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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생활] 톤도 출신의 마닐라 시장 이스코 모레노와 차이나타운

by 필인러브 201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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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Isko Moreno Domagoso)


요즘 필리핀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정치인을 이야기하자면 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Isko Moreno Domagoso)를 빼놓기 어렵다. 마닐라 시장 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는 톤도(마닐라의 대표적인 빈민가) 출신의 정치인으로 상당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젊었을 적 그는 메이 미나마할(May minamahal. 1993), 도동 스카 페이스(Dodong Scarface.1995) 등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활동했었는데,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기간에도 텔레비전 드라마에 단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텔레비전을 볼 필요도 없이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이스코 모레노는 마닐라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가장 치안이 좋지 않다는 지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이스코 오레노가 어릴 적 동네 쓰레기를 주워서 생활했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만든 팍팍(pagpag)을 먹으면서 버텼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도무지 학교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이스코 모레노는 쓰레기를 주워 파는 것으로 스스로 학비를 벌어 간신히 고등학교를 마쳤는데 원래 선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3년에 이웃의 장례식에 갔다가 배우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역 출연이 고작이었지만, 곧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스코 모레노는 TV 속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방송에서 얻은 유명세를 기반으로 의원 선거에 나가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98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부유한 정치인 가문 출신도 아닌 고졸 출신의 배우 경력이 전부였던 이스코 모레노의 정치 활동이 쉬웠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시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했고, 마닐라시의 부시장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올해 5월 13일에 있었던 '2019 필리핀 중간선거(상·하원 의원과 지자체 대표 등을 선출하는 선거)' 에 출마하여 마닐라 시장이 되었다. 올해 마흔여섯 살, 톤도 출신의 그가 경쟁자보다 무려 15만 표 가깝게 득표하면서 마닐라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마닐라에서 생활한다고 하여도 남의 나라 시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크게 관심거리가 되지는 않지만, 이스코 모레노가 내 시선을 끈 것은 마닐라 시청 앞에 있는 보니파시오 기념비(Andres Bonifacio Shrine)를 청소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노상 방뇨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시청 앞에 갈 때마다 이런 역사기념물 앞까지 왜 이렇게 소변 냄새가 가득할까 싶었는데 그걸 청소한다고 하니 반가우면서도 기분이 씁쓸했다. 깨끗하게 물청소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청소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신문의 기삿거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튼 며칠 뒤 신문에서는 깨끗하게 치운 보니파시오 기념비 앞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스코 모레노가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마닐라 시장으로 당선되면 환경정화 작업(clearing operations)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는 했었지만, 정말 굉장히 의욕적으로 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건 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닐라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마닐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기습 점검을 하더니, 그 점검한 결과를 과감히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그가 매우 의욕적으로 진행한 일이 바로 마닐라 대청소인데, 연일 신문 기사에 나오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이스코 모레노는 차이나타운과 디비소리아(Divisoria) 등과 같은 혼잡한 지역의 정리에 집중했는데, 쓰레기를 치우고 물청소를 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인도는 물론이고 차도까지, 거리를 온통 차지하고 있던 노점상까지 싹 정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매우 놀랍게도 그의 이 활동은 확실히 뚜렷한 결과를 달성했다. 마닐라의 고질적인 혼란 지역이 정말 확연히 깨끗해졌으니, 투투반 센터 몰 앞의 거리가 이렇게까지 넓은 곳이었던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 환경 정화 작업이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는 없었다. 거리를 치우는 과정에서 노점상 상인들의 생계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스코 모네노가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거나, 5밀리언 페소나 되는 뇌물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하지만 이스코 모레노는 이 모든 것이 직업적인 위험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마닐라의 거리를 마닐라 시민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인터뷰했다. 그리고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마닐라의 주민인 사람들만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신문 기사에 따르면, 새로운 시장이 환경정화 작업만큼이나 몰두하고 있는 것은 마닐라를 그린시티(GREEN CITY)로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이스코 모레노의 그린시티 계획안에 따르면, 장차 마닐라 시민센터(Manila civic center)를 건설하고,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보행자를 위한 길을 만들며,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임기 초기의 의욕으로 그냥 해보는 소리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Freedom park, Bonifacio Shrine park, Arroceros Entrance Plaza라는 공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좀 색다른 마닐라의 시장에 대해 마닐라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도 있고, 그가 한 행동이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임기를 보내던 기존 시장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다. 2019년 7월 18일 현재 1,288,613명이 마닐라 시장의 페이스북을 팔로우하고 있다.


▲ 신문에 마닐라 비논도의 투투반 센터 몰(Tutuban Center Mall) 앞이 깨끗해졌다고 하기에 정말인지 궁금하여 차이나타운에 다녀왔다. 
▲ 마닐라 디비소리아에서 비논도 차이나타운을 거쳐 투투반 센터 몰까지 거리가 상당히 깨끗해졌다. 오토바이 하나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던 골목 안으로 승용차가 드나들 정도이다. 장사할 공간을 뺏긴 상인들이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거리가 깨끗해지고 치안이 좀 더 좋아지면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스코 모레노가 장차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활동을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번 기회에 마닐라가 좀 더 발전한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더 강한 듯하다. 
▲ 차이나타운과 디비소리아가 깨끗해졌다고 하여서 보니파시오나 마카티처럼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래 어떤 모습인지 기억하고 있다면,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마닐라시청 앞 보니파시오 기념비(Andres Bonifacio Shrine)
▲ 마닐라 톤도(Tondo). 마닐라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인트라무로스 위쪽으로 항구에서부터 차이니스 묘지 근처까지 지역이 모두 톤도 지역이다. 투투반 센터 몰은 톤도 지역이지만, 차이나타운과 디비소리아는 비논도 지역에 속한다. 



[필리핀 생활] 톤도 출신의 마닐라 시장 이스코 모레노와 차이나타운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written by Sal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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