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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성지순례] 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

by 필인러브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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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푸른 고추를 사다가 깨끗하게 씻고, 소금을 약간 넣고 기름에 30초 정도 볶는다. 고추가 숨이 죽으면 뜨거운 물을 조금 붓는다. 국처럼 하면 본연의 맛이 나지 않으니 물은 아주 약간만 넣고 살짝 익히듯 볶아내야만 한다. 어느 정도 고추가 익었으면 간장과 마늘. 멸치를 넣고 3분 정도 더 익힌다. 


마닐라의 도로가 온통 주차장이 된 듯한 날이었다. 그런데 마닐라 특유의 교통체증에 혀를 내두르면서 3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불라칸 롤롬보이에 있는 김대건 신부 성지까지 가서 내가 한 일은 어떻게 하면 고추를 맛있게 볶아낼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었다. 성당에 계시는 수녀님을 만났는데, 마침 이 수녀님이 성당 내 식구들 요리를 담당하신다고 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생각은 정말 아주 잠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종교적인 이야기보다는 고추 볶음의 맛 내기 비법을 듣는 쪽이 훨씬 흥미롭다. 그런데 아무리 귀한 정보도 뒤돌아서면 잊는 것이 내 일상인지라 혹 잊을까 봐 요리 비법을 적어 놓기로 했다. 나는 퍽 즐거운 마음으로 "멸치, 3분, 물은 약간. 종이컵의 3분의 1 정도면 충분" 등을 메모장에 적으면서 한국 슈퍼에 가게 되면 멸치를 한 줌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불라칸(Bulacan) 근처에만 가면 날씨가 흐렸다. 몇 달 전에 비가 한가득 내리는 날 김대건 성인 성지에 방문해서는 롤롬보이 본당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맑은 날에 가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선 터라 날씨가 화창한 날 방문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마닐라에서는 쨍하게 빛나던 하늘이 롤롬보이 근처에 다가갈수록 회색빛을 띠기 시작했다. 가끔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더 재밌기도 하지만 불라칸까지 또 오는 일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라 또 헛걸음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오히려 햇살이 쨍하지 않아서 돌아다니기는 더 좋은 오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성당은 내 생각과 좀 달랐다. 그래도 그렇지, 성지 입구부터 내 예상과 다를 줄이야. 골목 끝 커다란 문틈 사이로 "김대건 신부 성당"이라고 적힌 한글이 보이기에 그쪽이 출입구라고 생각했는데 오롯이 내 착각이었다. 내가 성당 입구라고 여겼던 곳은 옆집 때문과 연결된 문일 뿐이고, 성지 입구는 좁은 골목을 돌아 끝쪽에 따로 있었다. 어쨌든, 옆집 대문을 지키는 가드 아저씨는 매우 친절한 분이셨다. 다른 사람 모르게 살짝 문을 열어주겠다고 하시더니, 주변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나를 성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저쪽에 가면 한국인 수녀님이 계신다고 알려주신다. 그러면서 강조하여서 해주는 말씀이 자신은 성당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고, 성지 바로 옆에 있는 주지사 집의 대문을 지키고 계신다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수녀님 설명에 따르면 내가 들어온 문 쪽은 사유지라서 원래부터 성당 방문객이 이용하는 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녀님이 대체 뭐라고 아저씨에게 이야기해서 그 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느냐고 거듭 물어오시는 것을 봐서는 특별히 문을 열어주겠다는 아저씨 말씀이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수녀님과 긴 한담을 나누고, 성당 구경까지 다 마친 뒤에는 좁은 골목을 빙 둘러 나가기로 했다. 아저씨에게 다시 이야기하면 문을 열어주시기는 하실 눈치였지만, 내 몸 조금 편하게 하자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 날이었다. 그러기에는 주변 공기가 너무 좋았다.




