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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역사 뒷이야기] 1898년에 제작된 필리핀 최초의 국기(PHILIPPINE FLAG)가 상징했던 것

by 필인러브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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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스페인에 대항하여 혁명을 일으켰을 때는 국기라는 것이 없었다. 카티푸난을 비롯하여 각 혁명 단체는 자신의 깃발을 가지고 사용했지만, 공식적으로 지정된 깃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드레스 보니파시오(Andrés Bonifacio)가 만든 민족주의 무장 투쟁 독립운동 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 KKK)은 직사각형에 "K.K.K"가 적힌 깃발을 만들었지만, 1896년 '푸가드 라윈의 통곡(Cry of Pugad Lawin)' 혁명운동을 할 때만 해도 특별히 깃발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898년부터였다. 

필리핀 국기(national flag)는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가 홍콩에 망명했을 때 도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는 아기날도가 미국에 매우 우호적이었던 시기인 만큼 미국의 국기 색상과 같은 색으로 국기를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평화, 평등, 진실, 용기, 자유 등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이미지를 모두 담아서 국기를 디자인한 것 같다.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노란색으로 의인화된 태양을 그리고, 깃발 앞에는 Fuerzas Expeditionarias del Norte de Luzon(북부 루손의 원정군을 의미), 뒤에는 Libertad Justicia e Ygualdad(자유, 정의, 평등을 의미)라는 문구를 적어 국기를 디자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스케치를 마르셀라 아곤실로에게 주고 깃발 제작을 맡겼다고 한다.

훗날 전해진 바에 따르면 마르셀라 아곤실로는 1898년 5월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마닐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르기 직전에 아기날도를 만나 국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고향인 카비테(Cavite)의 집에서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창문에 서서 이 깃발을 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과 말롤로스 의회 개회식에서도 이 깃발을 사용했는데, 1901년경 전쟁 중에 분실했다. 국기의 행방에 대한 부분은 1925년에 아기날도가 Baja 대위에게 쓴 편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편지에 따르면 미군에게 쫓겨 북부 루손으로 후퇴했을 때 팡가시난(Pangasinan) 지역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다고 한다.


 

■ 필리핀 국기(Philippine national flag)의 상징

1898년 5월 1일,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했다. 스페인이 전쟁에서 진 것을 본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1898년 6월 12일 그의 고향 카윗의 집에서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한다. 이 역사적인 날, 필리핀의 국기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국기의 색깔과 그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변호사였던 바우티스타(Ambrosio Rianzares Bautista)가 작성한 독립선언문에 적혀 있다. 

- 흰색 : 평등에 대한 필리핀인의 희망(Filipino hope for equality)
- 파란색 : 평화, 진실, 정의, 성실, 이상 등의 정치적 이념(peace, truth and justice)
- 빨간색 : 애국심, 용기, 용맹 (patriotism and valor)
- 하얀색 삼각형 안의 노란색 태양 : 자유
- 태양의 여덟 갈래 빛 : 스페인의 식민지배에 대항하며 혁명을 일으킨 8개의 주. 마닐라(Manila), 카비테(Cavite), 불라칸(Bulacan), 팜팡가(Pampanga), 누에바에시하 (Nueva Ecija), 딸락(Tarlac), 라구나(Laguna), 바탕가스(Batangas)를 의미한다.
- 3개의 별 : 루손(LUZON)섬, 파나이(Panay) 섬 , 민다나오(MINDANAO)섬

(비고)
* 하얀색 삼각형이 필리핀 독립운동 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 3개의 별이 필리핀의 루손(LUZON)섬, 민다나오(MINDANAO)섬, 비사야제도(VISAYAS)를 나타낸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독립선언문에 이 별은 혁명이 시작된 주요 섬을 나타낸다고 언급되어 있다.
* 필리핀은 전쟁 시 국기의 빨간색 부분과 파란색 부분을 바꿔 사용한다. 애국심과 용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부분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 필리핀 국기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Philippine Flag)

