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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구석구석/ 필리핀음식&맛집

[필리핀 마닐라] 1912년에 문을 연 우베 호피아의 원조 빵집. 엥비틴(Eng Bee Tin)



 중국 청나라가 아편 전쟁을 치르고 난국을 맞을 즈음의 일이다. 청나라가 위기에 내몰리던 1900년대 초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 중국 남동부 복건성(푸젠성)에서 온 이민자(Fujianese immigrant)들이 대거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필리핀을 중국과의 교역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던 스페인의 정책에 따라 이미 16~17세기부터 마닐라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화교가 살고 있었으니, 중국 복건성에서 대만을 지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간 것이다. 그리고 이들 화교 덕분에 필리핀에 중국의 월병과 비슷한 모양의 국민 간식이 생겨났다. 굽는 방법이나 모양새는 대동소이하지만,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 다른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박피아(Bakpia. meat pastry를 의미)라고 부르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호피아(Hopia. good pastry를 의미)라고 부른다.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처럼 생겨서 그런지 처음 먹을 때부터 거부감 없이 꽤 친근하게 느껴지는 필리핀 간식으로 언뜻 보면 빵처럼 보이지만 이스트를 사용하여 부풀게 만들지 않고, 설탕을 잔뜩 넣어 굽는 형태라서 빵이라기보다는 과자에 가깝다. 그러니까 호피아는 속에 넣을 충전물을 달게 만들어 놓고 얇은 밀가루 반죽으로 감싸 철판에 굽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충전물로 무엇을 넣느냐는 가게 주인 마음이겠지만, 주로 녹두(Monggo)나 아즈키빈(Red Mongo), 돼지고기(baboy), 그리고 우베(Ube)를 쓴다. 어떤 종류가 가장 맛있는가는 사람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죄다 우베 호피아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런데 우베 호피아(hopia ube)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필리핀 어디에서나 보이는 것이 우베 호피아이지만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4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호피아에 우베 앙금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한 곳은 1980년대에 비논도 차이나타운에 있는 엥비틴(Eng Bee Tin)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가게의 역사는 무려 1912년으로 올라간다. 중국 본토에서 농부였던 추추홍(Chua Chiu Hong)이 필리핀에 이민을 와서 시작한 일은 마닐라 차이나타운 비논도의 옹핀 거리(Ongpin Street)에 작은 가게를 차리고 중국식 빵을 파는 일이었다. 가게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장사가 곧잘 되어서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정도는 장사가 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이 왔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함에 따라 호피아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추추홍의 가게는 거의 파산할 정도에 이르렀다. 호피아 맛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옥수수기름을 사용하고, 빵 껍질을 얇게 하는 등 제품 개발을 해보기도 했지만, 손님이 늘지는 않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추추홍의 가족들이 모두 나서 직접 호피아를 굽기도 했지만, 결국 빵을 구울 재료를 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추추홍의 아들 제리(Gerry Chua)는 아버지의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슈퍼마켓에 갔던 제리는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아이스크림이 우베(Ube. 보라색 참마)인 것을 깨달았다. 제리는 우베를 사다가 앙금으로 만들어 호피아를 구워보기로 했고, 그 색다른 맛의 호피아를 가게에 상품으로 내놓기로 했다. 우베 호피아의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요즘은 슈퍼마켓에만 가도 호피아를 살 수 있지만, 그래도 호피아 종류의 간식에서는 엥비틴(Eng Bee Tin)이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호피아 제조업체답게 'Hopia King Bakery'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이다. 엥비틴(Eng Bee Tin)은 필리핀 곳곳 어디에나 매장이 있는데 쇼핑몰은 물론 지상철 역사 안까지 판매점이 입점하여 있다. 그리고 보니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마닐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을 검색하다가 차이나타운에 있다는 엥비틴 가게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차이나타운의 길이 익숙하지 않을 때였던 터라 물어물어 찾아가서 호피아를 먹고 왔는데 몸은 매우 피곤했지만, 꽤 근사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집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가 엔비틴 매장을 발견했으니, 그때의 기분이란!!! 걸어서 5분 거리에도 똑같은 것을 팔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온종일 걸려 차이나타운까지 갔었으니 허탈할 뿐이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마닐라] 갓 구운 호피아(Hopia)를 파는 빵집, 베이커스 페어(Bakers Fair)






[필리핀 마닐라] 차이나타운 - 엥비틴 차이니즈 델리(Eng Bee Tin Chinese Deli)


엥비틴(Eng Bee Tin)의 원래 이름은 엥비팅 호피아 팩토리(Eng Bee Tin Hopia Factory)였다고 한다. 하지만 티코이(Tikoy)와 월병(문케이크. MOONCAKE)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호피아만을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엥비틴 차이니즈 델리(Eng Bee Tin Chinese Deli)로 상호를 바꾸었다. 작년 7월에는 본점이 있던 곳 바로 근처에 건물을 새로 짓고 본점의 위치를 바꾸었는데, 건물이 매우 크고 깨끗하다.  



전화번호 :  828-88-888 / 824-19-999




■ 주소 : 628 Ongpin St, Binondo, Manila, 1006 Metro Manila

■ 위치 : 차이나타운 라마다 호텔(Ramada by Wyndham Manila Central) 바로 옆  / 비논도 처치(Binondo Church) 근처 






필리핀 마닐라 차이나타운 '플라자 로렌조 루이즈(Plaza Lorenzo Ruiz)' 공원 앞에 있는 '마이너 바실리카 오브 St. 로렌조 루이즈(Minor Basilica of St. Lorenzo Ruiz)' 성당. 이 성당은 이름이 너무 길어서 보통 '비논도 처치(Binondo Church)'라고 부른다.  엥비틴(Eng Bee Tin) 본점이 바로 이 성당 옆에 있으니  성당 구경을 가는 김에 들려봐도 좋겠다. 



엥비틴(Eng Bee Tin) 본점 입구 





가게 내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엥비틴(Eng Bee Tin)에서는 제품을 다양화했다. 호피아의 속 충전물을 다양하게 하여 출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우베 호피아이다.  





 쇼핑몰 내에 입점한 엥비틴(Eng Bee Tin) 매장. 본점만큼 큰 규모는 아니고 보통 사진 속처럼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작년인가 호피아 가격이 5페소에서 10페소 정도 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호피아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비싸지 않은 데다가 몇 개 먹으면 속이 든든하여서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다.



  월병(문케이크)는 중국 사람들이 추석에 먹는 과자이다. 반면 티코이는 보통 춘절(설날)에 먹는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티코이이다. 





[필리핀 마닐라] 1912년에 문을 연 우베 호피아의 원조 빵집. 엥비틴(Eng Bee 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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