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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생활] 뽀빠이와 파파이스, 그리고 1+1 비스킷의 배반

by 필인러브 202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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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의 일이지만, 미국 텍사스의 파파이스 매장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총기 사건이 일어났다. 파파이스 매장에서 손님이 권총을 꺼내든 이유는 치킨 샌드위치가 품절이었기 때문이었다. 햄버거 하나 당장 먹지 못한다고 권총을 꺼내 들 정도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염려스럽지만, 대체 치킨 샌드위치가 어떤 맛이기에 그렇게까지 했을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충분했다. 


1971년 미국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것은 영화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였다.  강력계 형사 도일(진 해크먼)과 그의 파트너 루소(로이 샤이더)가 프랑스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 히트를 쳤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알 코플랜드(Alvin C. Copeland Sr.)가 치킨집을 열었을 때까지도 그 인기는 여전했다. 알 코플랜드는 1972년 "Chicken on the Run"이란 이름으로 남부 스타일의 치킨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손님이 많지 않았으니 뉴올리언스식으로 치킨 조리법을 바꾸는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그는 가게 이름마저 파파이스 치킨 앤 비스킷(Popeyes Chicken & Biscuits)로 바꾸었는데, 영화 프렌치 커넥션의 주인공인 도일의 별명인 파파이(Popeye)에서 착안한 이름이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파파이스(팝아이~즈)의 이름이 만화 캐릭터 팝아이(Popeye)에서 따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파파이스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영화 프렌치 커넥션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만화 영화 베티붑의 조연 캐릭터였던 팝아이(Popeye)가 뽀빠이가 되기까지이다. 선원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문 팝아이(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강해지는 캐릭터인데, 엘지 크리슬러 세가(1894년~ 1938년)라는 이름의 잘생긴 만화가가 청운의 꿈을 품고 시카고로 가서 1929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튀어나온 퉁방울눈 때문에 팝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당시 어찌나 인기를 끌었는지 이 캐릭터 덕분에 미국의 시금치 소비량이 30%나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팝아이가 어쩌다가 뽀빠이가 되었을까? 이야기는 간단하다. 'Popeye'를 놓고 미국 사람들은 파파이 혹은 팝아이라고 발음했지만, 일본 사람들이 이 발음을 따라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본 사람들은 팝아이를 포파이로 불렀고, 이게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뽀빠이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일본식 영어 발음이 엘지 크리슬러 세가는 짐작하지도 못했을 뽀빠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탄생하게 한 셈이다.  




각설하고, 작년 5월 필리핀에 파파이스(​Popeyes Philippines)가 다시 문을 열었다. '다시'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파파이스가 10년 정도 전에 필리핀에서 철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파파이스의 프라이드 치킨과 비스킷을 다시 맛보게 된다는 것을 환영했다. 파파이스는 몇 달만에 매장을 11개까지 늘렸지만, 졸리비나 맥도날드와 같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음식맛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에서 비스킷을 하나 사면 하나 더 준다고 "BUY 1 GET 1" 광고를 끊임없이 하기에 혹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가 대단히 실망하고야 말았다. 랜더스 슈퍼마켓에서 운영하는 Central Delivery 사이트는 배송비가 20페소밖에 하지 않았고, 진한 주황색의 음식 포장지는 상당히 예뻤지만, 결정적으로 음식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맛이 있다 없다의 문제를 떠나서 음식이 지나치게 짜서 건강이 염려스럽다. 치킨이야 좀 짜도 밥이랑 함께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하나 먹으면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을 모두 충족할 정도로 짠맛이 강한 비스킷은 좀 당황스럽다. 맛있는 것을 너무 자주 먹어서 밀가루를 대충 뭉쳐 구운 것처럼 퍼석하고 짠 무언가를 색다르게 경험해보고 싶을 때 사보면 좋을 것 같다. 




파파이스 비스킷. 



▲ 한입 먹으면 파파이스에서 일회용 포장까지 해서 꿀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은 하나도 없다. 



▲ 아무리 배달음식이라고 하지만, 감자튀김도 매우 눅눅하다. 치킨버거도 그냥 그렇다.  




[필리핀 마닐라 생활] 뽀빠이와 파파이스, 그리고 1+1 비스킷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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