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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생활] 1월 15일, 따알 화산 폭발에 대한 마닐라 현지 소식

by 필인러브 202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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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이따이의 따알화산에 폭발 징후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나흘째, 

오늘 신문 기사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따알화산을 무인지대(no man’s land)로 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공공 질서와 안보와 주민 건강을 위해, 따알섬 주민들이 다시 섬 안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섬 안으로 입도를 금지하면서 피난 나온 사람들을 위해 장기적인 재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대피시설 건설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피시설에 화장실 및 샤워실이 설치되도록 하라는 등 세부 항목까지 꽤 꼼꼼하게 지시하면서 자신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2년 6월 이전에 공사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하기도 잊지 않았다.  


사실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Nobody is allowed to go back until such time that it is safe)."라는 말은 갑자기 집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두려운 말이다. 지금 당장은 학교나 체육관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하지만, 평생을 대피소의 천막 안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대체 어디에서 살 수 있단 말인가.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략 3만 명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화산 폭발을 피해 대피한 상황이다. 사회복지개발부(City Social Welfare Development)에 따르면 노스 센트럴 스쿨(North Central School)에만 탈리사이(Talisay)에서 온 334가족(1,092명)이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자그마한 시골 학교가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될 리가 없다. 샤워야 참는다고 해도 대체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할까. 하지만 대피 센터가 아무리 불편해도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저 견딜 뿐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좀 더 일찍 화산활동을 알아채고 피난 준비를 했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화산 폭발이 일어나기 일주일 정도 전에 따알화산을 방문했던 외국인 두 명이 분화구에 있는 호수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동영상이 논란이 되었다. 동영상 속에서 대충 육안으로 봐도 호수의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니,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Phivolcs)에서 화산 활동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왜,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수에 가서 수영을 할 수 있었느냐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따알 화산이나 피나투보 화산 등과 같은 화산의 칼데라(caldera) 호수에서는 수영이 금지된다. 그러니 대체 이 외국인들이 어떻게 칼데라호에 가서 수영을 할 수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한 외국인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한 것일까 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인생은 계속된다(Life Goes On)


필리핀 정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요일 오후 이후 오늘 아침까지 총 466건의 지진이 기록되었다고 한다. 이런 지진은 지진 자체만으로도 무섭지만, 따알 화산의 지반 밑에서 마그마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더욱 두려워진다.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Phivolcs)에서는 따알화산에 대해 화산 경보 레벨 4단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화산 경보 4단계는 화산폭발이 수 시간 또는 수일 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 수준의 경고로 지역 주민의 대피가 요구된다.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Phivolcs)에서 화산 활동이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폭발 징후가 약간 잠잠해지고 화산재 날림에 대한 걱정이 좀 줄어들면서 마닐라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분위기이다. 고작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근교에서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데 어떻게 저렇게 무심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화산 폭발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간은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고, 더러운 옷을 꺼내 빨래를 하고, 회사에 다녀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급박한 사태가 좀 진정되자마자 필리핀 관광부(DOT)에서는 재빨리 루손의 다른 지역은 안전해서 여행할 수 있다는 공지문을 냈다. 따알화산 폭발이 세부나 팔라완, 보라카이 등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이니 여행을 와달라는 것이다. 이럴 때 무슨 필리핀 여행인가 하는 분도 있겠지만, 필리핀은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를 관광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관광부 입장에서는 따알화산으로 인해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알화산 근처의 주민들은 어떨까? 

놀랍게도 따알 섬 주민들은 방카 보트를 타고 다시 섬 안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화산이 당장 폭발한다는 이야기에 급하게 섬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조랑말이며 카라바오 소와 같은 가축이 섬에 남아 있었다. 따알섬 안의 주민 상당수는 조랑말을 키워 여행객들에게 태워주고 생계를 유지한다. 화산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이자 가족인 조랑말들이 어찌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스럽게도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조랑말들이 있었다. 화산재를 잔뜩 뒤집어쓴 불쌍한 모습이기는 했으나, 살아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힘을 내서 조랑말 구출에 나섰고, 50마리 정도의 말을 구출했다. 당장의 저녁 식사 마련을 위해 따알화산 근처에서 그물 낚시를 하는 어부의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과연 먹어도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배고픔이 무엇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만이 이 어부에게 안전불감증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 터이다. 






