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필리핀 정보/필리핀 교통

[필리핀 대중교통] 마닐라 EDSA 도로의 일일 교통량과 시외버스 진입 금지 정책

by 필인러브 2019. 8. 3.
반응형

쿠바오에 있는 필트랜코 버스정류장 philtranco bus terminal



학자, 작가, 번역가, 언론인, 주지사, 건축가, 도서관장, 시인, 음악가 그리고 국가 영웅까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해내려면 매우 힘들겠지만 다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에피파니오 델 로스 산토스(Epifanio de los Santos)'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에 살면서 그의 이름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그 덕분에 메트로 마닐라의 주요 간선도로가 EDSA(Epifanio de los Santos Avenue)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필리핀에서 나온 천재적인 인물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에피파니오 델 로스 산토스를 빼놓기 어렵다. 1871년에 말라본에서 태어난 그는 환갑을 두 해를 남기고 뇌졸중으로 사망했는데, 아테네오 대학에서 예술 학사 학위를 받고, 산토 토마스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공부만 잘했던 것이 아니라 음악, 미술, 역사, 문학 등에 모두 탁월한 능력을 보였는데 특히 외국어에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그는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까지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대화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도 참 잘 썼다고 한다. 필리핀 국가 영웅이기도 하지만, 당대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는 그 어떤 인물보다도 천재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에피파니오 델 로스 산토스가 아무리 천재였다고 한들, 그의 이름을 딴 도로가 마닐라의 심란한 교통체증 나타내는 대표적인 도로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마닐라 시민 중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EDSA 도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되리란 것도 몰랐을 것이다. 



▲ 위의 이미지를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기

마닐라 EDSA 교통량의 변화.pdf


필리핀 사람들에게 마닐라에서 가장 길고도 차가 많이 막히는 도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100이면 99명은 EDSA를 이야기할 것이다. 23.8km에 달하는 이 도로는 마닐라 남쪽의 파사이에서 마카티와 만달루용, 산후안, 올티가스, 퀘존 시티 등을 지나 북쪽 발린타왁에 이르기까이 마닐라의 주요 중심지를 연결해주는 도로이다. 메르토 마닐라의 남쪽과 북쪽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도로이지만, 교통량이 지나치게 많기로 악명이 높다. 실제 메트로마닐라개발청(MMDA)의 발표에 따르면 마닐라의 EDSA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하루 30만대가 넘는다고 한다. 추정치라고는 하지만, 2017년에 기준으로 하루 367,728대의 차가 EDSA 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차종별 이용현황을 보면 1위는 승용차로 하루 247,527대가 EDSA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교통량의 62%나 되는 양이다. 2위는 오토바이(69,438대)이고, 3위는 택시(20,022대)이다. 버스는 의외로 교통량의 3%만 차지한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버스 한 대가 차선을 온통 가로막고 서서 손님을 태우는 모습을 흔하게 보고 나면, 이 12,283대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필리핀 정부의 '마닐라 EDSA 도로의 교통량 감축 계획안'만 봐도 버스가 EDSA 교통 체증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다음주 수요일(2018년 8월 7일)부터 EDSA에서 시외버스 진입 금지 리허설(dry run)이 시행된다는 소식이다. 작년에 한다고 했지만 결국 전면 시행이 되지 못했던 바로 그 정책이 또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마닐라 개발청(MMDA)에서 이야기하는 'EDSA 버스 출입 금지정책(Bus ban in EDSA)'은 통근자들의 출퇴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방을 오가는 시외버스(provincial bus)가 EDSA 도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다. 한국과 다르게 마닐라에서는 버스회사에서 각자 알아서 버스정류장을 운영해서 버스 정류장 주변이 대단히 혼잡하였다. 필리핀 정부에서 이렇게 어수선한 버스정류장들을 없애고, 버스정류장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까 'EDSA 버스 출입 금지정책'은 쿠바오와 파사이의 버스 정류장을 없애서 심각한 교통체증 구간의 형성을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마닐라 북쪽으로 가는 버스는 퀘존시티 옆에 있는 베네주엘라(Valenzuela)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도록 하고, 남쪽으로 가는 버스는 오카다 카지노 근처에 있는 파라냐케 버스터미널(PITX)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계획인데, 언뜻 들으면 정책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쿠바오 버스정류장 지역의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서는 버스의 진입을 금지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매우 타당해 보이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시행 과정이 문제가 되었다. 애초에 이런 정책이 순식간에 정착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필리핀 정부에서는 규제와 벌금만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니 EDSA 버스 출입 금지 정책이 작년에 잠시 시행되는 듯하다가 리허설 기간 동안 차량 흐름이 훨씬 좋아졌다고만 밝히고, 최종 시행이 흐지부지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버스정류장을 옮기고 싶지 않다는 버스 회사의 이기주의도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정책만 성급하게 시행되었을 뿐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 더 합당한 이유로 보인다. 시외버스 회사에서 "MMDA에서 버스정류장을 옮기라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을 정도이다. 승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늘 쿠바오에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던 필리핀 사람들에게 갑자기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터미널로 가야만 된다고 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발렌수엘라 시외버스터미널(Valenzuela Gateway Complex)은 쿠바오에서 15km나 떨어진 곳에 있다. 버스터미널까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와 어떤 시외버스 노선이 몇 시에 운행되는지에 대한 자료라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다. 마닐라 시민들이 발렌수엘라 버스터미널까지 접근성이 매우 불편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괜한 불평이라고 보기 힘들다.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발렌수엘라와 파라냐케의 시외버스 종합터미널이 문을 연 상황이니, 이번에는 작년보다 정책 시행을 강요하기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MMDA에서 퀘존 시티와 파사이 시티에 버스터미널 사업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업 허가를 주지 않음으로써 터미널의 운영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EDSA 버스 금지 정책이 이번에는 전면 실행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EDSA 도로 차종별 1일 평균 교통량 조사 자료 (2017)



▲ 위의 이미지를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기

EDSA 도로 차종별 1일 평균 교통량 조사 자료 (2017).pdf






▲  오카다 호텔 근처에 파라냐케 남서부 시외버스종합터미널(PITX-Paranaque Integrated Terminal Exchange)이 생기면서 마닐라 마카파갈(Macapagal Boulevard)에 있던 버스정류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  필리핀 마닐라. EDSA 



▲  EDSA는 항상 차가 막히는 도로라서, "차가 막힙니다"라는 소식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 쿠바오 빅토리 라이너(Victory Liner) 버스터미널 앞. 지방 버스(provincial bus)라고 부르는 시외버스 중 EDSA 도로를 이용하는 버스가 하루 900여 대 정도라고 한다. 목적지별로 보면 루손섬 북쪽으로 가는 버스가 400대 정도 되고, 남쪽으로 가는 버스가 500여 대 정도 된다. 하지만 몇 대나 되는 버스가 EDSA를 이용하느냐가 큰 의미가 없는 것은 이런 식으로 길을 막기 때문이다.




▲ 버스 회사별로 정류장이 있으니 노선을 알기 어렵다. 버스터미널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승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메트로 마닐라 개발청(MMDA - Metropolitan Manila Development Authority 

 http://www.mmda.gov.ph/

·  MMDA sets another provincial bus ban dry run starting August 7

https://www.rappler.com/nation/236833-mmda-sets-edsa-provincial-bus-ban-dry-run-august-7-2019



[필리핀 대중교통] 마닐라 EDSA 도로의 일일 교통량과 시외버스 진입 금지 정책 

- Copyright 2019.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입니다. 필인러브의 콘텐츠를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올리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동의 없이 내용을 재편집하거나, 출처 없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실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