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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언어] 걸레와 정치인,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필리핀식 영어단어

by 필인러브 201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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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사전에서 영어 사전 이름인 "Oxford English Dictionary"를 검색해보면 그 설명이 조금 재미있다. "20권으로 된 세계 최대의 영어 사전"이라고 되어 있다.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사전 편찬을 위해 애를 썼던 제임스 머레이 경이 이 간결한 설명을 보면 만족해할지 모르겠지만, 세계 최대의 영어 사전이라는 것에는 흡족해하지는 않을까 싶다.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은 영국에 있는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영어사전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1857년에 런던의 문헌학회에서 사전의 발간을 제안받고 자료수집에 들어간 것이 그 시초였는데, 편집장 역할은 당시 문헌학회의 회장이었던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 경(Sir James Augustus Henry Murray)이 맡게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스코틀랜드 국경 마을에서 태어난 제임스 메레이 경은 학문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딸이 결핵으로 사망한 뒤 스코틀랜드의 겨울을 피해 런던으로 이주했고, 런던에서 단어의 어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관심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다. 그는 다양한 언어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그의 연구 영역에는 히브리어와 아랍어까지 포함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제임스 머레이 경은 그의 방대한 지식 덕분에 사전 편찬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게 되었고 의욕적으로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했으나 사전의 초판을 보지 못한 채 1915에 늑막염으로 사망했다. 무려 천 오백 명이라는 학자가 동원되었으나 제대로 된 사전을 만드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스포드 영어사전의 표준판은 1884년부터 부분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단어 수집과 정리 작업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전 출간까지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보았지만, 초판이 완성된 것은 1928년의 일이 되었다. 발간을 기획하고 나서 70여 년이나 지난 뒤에야 사전이 완성된 것이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원래 약 7,000페이지에 달하는 4권짜리 사전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완성된 초판을 보면 무려 12권이나 된다. 이 초판에는 414,825개의 어휘가 실렸으며,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1,827,306개의 인용문이 함께 실렸다. 1990년대 중순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2000년 옥스포드에서는 온라인 사전을 만들어냈고, 단어의 뜻이 바뀌거나 신조어가 등장할 경우 어휘를 새롭게 등재하기도 한다. 사전에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시대에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하고 있는 언어를 사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나라 고유 언어에만 담겨있는 미묘한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구어체 단어가 새로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 단어도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수록된 것이 꽤 많다. 대부분 한국 고유의 것들을 나타내는 표현인데, 한글(Hangeul)이나 김치(Kimchi), 태권도(Taekwondo), 케이팝(K-pop), 반찬(Banchan) 등의 단어뿐만 아니라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도 등재되어 있다.


작년 10월,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에 필리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 20개가 새로운 단어로 추가되었다. 필리핀 사람들이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필리핀식의 영어 단어가 등재된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필리핀의 고유문화가 영어라는 언어의 역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만의 문화는 물론 필리핀의 정체성까지 전달될 수 있으니, 단순히 사전에서 단어가 지닌 뜻을 보게 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부패한 정치인 또은 청소용 걸레를 뜻하는 트라포(Trapo)라는 단어만 봐도 그렇다. 부패와의 전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만큼 정치인의 부패는 필리핀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피플스 파워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쫓겨날 때 마르코스와 이멜다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국가외채 규모와 맞먹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을 정도이다. 정치인의 부정부패로 인한 경제 파탄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가난의 대물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 사람들이 정치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팔러티션(politician)'보다는 '트라포(Trapo)'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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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록된 필리핀식 영어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를 살펴보면 필리핀 사람들의 문화 및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 트라포 - Trapo 

지배 계급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패한 정치인트라포는 전통적 정치인(traditional politician)을 줄인 말이지만, 필리핀어로는 청소용 걸레(trapo)라는 뜻이 되어 필리핀 사람들이 정치인을 부패한 지배 계급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트라포(Trapo)는 한국의 재벌(Chaebol)이나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만큼이나 필리핀의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는 단어이다. 


