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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톤도 시장의 만능 발각질제거제

by 필인러브 202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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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시장 구경을 참말로 좋아하는데, 살만한 것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즐거워한다. 그만큼 갔으면 이제 그만 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야바위 아저씨들이다. 점잖은 자리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언제 보아도 흥미롭다.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성분이 불분명한 물건을 가져다 놓고 파는 아저씨들은 2020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별것 아닌, 그래서 그냥 지나칠 만한 물건을 늘어놓고 말솜씨 하나만으로 어쩐지 꼭 하나 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더냐. 판매하는 물건의 효과가 좀 미심쩍어서 그렇지, 장사하는 능력 그 자체만 본다면 대단한 수완이다. 부잣집에 태어나서 충분한 사업 자금을 가지고 그럴싸한 사업을 하였으면 결과가 어떠하였을까 궁금해질 정도이다.


일요일이었고 이제 오전 7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톤도 샌디코 거리(Sandico St)의 재래시장 골목은 무척이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꽤 넓은 골목을 하나 가득 채운 것은 중고시장, 마치 한국의 황학동 벼룩시장과 같은 분위기이다. 먼지라도 좀 닦았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물건이 상당수이고, 그냥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 잔뜩이지만, 개중에는 비싼 핸드폰도 눈에 띈다. 핸드폰이야 훔친 것이 분명하고 나는 장물을 취득할 바에는 핸드폰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쪽이라서 전혀 관심이 없지만,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잡동사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의 피곤한 얼굴을 하고 계신 아저씨에게 무엇이 가장 잘 팔리냐고 묻고 싶어진다. 골목 끝으로 사거리 가장 복잡한 곳에는 발뒤꿈치용 각질 제거제를 파는 아저씨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대단히 인기가 좋았다. 이 아저씨가 발 각질 제거제 판매를 위해 손에 쥔 무기는 주방용 수세미와 앉은뱅이 의자, 그리고 손잡이까지 달린 길쭉한 칼이었는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열심히 자신이 파는 물건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었다. 


필리핀에는 일 년 내내 양말 신을 일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몰라도 필리핀 사람 중에는 발뒤꿈치에 딱딱한 각질이 가득한 사람이 많기도 했다. 동네 미장원만 가도 풋스파 서비스를 해주지만 50페소짜리 이발비도 아깝게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200페소는 주어야만 하는 미용실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질 터였다. 그런 와중에 야바위 장사꾼 아저씨가 파는 마법의 오일은 참으로 신통방통해 보였다. 많이도 아니고, 그저 살짝 발에 발랐을 뿐인데 묵은 각질이 싹 벗겨져 나가니 속이 다 시원하다. 이 오일은 쥐젖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지, 등에 쥐젖이 있는 손님에게 살짝 발라주고 2분 뒤에 보자고 외치기도 한다. 이른 아침부터 남의 등에 붙은 쥐젖 구경은 탐탁하지 않지만, 남대문 시장에서 탄 냄비를 말끔히 닦아주는 광경을 신비롭게 바라보던 기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는 나는 기꺼이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 아저씨의 호객행위를 구경했다. 아저씨가 팔고 있는 액체는 색이 시커먼 데다가 출처가 불분명하여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사람들의 발을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보는 것은 여간 즐겁지 않았다. 저 병에 든 액체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제조과정을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길바닥에 각질이 쌓이는 것을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문득 앞에 있는 손님이 내 얼굴을 보느냐고 정신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것을 가지고 이렇게 감탄하다니, 어지간히 촌스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 필리핀 마닐라 톤도 



▲ 놀랍게도 이 비디오케는 24시간 운영된다. 밤새 노래를 부르다니, 그 체력에 감탄할 뿐이다. 






▲ 발 각질 제거의 마무리를 위해 아저씨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주방용 철수세미였다. 철수세미가 발뒤꿈치 각질 제거에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조금 놀랍다. 지금까지 철수세미는 탄 냄비 닦기에 적당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해였던 모양이다. 



▲ 마법의 만능 발각질제거제




▲ 대체 용도가 무엇인지 모를 물건도 많다.  



▲ 아침부터 핸드폰이 인기이다.  




▲ 핸드폰 가격은 주인 마음이다. 나와 같은 호구가 가면 갑자기 비싸진다.  



▲ 새벽부터 일어나서 피곤했지만, 50페소를 내고 귤을 사 먹고 힘을 얻었다. 7개에 50페소인데, 의외로 매우 달고 맛있었다. 



▲ 필리핀 마닐라 비논도. 디비소리아 몰(Divisoria Mall) 



▲ 이 동네가 이렇게 깨끗해지다니, 조금 놀랍다.  




▲ 타루칸 마을 아낙네들은 빨래를 할 때 솔로 벅벅 문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타루칸 마을에 가져다주려고 솔과 수세미를 좀 샀다. 처음에 가격을 물었을 때는 한 개에 25페소라고 하더니 80개를 산다고 하자 갑자기 가격이 절반으로 쑥 내려갔다. 수세미는 24개 한 봉지에 170페소이다.  




[필리핀 마닐라] 톤도 시장의 만능 발각질제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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