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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음식] 바콜로드의 마스코바도 설탕과 피아야(Piaya)

by 필인러브 201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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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교들이 만든 필리핀 간식이라면 호피아(Hopia)와 함께 피아야(Piaya)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호떡 비슷한 모양을 한 피아야(Piaya)는 필리핀 네그로스(Negros Occidental)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필리핀 곳곳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간식이다. 그러니 호두과자 이야기를 하면서 천안을 빼놓을 수 없듯이, 피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바콜로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기 어렵다. 마스카라 페스티벌(Masskara Festival)로 유명한 바콜로드(Bacolod City)에 가면 도시 곳곳에 피아야 전문점이 있는데, 상당히 인기가 좋다. 바콜로드 실라이 국제공항에만 가도 파살루봉(여행 기념품)으로 피아야(Piaya)를 상자째로 사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혹자는 피아야는 네그로스섬 그 자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피아야(Piaya)가 네그로스섬을 나타내는 음식이 된 것은 사탕수수(sugar cane)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을 볼 수 있는 네그로스섬은 설탕으로 매우 유명한데,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설탕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네그로스섬에 있는 커다란 플랜테이션 농장 덕분에 설탕 생산이 연간 수천만 톤에 이르는 필리핀은 사탕수수 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편이다. 별도로 설탕규제관리위원회(SRA. Sugar Regulatory Administration)라는 이름의 정부 기관을 두고 사탕수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필리핀에서 설탕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말에 필리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도입되었는데, 스페인의 식민지 경영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농장 설립의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규모의 사탕수수 농장과 설탕 공장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일이 변했다. 사탕수수 농사는 돈벌이가 되었지만, 그 사탕수수 때문에 녹색으로 가득하던 울창한 정글이 사라졌으며, 가난한 이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비참한 상태로 일해야 했다. 그리고 다수의 극빈층 농장 근로자를 쥐어짜면서 일부 농장주들만 기형적으로 부자가 되는 상황이 왔다. 사탕수수는 보통 4월에 추수하는데, 수확하자마자 24시간 안에 가열해서 가공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러니 해마다 추수철만 되면 농장의 노동자들은 잠도 자지 못한 채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노예와 같이 생활해야만 했던 그네들의 땀 덕분에 네그로스섬은 사탕수수 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해졌지만, 대신 다른 산업의 발전은 하나도 없이 설탕 산업만 비대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제 설탕 가격이 폭락하면서 필리핀의 설탕 산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부자야 좀 덜 부자가 될 뿐이었겠지만, 가난한 이들은 정말 생존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바콜로드 시에서는 사탕수수 흉작으로 인한 침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마스카라 축제를 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탕 산업의 황금기가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설탕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마스코바도(Mascobado)라고 불리는 설탕의 생산도 줄어들게 되었다.


마스코바도(Mascobado) 설탕은 예로부터 행해져 왔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설탕이다. 일반 설탕과 다르게 정제하지 않고 제조하여서 일반적인 설탕보다 입자가 좀 굵다. 얼핏 보면 평범한 흑설탕처럼 보이지만, 일반 설탕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은 만들기가 좀 더 까다롭고, 사탕수수에 있는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단맛을 선호하게 된 요즘은 백설탕보다도 비정제 설탕이나 사탕수수 추출물이 귀하게 여겨지지만,  한때 백설탕은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였다. 사람들이 하얀색 백설탕을 선호하게 되면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마스코바도가 점차 식탁 위에서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네그로스섬 사람들은 마스코바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밀가루 반죽에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만든 속을 채워 넣고 피아야(Piaya)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피아야는 "달기는 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은근히 단" 그런 맛을 지니게 되었다. 슬픈 것은 마스코바도 설탕이 고가가 되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일반 흑설탕을 쓰는 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아야(Piaya)는 역시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만들어야 제맛이다. 그러니까 피아야를 놓고 네그로스섬 그 자체라고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 마스코바도(Mascobado) 설탕. 필리핀 슈퍼마켓에 가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 필리핀 마닐라. Philippine Normal University Library 옆에 있는 피아야 가게 




▲ 우베(Ube. 보라색 참마)와 함께 망고, 초콜릿, 카라멜 등 다양한 맛의 피아야를 판다. 가게 직원에게 가장 잘 팔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우베라고 답해준다.  



▲ 피아야(Piaya)를 만드는 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반죽 안에 속을 넣은 뒤 밀대로 펴서 철판에 구우면 된다. 한입 크기로 작게 만들기도 하는데, 피아이토(piayito)라고 부른다. 작은 것이 좀 더 바삭하다.




▲ 피아야는 반죽에 이스트를 넣지 않아서 빵처럼 부풀지 않는다. 갓 구운 상태에서는 공갈빵처럼 부풀지만 식으면서 호떡처럼 납작한 빵이 된다.



▲ 마닐라 길거리에서 파는 10페소짜리 피아야를 사면서 바콜로드에서 먹던 그 맛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이렇게 파는 것은 일반 설탕을 쓰는 경우가 많고, 매우 달아서 많이 먹기 힘들다. 여담이지만, 본격적으로 백설탕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시기에 설탕 제조업계가 더 나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설탕 사용을 장려했고, 그 덕분에 필리핀 음식이 점점 달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건강을 생각하게 된 요즘은 설탕 덜 먹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사탕수수의 인기가 다시 높아졌다. 여행기념품으로 유명한 세부 악마의 잼도 설탕 대신 사탕수수 추출물을 넣었다고 한다.



[필리핀 음식] 바콜로드의 마스코바도 설탕과 피아야(Pi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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