필리핀 최초로 국기를 제작한 사람은 마르셀라 아곤실로(Doña Marcela Mari o Agoncillo)라고 한다. 필리핀 국기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Philippine Flag)라고 불리는 마르셀라 아곤실로는 바탕가스 따알(Taal)이 고향이었는데, 결혼 전 수녀원에서 생활했고 수녀원 생활 중 자수와 바느질을 배웠다고 한다. 마르셀라 아곤실로는 변호사이자 외교관이였던 펠리페 아곤실로(Felipe Encarnacion Agoncillo)와 결혼하고 마닐라 말라떼 근처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려운 주변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티푸난 단원이었던 남편과 함께 홍콩으로 가서 긴 망명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홍콩에서 에밀리오 아기날도를 만났고, 최초의 필리핀 국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마르셀라 아곤실로가 딸 로렌자(Lorenza Mariño Agoncillo)와 호세 리잘의 조카인 델피나(Delfina Herbosa de Natividad)와 함께 국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마르셀라 아곤실로가 딸 로렌자의 도움으로 국기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사실 좀 의문이다. 로렌자는 1890년에 태어났으니, 국기가 제작된 1898년에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암튼. 마르셀라 아곤실로는 홍콩에서 아이용 옷을 만들어 팔아 망명 생활에 보탰을 정도로 양재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니, 최초의 국기는 식탁보로 써도 될만한 크기로 만들어졌다. 근처 상점에 가서 고급 실크실 등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태양의 여덟 갈래 빛 부분을 수놓기는 쉽지 않아서 국기를 완성하기까지 닷새가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마르셀라는 그녀가 만든 깃발이 독립 선언에 사용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은 뒤에야 홍콩에서의 망명을 마치고 마닐라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셀라 아곤실로는 자신의 보석을 팔아 독립자금을 대었을 정도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었지만, 필리핀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1946년 5월 30일 사망, 칼로오칸에 있는 라 로마 가톨릭묘지(La Loma Catholic Cemetery)의 남편 곁에 안장되었다. (필리핀은 1946년 7월 4일에 독립하였다.) 여담이지만, 호세 리잘의 부인이었던 조세핀 브렉켄(Josephine Bracken)이 스페인 총독부의 고문을 피해 홍콩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마르셀라의 집에서 머물렀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말라카냥궁 박물관에 가면 마르셀라 아곤실로가 최초의 국기를 만드는 데 사용한 골무를 볼 수 있다.


 

■ 필리핀 국기의 규격과 색상

필리핀의 국기는 위는 파랑, 아래는 빨강에 왼쪽에 흰색의 정삼각형에 태양과 3개의 별이 나와 있다. 국기의 가로세로 비율은 1:2인데 흰색 삼각형은 정삼각형으로, 정삼각형 변의 길이는 세로의 길이와 일치한다. 또한 세 개의 별의 꼭짓점은 별의 중앙을 향해 있다.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국기를 처음 도안했을 때만 해도 태양에 의인화된 얼굴이 그려져 있었으나 나중에 의인화된 특징을 없애고 광선을 단순하게 정리하였다. 국기 제작에 필요한 천 공급에 문제가 있어서 푸른색의 색상이 조금씩 변했지만, 1998년 공화국법(Republic Act. No. 8491)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모습과 색상으로 정해졌다.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도안한 국기 
 

 1898 – 1901  
 1901 – 1907  
 1919 – 1936  
 1936 – 1941  
 1941 – 1945  
 1985 – 1986  
 1998년 ~ 현재   

 


■ 국기의 날(National Flag Days)

필리핀 정부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28일부터 6월 12일까지 국기의 날(National Flag Days) 행사를 한다. 필리핀 국기에 대한 것은 공화국법 Republic Act 8491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 법에 따라 국기가 공공건물과 학교, 도로 등에 설치된다. 해마다 행사 규모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략 3천여 개의 크고 작은 국기가 동원되어 필리핀 곳곳에 게양된다. 그런데 국기의 날(National Flag Days) 행사 기간이 매우 긴 것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필리핀 국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사용된 날은  6월 12일(독립기념일)이지만, 실제적으로는 1898년 5월 28일 알라판 전투(Alapan battle)에서 승리할 때부터 국기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5월 28일부터 행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무스(IMUS) 지역에 있는 알라판 공원(Alapan Heritage Park)에서 와가이와이 축제를 열기도 한다.(Wagayway는 Flag Wave를 의미한다)

 

필리핀 국기
▲ 불라칸의 바라소아인 교회(Barasoain Church)

 

▲ 에밀리오 아기날도 박물관(Aguinaldo Shrine and Museum) 앞
▲ 필리핀 이무스(IMUS) 
▲ 알라판 공원(Alapan Heritage Park). 공원의 규모가 작고 볼거리가 거의 없다. 6월 12일 독립기념일에만 붐비는 공원이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https://www.officialgazette.gov.ph/1998/02/12/republic-act-no-8491/
·  http://malacanang.gov.ph/history-of-the-philippine-flag/
·  https://news.mb.com.ph/2019/05/27/national-flag-days-start-today/
·  http://nhcp.gov.ph/the-philippine-flag-symbol-of-our-sovereignty-and-solidarity/
· https://www.officialgazette.gov.ph/the-philippine-f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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