얼마나 오래갈지 신뢰는 가지 않는다. 내일 당장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나와 지금까지의 내용을 모두 취소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이다. 어쩌다 밥 한 끼 먹는 일조차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것일까. 마음이 착잡한 요즘이었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VITMAP RESTAURANT
코로나19 등장 이후 식당 문 앞에는 이런저런 안내문이 잔뜩 늘어났다. 
두 달 만에 가본 식당의 테이블에는 STOP COVID-19 글자가 생겨 있었다. 
레몬그라스 향이 좋은 치킨 : )  

[마닐라 생활] 안녕! 외식,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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