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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칸시 불랄로(Kansi Bulalo)맛집 - 팻팻 칸시(Pat Pat's Kansi)

by 필인러브 202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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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두 가지 색을 한꺼번에 품고 있는 오후였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파란 하늘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잿빛 하늘이 보였다. 바람 끝으로 더운 기운이 감도는 이런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면 문득 여름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잠깐 자전거를 탔을 뿐인데 꽤 더워서 사거리 신호등 옆에 서 있다가 이내 자리를 뜬 것은 두리안 냄새 때문이었다. 과일 좌판 위에 놓인 두리안은 고작 3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거리를 가득 두리안 냄새로 채우고 있었다. 두리안 냄새를 피해 딱히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어슬렁대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고작'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으니,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모퉁이 일식당이 마음에 들지만, 주인이 일본 사람이었다. 아직도 게토레이보다는 포카리스웨트를 좋아하지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면 모를까,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터라 일식당으로는 발걸음이 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의자에만 앉아도 좋을 것 같은 지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나는 일식당 건너편에 있는 팻팻 칸시(Pat Pat's Kansi)란 이름의 로컬식당에 가기로 했다.


내가 고른 식당은 가게 이름대로 칸시(Kansi)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칸시를 팔았다는 곳으로 음식 맛이 꽤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비큐와 시시그 등도 팔지만,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면 역시 일로일로 스타일로 끓여내는 소고깃국이다. 필리핀 전통 음식인 칸시(Kansi)는 소고기의 사태 부위를 큼지막하게 썰어 오래오래 끓여 만드는 음식이다. 하지만 칸시 요리에 정답은 없다. 주로 소고기를 쓰기는 하지만, 소고기가 마땅한 것이 없으면 돼지고기로 만들기도 하고, 식구는 많은데 고기가 부족하면 잭 프루트를 넣고 끊이기도 한다. 타마린(turmeric)이나 아나토 씨앗(Annatto Seed)을 갈아 넣어 연한 주황색 빛깔을 내기도 하지만, 없다면 그냥 간장으로 색을 내도 무방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칸시는 시니강(Sinigang)과 불랄로(Bulalo)의 중간 맛을 난다. 굳이 따지자면 시니강보다는 불랄로에 더 가깝지만, 시니강처럼 새콤한 맛이 살짝 감도는 것이 불랄로와는 조금 다르다. 시니강이나 불랄로 모두 잘 먹는 편이라서 칸시의 맛을 보고 싶었지만, 주문을 망설인 것은 칸시 불랄로(Kansi Bulalo)는 1인분에 185페소인데, 칸시 라만(Kansi Laman)은 2인분에 155페소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불랄로를 주문하면 뼈가 함께 나오고, 라만을 주문하면 살코기만 준다고 알려준다. 나는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 먹는 일에 달리기만큼이나 소질이 없었다. 감자탕도 살코기 부분만 간신히 떼먹을 뿐이라 살코기만 준다는 칸시 라만 쪽이 더 끌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인분을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칸시 불랄로를 주문하고 곧 후회했다. 직원이 가져온 불랄로 뼈가 어찌나 큰지 입이 쩍 벌어졌다. 


"아이고, 나무막대로 뼈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 드세요!"

만화책에나 나올법하다고 생각하면서 멍청한 얼굴로 큼지막한 불랄로 뼈를 바라보고만 있으니, 직원이 와서 뼈에 붙은 살을 먹으려면 칼로 잘라낸 뒤 나무막대를 사용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호모 파베르의 기운을 전혀 받지 못한 나는 도구를 쓰지 못하는 인간이라 당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우려고 주변 테이블을 휘휘 돌아보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마침 커플 하나가 식당으로 들어와서 불랄로를 주문했다. 그런데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는 말은 참말이다. 남보고 따라 하기, 그것도 쉽지 않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무척 사이좋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서 불랄로를 주문했지만, 나무막대 기술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음식을 포장해서 가버렸다. 나는 뼈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필리핀 사람처럼 밥에 짭조름한 국물을 끼얹어 점심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 뼈를 포장해 달라고 부탁한 뒤 서둘러 자전거를 탔다. 깔띠마 시장에 가서 거북이 사료를 사고, 보스네 집에 가서 개에게 뼈를 선물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 팻팻 칸시(Pat Pat's Kansi)


■ 전화번호 : 02 88906179

■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0시 




■ 주소 : Sampaloc Corner Kamagong Street, San Antonio, Makati City

■ 위치 : 마닐라 마카티 산안토니오 빌리지 / 라세마 찜질방 근처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요즘 마닐라는 곧 여름이 오려나 싶은 그런 날씨이다. 



▲ 팻팻 칸시(Pat Pat's Kansi). 이곳은 원래 일로일로 하로(Jaro)에서 장사를 했었다고 한다. 왜 마닐라까지 와서 분점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카티에서 칸시를 먹으려면 이 식당이 최고라는 것이 동네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메뉴판 




▲ 가게 내부 



▲ 불랄로를 주문하면 칼과 긴 나무막대. 포크 등 각종 도구를 준다.  




▲ 칸시(Kansi)는 언뜻 보면 갈비탕 비슷하다. 우기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먹으면 참 좋은 음식이다. 



▲ 일본음식을 상당히 좋아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쉽지 않다. 




▲ 마카티 라세마 찜질방(New Lasema Spa)



▲ 깔띠마 시장으로 출발. 



  De La Salle-College of Saint Benilde, School of Design and Art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지 거리가 좀 한산해졌다. 



▲ 마사지가 필요해 보이는 모습으로 마사지샵 앞에 앉아계신 가드 아저씨 



▲ 비토 크루즈역 사거리 



▲ 말라떼 경찰서에서 중국인 헬프 데스크도 운영하나 보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 한국슈퍼 꿀마트 



▲ 한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어학원 



▲ 길뿌얏역(Gil Puyat LRT Line 1 Station)



▲ 소고호텔 



▲ 손님이 확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중국인 슈퍼 



▲ 불랄로도 파는 Victoria Court Gil Puyat 러브호텔 




▲ 러브호텔에 왜 택시 표지판이 있을까? 러브호텔의 택시룸(Taxi room)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서 확인해본 적 있는데, 택시를 타고 호텔 안까지 들어올 수 있게 해둔 객실이라고 한다. 택시가 승객을 객실 앞에 내려준 뒤 뒷길로 바로 나가는 식이다.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칸시 불랄로(Kansi Bulalo)맛집 - 팻팻 칸시(Pat Pat's Ka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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