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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생활] 현금 없는 사회와 필리핀 중앙은행(BSP)의 20페소 동전 출시

by 필인러브 201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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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20페소



이번 달 초의 일이지만,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 조금 재밌는 지폐를 발행했다.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는 1949년 설립 때부터 대통령과 BSP 총재의 서명을 지폐에 넣고 있는데,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의 일부로 벤자민 디오코(Benjamin Diokno) 총재의 서명이 들어간 지폐를 발행한 것이다. 원래 예산관리부(DBM) 장관이었던 벤자민 디오크노는 올해 3월부터 필리핀 중앙은행총재직을 맡게 된 인물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지폐에 총재 서명이 들어갔다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었지만, 지폐 발행이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서명이 매우 독특하였기 때문이다. 서명이 벌레 모양으로 생겨서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게끔 보였던 것이다. 필리핀중앙은행(BSP)에서는 지폐에 서명 외에도 보안 기능이 있음을 강조했지만, 벤자민 디오크노는 자신의 서명이 벌레 모양이라는 것은 인정해야만 했다. 

그런데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 재밌는 일을 기획하는 것에 재미가 붙은 모양이다. 20페소를  동전으로 만들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빠르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늦으면 내년 초에 출시될 것이라나. 필리핀에서 20페소 동전을 만드는 이유는 지폐의 수명 때문. 소액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만큼 훼손이 많아서 사용을 오래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이다. 이에 관해 지난 7월 17일 필리핀 중앙은행의 달리아 루나(Dahlia Luna) 보좌관은 "UP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20페소 지폐가 매우 더럽다고 밝혀졌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런 건 굳이 연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필리핀 생활을 하면서 더럽고 구겨진 20페소 지폐를 받아보지 않은 이가 대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말인가. 아무튼,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는 20페소 동전 출시를 앞두고 현재 동전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마누엘 L. 케손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바나웨 라이스 테라스 등을 디자인에 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전의 디자인 외에도 위조 방지 기능을 고려해야 할뿐더러 BSP의 통화 설계 및 개선위원회의 제안서는 통화위원회에 제출된 뒤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제조 및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동전이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필리핀 중앙은행(BSP)의 20페소 동전 출시가 전 세계가 점점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로 달려가는 있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라는 점이다. 물론 20페소를 동전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20페소 지폐의 수명이 1년 미만인데 비해 동전은 10년에서 15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서 동전 제조원가가 지폐의 제조원가보다 2페소 정도 비싸더라도 주조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동전은 지폐보다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기간이 훨씬 길다는 것은 틀림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굳이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야 할까 싶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스웨덴이나 덴마크를 선두로 전 세계가 동전(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때문이다. 과연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바람직한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용카드 및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동전은 물론 현금 자체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행에서도 이미 2016년도 말에 동전 없는 사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동전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서 동전의 발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동전 제조원가는 보통 동전의 표기 금액보다 비싸기 때문에 화폐 생산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동전의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에서는 동전 없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고 있다. 모두 전산화되면 은행에 훔쳐 갈 돈이 없어지고 은행강도가 무거운 자루를 들고 들어가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필리핀의 지프니 운전기사에게 갑자기 손가락 마디 사이에 20페소 지폐를 끼우던 것을 멈추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과 같은 현대화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현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나 외국인을 위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방식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퀘존에 있는 필리핀 중앙은행(Central Bank of Philippines). 흔히 BSP라고 부르는데, 타갈로그어 Bangko Sentral ng Pilipinas 의 약자이다.
 벤자민 디오코 총재의 서명이 들어간 지폐 (이미지 출처 : BSP 페이스북) 필리핀 대통령 사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면, 지폐 가운데를 보면 된다. 필리핀의 국장 아래 두테르테 대통령의 서명을 볼 수 있다.
 왼쪽을 보면 확실히 서명이 특이하기는 하다. 아침 먹고 땡 어쩌고 하면서 해골바가지를 그리던 노래가 생각난다.
 필리핀의 화폐 단위는 페소(Peso, PHP)로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 발행하고 있다. 지폐의 종류는 모두 6가지로 20페소, 50페소, 100페소, 200페소, 500페소, 1,000페소가 있다. 물론 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폐는 20페소와 50페소이다. 시중에서 위조지폐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 중앙은행에 따르면 나름대로 위조지폐 방지가 잘되어 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20페소를 가장 많이 만지는 사람은 버스에서 요금받는 분일 것이다.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 내면 이렇게 영수증을 준다. 
 필리핀에도 지캐시(GCASH)와 같은 결제 수단이 생겼지만, 중국의 알리페이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부자는 굳이 지캐시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가난한 자는 지캐시에 충전할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전자지갑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여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지캐시(GCASH)의 등장으로 현금 사용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교통카드인 비프카드(beep card)가 등장하면서 버스나 지상철 등을 이용하기가 쉬워지기는 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생활] LRT와 MRT 등 대중교통을 위한 교통카드 만들기 - beep card

필리핀 동전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 및 사진을 참고로 작성되었으며, 첨부된 사진의 출처는 표기된 바와 같습니다.
· Bangko Sentral ng Pilipinas
http://www.bsp.gov.ph/
· BSP studying the production of P20 coins
https://www.pna.gov.ph/articles/1075253

 

필리핀 버스 



[필리핀 생활] 현금 없는 사회와 필리핀 중앙은행(BSP)의 20페소 동전 출시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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