■ 브래지어 마스크 


따알화산 폭발 소식이 들리고, 화산재(화산 폭발로 인해 잘게 부숴진 암석의 부스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갑자기 바빠진 것은 약국이었다. 마스크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약국으로 몰려 품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더니 곧 일반적인 마스크는 무용지물이며 N95 등급의 마스크 정도는 되어야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메트로 마닐라의 인구는 약 1200만 명이 넘는다. 방진 마스크가 1200만 개나 마닐라에 있을 리가 없었으니, N95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UP 대학교에서 화산 활동은 메트로 마닐라의 대기 오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에 나섰다. 메트로 마닐라의 대기 오염 수준은 평소와 거의 같았으며 일요일 발생한 오염 물질 대부분은 차량에서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량 위로 쏟아진 화산재는 머리카락보다 약 3배나 큰 너비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호흡기로 쉽게 흡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나로서는 UP 대학교에서 뭐라고 설명을 하든 화산재가 느껴지는 공기를 마시기란 찜찜하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N95 등급의 마스크를 왕창 사들고 오기도 힘든 이런 와중에 필리핀 보건부(DOH - Department of Health)에서 '호흡기 질환 방지를 위해 마스크 대신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올린 안내문은 상당히 흥미롭다. 마스크를 대신하여 기저귀며 브래지어를 써도 좋다는 것이다. 얼굴에 아이 기저귀를 덮고 있는 것이 좀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호흡기를 가려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급할 때는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리핀 보건부(DOH)의 안내에 따르면,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도 비슷한 방법을 썼었고 호흡기 질환 예방에 효과를 봤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N95 마스크를 구할 수 없을 때를 위한 대안책에 불과하다. 어린이나 노인,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 등은 N95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수술용 마스크 : 마스트 안 물로 적신 손수건(또는 휴지)을 넣어서 사용해야만 한다고 한다.

② 셔츠 : 필리핀 사람들은 닌자 마스크라고 부르는데, 셔츠를 이용하여 얼굴 전체를 감싸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③ 기저귀 : 물로 적신 뒤 얼굴을 감싸서 사용하면 된다. 벨크로는 머리 뒤쪽에 위치하도록 고정한다.

④ 브래지어 패드 혹은 팬티 : 질식을 방지하기 위해 물로 적신 뒤 얼굴을 감싸서 사용

⑤ 다이빙 고글

⑥ 오토바이 헬멧



▲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따알화산 폭발 대한 신문기사를 보면 대부분이 '탈 화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백 번도 넘게 따가이따이를 가봤지만, '탈'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 탈 화산(Taal Volcano)은 대체 어디에 있는 화산인가 


평소에도 나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신문 읽기에 할애하고 있지만, 지난 일요일 이후부터는 좀 더 꼼꼼히 신문을 보고 있다. 따알 화산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할 정도이다. 그러다가 한국의 신문에서는 따알 화산 관련 뉴스를 그만 보기로 한 것은 화산 이름에 대한 표기가 상당히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상당수의 신문이 따알화산(Taal Volcano)을 "탈 화산"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지명을 표기할 때 원래의 지역에서 사용되는 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따알 호수 근처에 가서 '탈 화산이 어디인가요?"라고 길을 물어보면 상당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할 터였다. 인내심이 좋거나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내가 어디를 이야기하는지 몰라 길을 알려주지 못할 것이다. 


▲ 바탕가스에 마련된 대피소 풍경 - Batangas Sports Complex 

출처 : 마닐라 블루틴(Manila Bulletin)   - Photos by  by Ali Vicoy






▲ 어제 1월 14일, 바탕가스 리메리(Lemery)의 내셔널 로드 쪽으로 도로에 균열이 발생하였다.  

출처 : 인콰이어러(inquirer) - Photos by  NIÑO JESUS ORBETA




▲ 50마리 정도가 구출되었지만, 따알 섬 안에는 지금도 100여 마리 가량의 조랑말이 남아 있다고 한다. (구출되지 않은 가축의 정확한 수는 주민들도 모름) 하지만 현재는 따알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출처 : 마닐라 블루틴(Manila Bulletin)  - Photos by  Joseph Pedrajas 




▲ 방카 보트를 이용하여 카라바오 소를 구출하고 있는 섬 주민  

출처 : UNTV News and Rescue  - Photos by Sonny Rivas




▲ 니파 시티에 사는 재봉사 아주머니가 밤새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해서 화제가 되었다.   

 - Photos by Mary Ann Mantuano



▲ 화산재로 인해 회색으로 변해버린 카비테 실랑 - 출처 : definitelyfilipino




▲ 라구나 Biñan City의 Materials Recovery Facility(MRF)라는 이름의 공장에서 화산재를 이용하여 벽돌을 만들어 내어 화제가 되었다. 화산재가 물에 젖었을 때 굳어서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성질 때문에 화산재를 청소할 때는 물을 붓지 말고 쓸어내야 한다고 한다. 하수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Photos by Fernando Villanueva OF MRF




▲ 피닉스(Phoenix Petroleum Philippines, Inc) 주유소에서 화산재를 제거 할 수 있도록 자동차 세차를 도와준다고 한다. 이 이벤트는 2020년 1월 17일까지 특정 주유소에서 진행된다. 

https://www.facebook.com/phoenixfuels.ph/photos/a.173041302736311/3617327431640997/?type=3&theater





[필리핀 생활] 1월 15일, 따알 화산 폭발에 대한 마닐라 현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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