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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하며 생활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그랩 배달부 마빈 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 (Feat. Lug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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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푸드(GrabFood)

 

쌀죽은 필수품인가요?
현재 필리핀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다름 아닌 쌀죽이다. 이 일은 마닐라 근교에 있는 불라칸의 산호세 델몬테(San José del Monte)에서 그랩푸드(GrabFood) 배달 앱의 라이더 일을 하는 마빈 씨가 배달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지난 수요일, 자정을 지난 시간에 마빈 씨는 루가우 필리피나스(Lugaw Pilipinas)라는 식당에서 루가우(쌀죽)를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빈 씨는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포장한 뒤 고객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바랑가이 직원이 마빈 씨를 잡아 세우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이런 일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므로, 일단 마빈 씨의 이야기부터 들어보면 이렇다. 지난 월요일부터 메트로 마닐라와 카비테, 불라칸 등과 같은 NCR Plus 지역(ECQ 격리 단계 적용지역)에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가 시작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음식 배달 서비스와 같은 필수 서비스는 통금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니 배달을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랑가이 직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자정을 지난 시간이라서 통금시간이며, 쌀죽은 필수품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바랑가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빈 씨는 야간에도 필수품의 배달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재차 이야기했지만, 바랑가이 직원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루가우를 필수품(Essential Good)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어떤 종류의 음식이 필수적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이나 우유 등은 필수품이지만, 사람은 하루 종일 죽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죽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팽팽이 맞섰다. 바랑가이 직원은 태스크포스 규정이 인쇄된 종이를 보여주며 마빈 씨의 발길을 막아섰고, 배달을 하지 못하여 분통이 터진 마빈 씨는 이 모든 것을 비디오로 찍어 SNS에 올렸다. 

 

외출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십거리가 필요한 요즘, 마빈 씨가 올린 영상은 큰 화제가 되었다. 바랑가이 직원의 편에 선 사람들은 이 사건을 쌀죽이 필수품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하지 않은 활동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금 시간이 있는 이유는 밤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강해서가 아니라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자정 너머 쌀죽을 먹는 것을 생명과 관련된 필수적인 일로 보기 어려우니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랑가이 직원의 태도에는 잘못된 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은 마빈 씨의 편이었다. 여론은 쌀죽은 음식이고, 음식은 인간에 삶에 있어 꼭 필요한 필수품이므로 배달이 가능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국 이 논쟁은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나선 뒤에야 해결되었다.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은 사건의 발단이 된 루가우를 언급하며 "루가우를 비롯한 식품은 필수적인 상품으로 간주되며, 통금 시간에도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루가우(Lugaw)는 찹쌀로 만드는 죽이다. 마늘과 생강 등만 넣고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흰쌀 죽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서 먹는다. 간혹 설탕을 넣어서 달콤하게 먹기도 한다. 아침식사 또는 환자식으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사진 출처 : @LugawPilipinas)
고명으로 계란이며 파, 갈릭플레이크(튀긴 마늘), 레촌 등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 출처 : @LugawPilipinas)
이런 일에는 덕보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번 일의 최고 수혜자는 바로 그랩 필리핀(Grab Philippines)이 아닐까 싶다. 그랩에서는 재빨리 배달료 면제 프로모션 코드를 내놓고,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됨을 알렸다. 프로모션 코드는 LUGAWISESSENTIAL이다. (출처 : @GrabPH)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올린 글 (출처: @HarryRoque)
마닐라 EDSA 거리. 그랩푸드(GrabFood) 광고 빌보드 

 

[필리핀 마닐라] 그랩 배달부 마빈 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 (Feat. Lug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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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hai 2021.04.01 15:42

    밀크티 그리고 루가우 이야기가 왠지 너무 필리핀스럽게 소소하고 귀여우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한달까요..
    필리핀 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넘어 전 세계가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소소한 웃음?과 농담처럼 할수 있는 일 들이 일어나고 지나가는구나 싶네요. 그간 댓글 기능은 아예 없는 줄 알고 (네이버 블로그 댓을을 닫아 놓으신 이후로) 실망 햇었는데 아래 보니깐 댓글 기능이 있군요;; 본디 필리핀은 여행이든 출장이든 한해에 최소 너댓번 이상은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사실 많지도 않지만요) 그러면서 뭔가 필리핀의 매력에 빠져 가장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감히 제겐 제2의 고향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6월에도 저 아내 아기 3인이 프로모 티겟을 끊어놓은 상황이지만, 이미 입국이 어려운건 알고 있고, 아쉽지만 지난 추억들만 종종 찾아 보고 있네요. 여튼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앤 님, 부디 건강하시고 코비드 조심하시고 소소하지만 즐거운 마닐라 생활이 되시길 바랄게요. 어서 필리핀도 이번 코비드 웨이브를 딛고 일어나서 다시 웃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닐라 베이의 바닷 바람과 해질녘 노을이 너무 그리운 하루네요......

    • Favicon of https://www.philinlove.com BlogIcon 필인러브 2021.04.01 16:15 신고

      안녕하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그게, 네이버 블로그 댓글을 소소하게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카지노랑 블로그 임대 판매에 대한 글이 너무나 적혀있어서 막아버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적혀진 댓글 지우는 일을 아침마다 하려니 기운이 빠져서요. 저도 마닐라 베이에서 천천히 해 지는 풍경을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지만, 그래도 내년에 봐도 예쁘겠지라고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