■ 필리핀 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 방문하기 


기록에 따르면, 1839년 마카오에서 민란이 일어나자 마카오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김대건 신부는 최양업 신부와 필리핀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그때 김대건 신부님이 머물던 곳이 바로 불라칸 롤롬보이(Lolomboy)에 있는 성 도미니코회 수도원이다. 마카오로 돌아갈 때까지 약 반년간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알려져 있다. 1842년에도 대만으로 가기 전 10여 일간 다시 이곳에 머물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종교에 대해 매우 무식하다는 것을 미리 밝히고 하는 이야기지만, 롤롬보이 수도원은 종교적인 장소라기보다는 이국적인 여행지에 온 느낌을 준다. 커다랗게 지어진 흰색 건물이 꽤 아름다워서 왜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성당이 인스타그램 배경으로 좋은 장소로 회자되는지 깨닫게 된다. 건물 공사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못해서 안에 들어갈 수 없음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볼거리가 꽤 많아서 가톨릭을 믿지 않더라도 근처에 있다면 한 번 정도 들려볼 만하다. 


그런데 초행길이라면 성지가 대체 어딨는지 조금 헷갈릴 수 있다. 구글맵 지도에서 보면 성당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맥도날드 사거리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새로 지은 성당은 "성 십자가와 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성당(The Parish of Sto. Cristo and St. Andrew Kim Tae-gon New Church)"이란 긴 이름을 가진 성당인데, 필리핀 신부님이 김대건 신부님을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가면 김대건 신부님이 필리핀에 올 때 이용했음 직한 커다란 배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간다면 이 새로 지은 성당 안에 세워놓고 본당까지 걸어가면 된다.


롤롬보이 본당, 그러니까 천주교 수원교구의 성 안드레아 수녀회에서 인수하여 한국인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성지는 동네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데, 구글맵에 "Bulacan’s Korean Temple(Shrine of Saint Andrew Kim Taegon)"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불라칸 코리안 템플이 김대건 신부님이 머무셨다는 성지로 한국인 수녀님이 네 분인가 다섯 분 계신다. 롤롬보이 본당에는 수녀님들이 머무는 공간과 함께 침묵 기도를 위한 장소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필리핀으로 성지순례를 오는 분들을 위한 피정의 집도 있다. 하지만 롤롬보이 본당에서의 미사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에만 진행된다. 마닐라에서 신부님이 오시지 않는 평소에는 새로 지은 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한국 수녀님도 그쪽으로 가셔서 미사를 보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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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pdf



수원교구 성안드레아 수녀회 롤롬보이 본당(Bulacan’s Korean Temple)


■ 주소 : Shrine of Saint Andrew Kim Taegon, Project Pangarap, Lolomboy, Bocaue, 3018 Bulacan Province, Philippines

 위치 : 필리핀 불라칸 주(Bulacan Province). 보카우에 롤롬보이 

■ 비고 

성지순례를 원하면 0927-902-9082(필리핀)으로 전화하여 문의하면 된다. 피정을 위한 비용은 1박에 800페소, 식사는 한 끼에 350페소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마닐라 근교 여행] 조선 최초의 천주교 신부, 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Bulacan’s Korean Temple)






▲ 성 십자가와 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성당(The Parish of Sto. Cristo and St. Andrew Kim Tae-gon New Church)



▲ 차를 가지고 간다면 이쪽에 주차해야만 한다. 본당 쪽은 골목이 좁아 들어가기 어려운 데다가 일방통행 길이라서 차를 빼려면 고생이다. 



 아이 러브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 쪽으로 걸어가는 길 






 필리핀의 바랑가이 홀 앞에서 김대선 신부님 성인상을 다 보다니 좀 신기했다.



▲ 환영한다고 쓰여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정문이 아니다.



 대체 이 화살표가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이 화살표 방향으로 가야지 출입구가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누가 그렸는지 스폰지밥과 패트릭을 제대로 잘 그렸다.  



 이 골목 끝으로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의 입구가 있다.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 입구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정자와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에만 내부를 개방한다. 



▲ 한국식 기와를 얹은 지붕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녀님이 이곳 건물에서 피정의 집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한다. 







 수녀님 말씀에 따르면 경치가 어여뻐서 필리핀 사람들이 웨딩 촬영을 오기도 한다고 한다.  




 기도방. 성지순례 오신 분들이 침묵 피정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김대건 성인상




 최양업 신부의 동상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기념품 가게. 메이드인코리아 책갈피도 눈에 띈다.  



▲ 수녀님이 친절하시기만 한 게 아니라 요리 솜씨도 좋으시다. 한국 김치도 만들어 파시는데, 맛있다. 겉절이인데 맛이 좋아서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꼭 하나 구매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필리핀 성지순례] 불라칸 김대건 성인 성지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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