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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지금은 대왕카스테라 전성시대! -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by 필인러브 201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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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낯섦보다 무서운 것이라서,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데 옳다 그르다는 판단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어만 해도 그렇다. 표준어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주꾸미는 쭈꾸미로 쓰고 싶고, 산미겔은 산미구엘로 적고 싶어진다. 카스텔라도 그중 하나인데, 맞춤법에 맞추려면 카스텔라로 적어야 하지만 어쩐지 카스테라라고 적고 싶어진다. 그런데 카스텔라의 이름의 어원이 좀 재밌다. 스페인 중부에 카스티야(Castilla)라는 지방이 있었는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동네에서 만든 과자를 칭하면서 "Pao de Castela(bread from the Castille라는 뜻)"이라고 지역명을 그대로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 재료는 비교적 간단한데 대신 상당히 많은 양의 달걀과 설탕, 밀가루 등이 들어간다. 베이킹하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적당히 폭신하고, 적당히 달콤하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카스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만의 대왕카스테라를 빼놓기 어렵다. 대만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단수이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꼭 사 먹는 추천 품목 중 하나이다. 그 특유의 따뜻한 빵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한때 한국에서도 전문 매장이 많이 생겼었지만, 방송국의 엉터리 보도로 타격을 받아 우르르 문을 닫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비슷비슷한 것을 파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대왕 카스텔라만큼은 좀 남아 있었어도 좋았을 터인데 인기를 끌자마자 사라졌으니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 필리핀에 그 대왕카스테라 가게가 하나 둘 씩 생기기 시작했다. 비빙카(Bibingka)나 마론(Mamon)을 놓고  필리핀식 카스텔라 빵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카스테라와는 그 맛이 달라서 아쉬웠는데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필리핀 사람들은 카스테라(Castella)라는 말보다는 스펀지 케이크(sponge cake)라고 칭하는데, 어느 가게에 가도 가격이나 모양, 심지어 테이크 아웃 박스 포장까지 거의 비슷한 편이다. 별 의미는 없지만 굳이 누가 먼저 문을 열었는가를 살펴보자면, 마닐라에서 가장 먼저 카스테라 가게의 문을 연 것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왔다는 짐스 레시피(Jim's Recipe)이다. 올해 초에 몰 오브 아시아에 문을 연 이 가게는 계란 마흔다섯 개가 사용된다나 어쨌다나, 계란 사용량이 많음을 무기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만에 갔을 때마다 카스테라 사 먹기를 잊지 않는 나로서는 카스테라하면 말레이시아보다 대만이다. 대만에서 왔다는 대왕카스테라 브랜드로는 '그랜드 카스텔라(Grand Castella)'와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가 있는데, 누가 더 부드럽고 폭신한 완벽한 스펀지 케이크를 만드느냐를 놓고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 


하늘이 흐리게 보일 정도로 날씨가 더워서 눈이 부셨지만, 자전거를 꺼내든 것은 순전히 대왕카스테라를 먹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자전거 헬멧까지 챙겨 들고 마카티 아얄라몰 서킷(Ayala Malls Circuit)에 가서 내가 한 일은 카스텔라 빵을 산 것, 그거 하나였다. 방금 오븐에서 나온 카스테라에서는 특유의 향이 풍기고 있었으니, 점원에게 플라스틱 칼을 얻어서 빵을 잘라낸 뒤 가게 앞에 서서 우물우물 먹어 치웠다. 그런데 매장에 붙여둔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 방송이 꽤 재밌다. 인도네시아에서 매장을 오픈했을 때를 촬영한 것 같은데, 줄이 정말 길기도 했다.  빵 하나 먹겠다고 저렇게까지 긴 줄을 서야 하는가 싶었지만, 오픈 기념으로 선착순 500명에게 무료로 빵을 주었다는 설명을 보고 상황 파악이 되었다.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여자 왈, 줄이 너무 길어서 1km 혹은 4km는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나. 500명이 모두 서 있다고 해도 줄이 4km나 된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자 분의 거리 감각을 보니 아무래도 인도네시아의 학교에서는 800m 오래달리기와 같은 것을 시키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남은 빵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내 상상 속의 대왕카스테라보다는 맛이 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먹고 싶었던 것을 먹었으니, 이제 햇살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필리핀 마닐라] 카스텔라 가게 비교 


■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 매장 위치 : 마닐라 SM시티 산나자로(SM San Lazaro). 퀘존 SM페어뷰(SM Fairview), 마카티 아얄라몰 서킷(Ayala Malls Circuit) 

- 가격 : 오리지널 카스텔라 140페소 / 치즈 카스텔라 180페소 / 초콜릿 카스텔라 199페소 


■ 그랜드 카스텔라(Grand Castella Philippines)  

- 매장 위치 : 퀘존 이스트우드몰(eastwood mall)

- 가격 : 오리지널 카스텔라 240페소 / 치즈 카스텔라 280페소 / Floss Castella 290페소


■ 짐스 레시피(Jim's Recipe) 

- 매장 위치 :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  SM North EDSA

- 가격 : 오리지널 카스텔라 180페소 / 치즈 카스텔라 250페소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 마카티 아얄라몰 서킷(Ayala Malls Circuit)으로 들어가려면 자전거 헬멧을 써야만 한다. 버스정류장 지역부터 헬멧 착용을 검사한다.   



▲ 마닐라 버스 노선에 대해 정리하여 블로그에 글을 쓸까 싶지만, 누가 그런 정보를 알고 싶어할까 싶어서 고민 중이다. 



▲ 아얄라 서킷 쇼핑몰에는 자전거 주차 구역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글로브 서킷(Globe Circuit) 공원



▲ 피아노 건반 길 



▲ 시티 카트 레이싱 (City Kart Racing Makati)  입구 공터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서 고카트를 타보자! - 시티 카트 레이싱 (City Kart Racing Makati)



▲ 굴러가는 일이 용하게 느껴지는 자전거 옆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카스텔라를 사러 다녀왔다. 





▲ 오리지널 케이크 빵 가게는 삼진어묵 바로 근처에 있다.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메뉴판. 신기하게도 카스텔라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 오븐이 계산대 바로 옆에 있었다



▲ 오른쪽에 계신 여자분이 500번째이고, 왼쪽에 계신 남자분이 501번째 손님이라고 한다. 501번 남자는 500번 여자 친구가 빵을 나눠 줄 것이라고 인터뷰했지만, 500번 여자분은 다른 생각을 하는 표정이었다. 




▲ 자전거를 타고 더워서 헉헉 대다가, 멋진 전기 스쿠터를 탄 여자 분을 만났다.  중국 사람인데 스쿠터 멋지다는 내게 하는 말이 중국에서부터 들고 와서 필리핀에는 팔지 않는다나. 자랑을 열심히 하더니 휙 가버리셨다. 






[필리핀 마닐라] 지금은 대왕카스테라 전성시대! - 오리지널 케이크(Original Cake Philippines)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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