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10페소 지폐의 그곳, 불라칸의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

by 필인러브 2019. 10. 13.
반응형




당신에게는 취미로 하는 일이 있습니까?

최근 벼룩시장구인구직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평소 즐기는 취미생활이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취미활동은 영화나 공연, 스포츠 관람으로 응답자의 37.8%가 이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2위는 헬스, 요가, 등산 등 스포츠 피트니스(28.3%), 3위는 여행(19%)과 독서(19%)가 차지했다. 그 뒤로 많이 하는 것은 음악(감상, 보컬, 악기 등)과 게임 등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별로 취미 활동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 공연, 스포츠 관람은 성별, 연령,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취미 활동으로 꼽혔지만, 운동이나 독서와 같은 취미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취미로 한다는 이가 많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을 취미라고 한다.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사람마다 무엇을 취미로 하느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사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그 관심사가 넓고도 얕은 편인데, 취미로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사회 기반 시설의 공사 현장을 보는 일이다. 좀 묘한 취미이기는 하지만, 이 취미도 그림 보는 취미와 다를 것이 없다.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보다는 실물이 보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공항이나 도로, 기차역 등을 만드는 것을 보러 가는 일은 고흐의 전시회를 가는 것과 비슷하다. 필리핀 정부에서 클락에서부터 메트로 마닐라 지역까지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 공사를 하는데, 이 공사가 마닐라 투투반(Tutuban)에서 불라칸 말로로스(Malolos)사이부터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불라칸 지역의 오래된 기차역 몇 곳은 건물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여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차역이 복원되기 전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으니, 한번 가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잠깐 기차역을 보기 위해 마닐라에서 40km나 떨어진 불라칸까지 일부러 가기는 차비가 좀 아깝다. 그래서 타루칸 마을로 가는 길에 들리려고 계획을 세우고, 불라칸까지 가는 김에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까지 보고 오기로 했다. 바라소아인 교회는 1898년도에 필리핀 제헌의회가 열렸던 것으로 유명한 교회로 옛 10페소 화폐의 뒷면에 그려져 있던 교회이다. 10페소 지폐는 지금 완전히 사라졌지만, 어쨌든 지폐에 그려질 만큼 정도로 꽤 의미 있는 교회이다.


불라칸의 말로로스에 있는 바라소아인 교회는 지금으로부터 130년도 전에 1888년에 세워진 로마 가톨릭교회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1565년~ 1898년)에 지어진 천주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교회로 바깥의 모습보다 내부 장식이 매우 화려한 편이다. 종교 시설이지만, 필리핀 혁명이 일어났을 때 혁명 정부를 위한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교회 이야기를 하면서 필리핀의 제1대 대통령인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카비테 카윗(Kawit) 출신의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필리핀의 독립운동가인데, 필리핀의 식민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처음엔 스페인, 뒤에는 미국에 대항해 싸워야만 했다. 미국의 편에 서면 스페인을 쫒아낼 수 있었다고 믿었던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스페인이 미국에 2,000만 달러에 자신의 조국을 넘기는 것을 보아야 했을 때 얼마나 침통한 마음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누가 봐도 그는 친미파였다.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독립을 위해 게릴라전을 전개했지만,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자 홍콩으로 망명하여 임시 정부를 세웠다. 1898년 스페인과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고, 미국은 홍콩 망명 정부에 참전을 요구했다. 아기날도는 미국과 비정규 동맹을 맺고 미국 함대를 타고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필리핀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인식하고 “필리핀 섬들은 미 합중국의 자유로운 깃발 아래 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미국 헌법에 식민지를 두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겁낼 필요가 없다는 식의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착한 이가 행복하게 사는 동화 같은 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1898년 6월 12일, 그의 고향 카비테(Cavite)에서 필리핀의 독립선언을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독립이었다. 하지만 필리핀 혁명 정부는 독립된 필리핀의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로 하고 공화주의적 헌법제정을 위한 혁명의회를 소집하였다. 그리고 수도를 카비테에서 불라칸의 말로로스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런 와중에 바라소아인 교회를 최초의 필리핀 의회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1899년 1월 21일에 불라칸 주의 바라소아인 교회에서 필리핀 제1 공화국의 기본법 말로로스 헌법(The Political Constitution of 1899)이 비준되었다.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필리핀 제1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대통령 취임식까지 했지만, 미국은 마닐라항을 가지기 위해 필리핀 식민통치를 선언했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필리핀-미국 전쟁이 발발했지만, 누가 봐도 필리핀이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이사벨라 주에서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미군에 잡히면서 필리핀 제1공화국은 해체되어야 했다. 1902년 7월 4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필리핀 평정을 선언했고,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필리핀-미국 전쟁을 위해 동원된 미군은 무려 12만 6,000명이었다고 한다. 미군 사망자는 4천 명이 조금 넘었지만, 필리핀 쪽의 피해는 참담했다. 민간인 사망자 수만 해도 최소 20만 명은 되리라 조사된다.