■ 봉가 - bongga

1980년대 이후 광고와 노래 등에 나와 유행이 된 말로 멋진. 세련된 , 화려하고, 인상적인 등의 뜻을 지님 


■ 앰부쉬 인터뷰 - ambush interview

즉석에서 참여하도록 만든 인터뷰. 미리 정해진 인터뷰가 아니라서 인터뷰 참석자가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인터뷰 


■ 기믹 - Gimmick 

친구들과 밤에 나가는 일. 영어에서는 원래 속임수, 눈속임 등을 나타내는 단어이지만, 필리핀에서는 친구들과 기믹을 한다고 하면 저녁에 함께 외출하여 놀자는 의미이다. Gimmick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부정적인 의미는 없다. 


■ 킬릭 - Kilig  

흥미롭거나 신나는 일, 낭만적인 경험으로 인해 기분이 상쾌하고 기뻐짐. 연애인을 보는 등의 이유로 상당히 흥분된 감정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누군가에게 빠져있다는 것을 놀릴 때는 '킬리-그'라고 길게 발음하기도 한다.  


■ OFW (Overseas Filipino Workers)

필리핀 해외노동자. 필리핀은 중국, 인도, 멕시코 등과 함께 세계 4대 해외 인력 송출국이다. 해외에 채용된 해외근무 필리핀 근로자가 필리핀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총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노동자가 필리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OFW 해외노동자가 보내는 외화송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해외근로자 가족의 가계소득원으로 필리핀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 있다. 송금액에 따른 국가별 순위는 ①미국 ②사우디아라비아 ③싱가폴 ④영국 ⑤아랍에미리트 ⑥일본⑦캐나다 ⑧카타르 ⑨홍콩 ⑩독일 순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10개국으로부터의 송금액은 전체 송금액의 약 77.3% 차지한다고 한다. 


■ 데스페디다 - Despedida 

여행을 떠나거나 조직을 떠나려는 사람을 기리는 사교 행사, 송별티 


■ 더티 아이스크림 - dirty ice cream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보통 화려하게 페인트칠을 한 손수레에서 판매된다. 판매상이 장갑 등의 위생용품을 착용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더럽다고 경고한 것에서 이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 판데살 - Pan de sal 

밀가루, 달걀, 이스트, 설탕, 소금으로 만들어지는 빵. 판데살 빵은 필리핀 국민 빵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 바고옹 - bagoong

작은 생선이나 새우로 담근 필리핀식 젓갈. 그린망고와 곁들어 먹기도 하고, 볶음밥을 해서 먹기도 한다. 


■ 칼린데리아 - carinderia

여러가지 반찬을 쭉 늘어놓고 판매하는 길거리 음식점  


■ 키카이 키트 -  Kikay kit

여성용 세면도구와 화장품이 보관되는 소프트 케이스.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편집자였던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 경



▲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더티 아이스크림(dirty ice cream) 수레. 필리핀에 얼음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02년도에 필리핀 최초의 얼음 공장인 "Insular Ice Plant"가 생기면서부터라고 한다. 위생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수많은 필리핀 아이들의 입가에 행복을 가져다준 간식임은 틀림없다.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수레는 지프니나 레촌처럼 필리핀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조세핀 레스토랑(Josephine Restaurant Tagaytay)이나 바바라스 레스토랑(barbara's heritage restaurant)과 같은 레스토랑에 가면 이 더티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놓고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Murray, Sir James Augustus Henry

https://www.oxforddnb.com/view/10.1093/ref:odnb/9780198614128.001.0001/odnb-9780198614128-e-35163

· James Murray (lexicographer)

https://alchetron.com/James-Murray-(lexicographer)

· Philippine English in the October 2018 update

https://public.oed.com/blog/philippine-english-in-the-september-2018-update/

· Oxford English Dictionary

https://www.oed.com/

· Lexico 

https://www.lexico.com/en

· Bongga! What having Philippine English words in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means

https://www.philstar.com/lifestyle/on-the-radar/2019/06/28/1928402/netflix

· Filipino Language as the privileged medium of the Filipino Soul

https://philippinesgraphic.net/filipino-language-as-the-privileged-medium-of-filipino-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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