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사업을 할 때 '민간제안사업(Unsolicited Proposal)' 제도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을 제안한 민간 사업자는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특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사업 제안서를 냈다고 모두 통과되지는 않는다. 정부에서 타당성 검토를 한 뒤 사업 승인 절차를 걸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민관합작투자사업(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형태로 제안된 사업 중에서 최근 세간에 큰 관심을 불러온 사업은 바로 마닐라 신공항 사업(Nmia. New Manila International Airport)이다. 산미구엘(SMC. San Miguel Corporation)에서 향후 50년간 신공항의 독점 운영권을 갖는 조건으로 마닐라 북서쪽에 있는 불라칸 주(州)에 초대형 신공항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 맥주회사에서 공항을 짓는다는 것이 정말인가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중 하나라는 산미구엘(산미겔)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SMC(San Miguel Corporation)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기업이다. 이 기업은 스페인 식민지 시설, 그러니까 1890년에 스페인의 맥주 양조 기술을 바탕으로 맥주를 생산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닐라 만달루용(Mandaluyong City)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알고 보면 사업 영역이 대단히 방대하다. 맥주 등 식음료 사업뿐만 아니라 포장 패키징(Packaging) 사업, 보험중개, 부동산 개발, 정유사업(페트론 주유소) 등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필리핀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아닐 수 없다. 필리핀에는 산미구엘에서 만든 사회 기반 시설이 많은데, 팡가시난에 있는 산로케 댐(San Roque Power Plant) 등과 같은 발전소 시설 건설까지 하고 있다. 마닐라공항 옆 스카이웨이(Skyway)를 비롯하여 SLEX(The South Luzon Expressway), STAR Tollway, TPLEX, 보라카이 공항(BORACAY AIRPORT) 건설 사업도 산미구엘의 작품이다.
# 새로운 일자리 창출
필리핀의 다국적 기업인 산미구엘에서 제안한 신공항 프로젝트가 큰 화제가 된 것은 공항을 짓는데 무려 17조 5000억 원(7,356.34억페소)에 달하는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산미구엘이 제안한 개발사업서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에는 2,500헥타르 규모의 공항시설 및 8.4km의 유료 도로 건설을 포함하고 있는데 연간 여객처리용량 1억 명 규모의 초대형 공항이라고 한다. 산미구엘에서는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과 같은 공항 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지역과 정부센터 건설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런 초대형 시설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지만, 이를 위해 산미구엘에서는 이미 2016년 9월 필리핀 정부에 사업을 제안했고, 필리핀 경제개발청(NEDA. 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지난해 4월 25일 사업 승인을 받았다. 작년 11월에는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필리핀 마닐라 신공항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는 공항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설, 공항운영까지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불라칸 신공항 사업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공항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대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대규모 공사를 하게 되면 공항 건설에서부터 시작하여 공항 운영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밖에 없는데, 무려 백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공항 건설계획에 핑크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진행될 해안 정화 작업이 끝나면 불라칸 지역의 어업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그런데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마닐라 시민에게 신공항 건설 이야기가 당장 큰 호응을 얻기 어려웠던 것은 공사하는데 최소 6년은 걸릴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산미구엘 측에서는 공항 기간을 6년 정도를 예상한다고 발표했지만, 공사 지연이 빈번한 곳이 필리핀인지라 2025년 개항 이야기를 믿기란 어렵다.
이 와중에 마닐라에서 불라칸까지 이동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불라칸까지 이동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 이동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 마닐라에서 불라칸까지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이런저런 교통 정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로 교통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닐라 시민들에게 불라칸 공항이 크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기는 힘든 것이다. 하지만 카비테에 공항이 생긴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비테 정도면 보니파시오나 마카티 혹은 말라떼에서도 쉽게 이동이 가능한 거리이니 공항 건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필리핀 최대 부동산 기업인 SM에서 마닐라 남쪽 카비테주(州)의 바다를 매립해 신공항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불라칸 공항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카비테에 공항이 새로 생긴다는 이야기는 카더라 소문으로 그치지 않았다. 카비테 상글리 공항(Sangley Airport)은 소문만 무성한 다른 공사와 조금 달랐다. 필리핀 교통부에서는 2019년 6월 현재 24시간 철야 작업을 통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며 올해 2019년 11월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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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라칸 신공항 개발사업.pdf# 불라칸 신공항 개발사업 개요(Bulacan International Airport)
■ 건설예정지 : 불라칸 주(Province of Bulacan)에 있는 불라칸(Bulakan) 지역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거리
■ 공사 기간 : 2019년 하반기 예정 / 완공까지 6년 정도 예상
■ 예상 사업비 : 17조 5000억 원
■ 제안 : 산미구엘 - SMC(San Miguel Corporation)
■ 사업범위 : 신공항 건설 및 운영 / 유지보수 / 연결도로 개발
# 산미겔 VS 산미구엘
San Miguel'을 표기하는 데 '산미구엘' 보다는 '산미겔'이 좀 더 실제 발음에 가까운 표기가 된다. 그래서 무엇이 더 표준어에 맞느냐고 하면 '산미겔'이 좀 더 표준어에 가깝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의 원음 표기 주의)과 상관없이 자주 노출된 어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니, 상당수가 'San Miguel'은 '산미구엘'로 표기하고 있다.
산미구엘 표기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가 있는데, 2010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자료 중에 "외래어 표기 규범 영향 평가"라는 자료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에서 외래어 표기 규범에 대한 인지도?이해도?만족도를 조사하여 무려 687페이지에 걸쳐 만든 이 자료에 따르면, 외래어의 경우 표준어 규정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오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알고 계신 올바른 표기와 관계없이 어느 표기가 가장 익숙하면서도 보기와 쓰기에 좋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있어 많은 사람이 산미구엘이라는 표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바른 표기에 대한 인지도와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익숙한 쪽으로 표기함을 보여준다. 참고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보면 "상품명의 경우 기존에 써 오던 표기를 쓰게 되는데 San Miguel은 산미구엘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안내가 있다. 한국 내 산미구엘 맥주 판매권을 가진 산미상사에서도 맥주에 '산미구엘'이라고 기재하여 라벨링을 했다.
▲ 산미구엘에서 발표한 불라칸 신공항(Bulacan Project)의 조감도
▲ 산미구엘 맥주의 라벨을 보면 1890년에 시작되었다고 적혀 있다.
▲ 필리핀 마닐라 San Miguel Corporation 본사. SM메가몰 바로 근처에 있다.
▲ 스카이웨이(Skyway)는 마닐라공항까지 접근성을 상당히 높여주었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 및 사진을 참고로 작성되었으며, 첨부된 사진의 출처는 표기된 바와 같습니다.
· San Miguel Corporation Plans to Fund New Manila International Airport
http://www.philippineflightnetwork.com/2018/10/smc-bulacan-airport-plan.html
· New Manila International Airport (Bulacan International Airport Project)
https://ppp.gov.ph/ppp_projects/new-manila-international-airport-project/
· San Miguel Corporation BUSINESSES
[필리핀 항공 역사] 마닐라공항 이야기 - ⑦ 산미구엘의 불라칸 신공항(Bulacan International Airport) 건설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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