아쉽게도 불라칸 말롤로스의 오래된 기차역 주변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공사를 한다고 온통 막아두어서 기차역 입구의 도로부터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옛 기찻길 위로 새로 시설 보수를 하는 모습이 좀 보이기는 했지만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으니 좀 아쉽다. 그나마 불라칸까지 간 것을 덜 억울하게 한 것은 성당에서 우연히 결혼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누군가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꽤 부자인지 하객들의 차림새가 고급스럽기도 했다. 필리핀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너무 지루하여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는 결혼식이야 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보기가 즐거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남의 결혼식 구경을 잠깐 하고 성당 바깥으로 나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돈을 좀 주고 가란다. 무슨 소리인지 의아하여 얼굴을 쳐다보니 자신의 발을 보여주면서 다쳐서 약을 사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나는 동전을 잔뜩 가지고 있다가 동네 꼬마들에게 모두 털어주고 다니는 편이지만, 아주머니가 너무도 당당히 돈을 요구하니 좀 황당하기까지 했다. 어딜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마치 맡겨놓은 돈을 달라는 것 같은 그 태도가 좀 짜증이 나서 못 알아들은 척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 아주머니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을 터인데 싶어 아쉬웠다.



+ 관련 글 보기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인 호세 리잘은 정말 미국에서 만든 영웅일까?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톤도 출신의 위대한 평민,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와 카티푸난(KKK)

[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에밀리오 아기날도의 독립선언과 미국의 배신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와 1899년 공화국 박물관(Museo ng Republika ng 1899)


바라소아인 교회는 규모가 꽤 큰 교회이다. 한쪽으로 수도원 시설도 되어 있는데, 수도원 쪽으로 보면 1899년 공화국 박물관(Museo ng Republika ng 1899)이란 이름의 박물관이 있다. 1973년에 필리핀 국립 역사위원회 (National Historical Commission)에서 만든 박물관으로 바깥에서 보기보다 박물관 공간이 꽤 넓은 편이며 볼거리가 제법 있다.

 

■ 전화번호(+6344) 662.5725 / (+6344)794.1674

■ 운영시 : 화요일 ~ 일요일 / 오전 8시 ~ 오후 4시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주차비 : 20페소) 




■ 주소Paseo del Congreso St, Malolos, 3000 Bulacan

■ 위치불라칸 말로로스 




▲ 불라칸 말로로스



▲ 로빈슨 쇼핑몰 





▲ 바라소아인 교회로 가는 길 




▲ 교회 앞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료는 20페소이다. 




▲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




▲ 필리핀 사람들은 꼭 일요일에만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지, 일요일에는 미사가 8번이나 있다. 





▲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가 듣기는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잠깐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 세월은 성당 안에 선풍기를 가져다 놓았다. 






▲ 성당 내부 




▲ 의자 위에서 결혼식 초청장을 발견했다. 스폰서가 많기도 하다.  



▲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는 결혼식 명소인가보다.  



▲ 성당 바로 옆으로 박물관 시설이 되어 있다. 



▲ 1899년 공화국 박물관(Museo ng Republika ng 1899)








▲ 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카비테 카윗에서의 독립선언을 표현한 전시관도 있다. 





▲ 에밀리오 아기날도와 제1대 혁명 정부 의원들  




▲ 필리핀 국기는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홍콩 망명 시절 도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 10페소 지폐 




▲ 마닐라에서 클락까지 기차로 연결한다는 이야기가 헛소문은 아닌가 보다.  기차역 공사를 하고 있었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officialgazette.gov.ph/

http://nhcp.gov.ph/museums/barasoain-church-historical-landmark/?fbclid=IwAR0Zp5mPW9fDn36WiCFVXSuolCqfeXhwOrDDB9F8YugrgWM5Cwi-VUqRz-E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10페소 지폐의 그곳, 불라칸의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

- Copyright 2019.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입니다. 필인러브의 콘텐츠를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올리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동의 없이 내용을 재편집하거나, 출처 없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실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