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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마닐라 보이' 아저씨가 파는 것

by 필인러브 201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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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야바위 아저씨만 보면 좋아서 뛰어가던 꼬마였던 나는 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그 버릇을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눈길을 끄는 것을 만나면 꼭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내가 대체 어디로 가고 있었던지, 시간은 몇 시인지 그런 것은 까맣게 잊고야 만다.


"너는 한국인이니? 나는 마닐라 보이(Manila Boy)야!"

만성절이라고 마닐라의 사우스 묘지(Manila South Cemetery) 주변이 온통 잡상인 천지였다. 묘지에 갈 때 필요한 초와 꽃을 파는 사람보다 옷과 음식,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파는 상인이 더 많으니 흡사 야시장이라도 된 모양이다. 그런 혼잡한 길 한가운데서 아저씨가 뭔가 독특한 것을 팔고 있었으니 보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마닐라 보이"라고 소개한 아저씨는 내 등장이 꽤 반가운 눈치였다. 한가했던 자신의 가게에 드디어 손님이 왔다는 것이 기쁜 기색이 역력하다. 내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더니, 둥근 수틀에 끼워진 천 위에 어떻게 수를 놓는지 거듭 알려준다. 그런데 다 만들어진 작품을 파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오롯이 내 착각이었다. 마닐라 보이 아저씨가 파는 것은 수를 놓는 데 쓰이는 바늘이었다. 아저씨가 말하기를, 자신이 파는 것은 필리핀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수를 놓는 특별한 바늘인데 한 개에 고작 35페소라나. 그러면서 바늘 3개를 한꺼번에 사면 100페소로 할인해주고 수를 놓을 때 쓰이는 도안 프린트물도 준다면서 나를 꼬신다. 다 만들어진 것을 팔면 하나 사려고 했었지만, 그 재료를 사라니 난처하다. 그것도 수틀이나 헝겊, 색실은 없이 바늘만 판다니 좀 당황스럽다. 손재주라고는 그 어딜 뒤져봐도 없는 인간이 나라서 바늘을 손에 잡는 일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해 준 것이 고마워서 가방에서 50페소를 꺼내 바늘을 한 개 샀다. 내가 자신의 설명을 못 알아듣는다고 여겼던 것인지 아저씨의 판매 전략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 놓는 방법을 무려 세 번이나 설명해 주었으니 바늘을 3개 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바늘 3개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하나 개만 사기로 한 것이다. 


마닐라 보이 아저씨는 내가 15페소 잔돈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지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냈다. 내 말솜씨에 이 외국인 여자가 넘어간 것을 봤지, 뭐 이런 얼굴이다. 하지만 마닐라 보이 아저씨나 뒤의 청년들이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내가 아저씨 설명보다 사람들의 우르르 몰려드는 것을 즐겁게 봤다는 점이었다. 내가 입을 쩍 벌리고 아저씨 설명을 듣는 것을 보려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드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쿠바오 역 앞에서 그림쟁이 아저씨가 내 초상화를 그려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아저씨가 나를 그리는 동안 손님들이 몰려와서 그림 예약을 하고 갔다면서 그림을 공짜로 주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디 가게에 호객 행위 전문가로 취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마닐라 사우스 묘지(Manila South Cemetery)에서 아얄라몰로 가는 길. 만성절이라고 차량 통행을 막고 있었다. 



▲ 마닐라 보이 아저씨 




▲ 집으로 돌아와 아저씨가 한 것이 정말 필리핀 전통 자수(Philippine Traditional Embroidery)인지 검색해 보았지만, 그런 자료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종종 그렇지만, 또 속은 모양이다.  





바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도 알려주었다. 




▲ 팬티 사세요! Nasser panty 가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 묘지에 다녀오는 길에 이불을 사는 것은 좀 묘하게 느껴지지만, 이불 가게가 가장 손님이 많았다.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마닐라 보이' 아저씨가 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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