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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생활]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과 바롱, 그리고 필리핀항공의 승무원복

by 필인러브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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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일인지는 논외로 두고, 어느 시대에나 특권층은 있기 마련이다. 필리핀 식민지 시대에는 프린시팔리아(Principalía)라고 불리는 특권층이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원주민 중에서도 상류층을 골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특권을 인정하고, 스페인 국왕에게 바치는 공물을 면제하는 등 생활에 있어 혜택을 제공하는 식민지 정책을 펼쳤다.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플랜테이션 대농장이 생겨났고, 필리핀 지배계층은 경제력과 지식을 모두 갖춘 이들에게 식민지 사회에서의 경제적인 지위와 발전을 약속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상당한 재력을 갖춘 중산층을 중심으로 일러스트라도(Ilustrado)라고 부르는 계층도 생겨났다.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호세 리잘(José Rizal)도 일러스트라도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호세 리잘이 대단한 부자는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안과 전문의가 되고자 해외 유학을 다녀올 정도는 되었다. 


프린시팔리아(Principalía)나 일러스트라도(Ilustrado) 등과 같은 특권층의 성장은 의류 시장의 성장을 불러왔다. 상류층의 부유한 경제력은 고급 의류의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했다. 바롱은 가슴 부분을 중심으로 화려한 수공예 자수 장식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자수가 얼마나 복잡하게 되어 있는지가 옷을 입은 사람의 계급이나 부의 정도, 또는 행사의 중요성을 표시해주기도 했다. 입은 옷의 색깔이나 직물의 종류만 봐도 상류층과 평민 계층의 구분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하긴, 바롱은 옷의 모양새 자체가 혼자 입기가 어려운 형태를 하고 있어 서민층에서 평상복으로  입기 보다는 중상류층의 예복으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바롱이 중상류층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평민들(Natives)도 바롱 타갈로그를 입었다. 보통은 거친 직물로 만든 헐렁한 셔츠를 평상복으로 입었지만, 갈색이나 파란색 등 어두운색의 저렴한 직물로 만든 바롱을 입기도 했다. 



1800년대 초반의 서민들의 복장 (출처 : Paul de la Gironiere


■ 식민통치의 유산이면서 부를 상징하는 옷


바롱에 대한 흔한 설명 중 하나는 이 옷이 식민통치의 유산이라는 설명이다. 스페인 지배 계층이 원주민이 열등한 신분임을 깨닫게 하려고 바롱을 입게 했다는 것이다. 얇고 가벼운 소재의 옷을 만들어 바지 바깥으로 내어 입게 된 것이 필리핀의 무더운 기후 때문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페인 지배층은 상류층에게 모자와 신발을 착용하도록 했고, 목에 컬러가 있는 셔츠를 입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부나 권력을 아무리 많이 가지게 된다고 해도 그들이 원주민 자리에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바롱을 입도록 했다. 옷 안에 무기를 감추지 못하도록 속이 비치는 얇은 셔츠를 입게 하고, 물건을 훔치거나 숨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주머니가 없는 옷으로 만들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필리핀 국수주의자들은 이 이야기가 거짓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바롱이 식민지 지배의 유산임을 입증할만한 문서화된 기록이 없으며 스페인 시절 의복의 디자인이나 착용 방법에 대해서 어떤 명문화된 규범으로 강제되기보다는 당시 패션의 유행을 따르는 경향이 강했다는 주장이다.  



■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과 바롱의 대중화


특권층이 아님을 강조하며 대선에 출마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존 엘리트층과 다름을 강조했다. 선거 운동 당시 폴로셔츠와 면바지를 즐겨 입으며 소탈한 이미지를 내세운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식에서도 명품 정장 대신 바롱 타갈로그와 검은 면바지를 입었다. 취임식에서 보여준 바롱 타갈로그가 웬만한 정장보다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바롱 타갈로그가 대중화된 것에는 필리핀 대통령의 힘이 컸다.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라는 라몬 막사이사이(Ramon F. Magsaysay) 대통령은 1953년부터 1957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각종 행사장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바롱 타갈로그를 입어 바롱의 대중화를 도왔다. 무려 21년간 독재 장기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E. Marcos) 전 대통령도 통치 기간 중 바롱 셔츠를 즐겨 입었는데, 1975년도에 들어 아예 포고령(Proclamation)을 통해 바롱 타갈로그를 민족의상(the national attire)으로 지정했다. 이 포고령(Proclamation No. 1374)을 보면  매년 6월 5일부터 일주일을 바롱 타갈로그 주간(Barong Filipino Week)을 설립한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1972년에 계엄령을 공포하고 난 뒤라서였을까. 학교 교복이나 기업의 유니폼으로 바롱입기를 권장하는 마르코스의 포고령은 따르는 곳이 많았다. 필리핀항공과 아얄라 등과 같은 회사들이 바롱을 유니폼으로 사용하기에 나섰다. 1998년, 대법원에서 사법부의 모든 직원에게 바롱 타갈로그어 착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 1980년대 후반에 이용되었던 필리핀항공의 승무원복. 필리핀인 디자이너 Christian Espiritu가 디자인한 이 유니폼은 활동성이 좋지 못하여 계속 디자인 개선 작업을 해야만 했다. 천의 소재를 좀더 간소화하고 옷자락을 짧게 하는 등 디자인을 바꾸었다. (출처 : Dressing Up PAL. 1991. Mabuhay Magazine)



▲ 필리핀 다리미. 숯을 넣어 사용한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History of the Barong Tagalog

http://mybarong2.com/history-barong-tagalog-art-99.html

· Proclamation No. 1374

https://www.officialgazette.gov.ph/2007/09/03/proclamation-no-1374-s-2007/

· Americana vs. Camisa: The History of Filipino Men's Fashion

https://www.esquiremag.ph/style/fashion/filipino-mens-fashion-a2289-20190401-lfrm6



[필리핀 생활]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과 바롱, 그리고 필리핀항공의 승무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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