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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루손섬

[필리핀 마닐라] 짐작과는 다른 일들 - 안티폴로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

by 필인러브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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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그 어느 쪽을 봐도 하늘에는 바람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마저 그 움직임을 멈추고 잠들어 있었다. 이런 날은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가만히 책이나 펼쳐 놓고 있어도 좋겠지만, 주말은 주말이다. 마음은 이미 가방을 메고 멀리 떠나고 있었다.  

마닐라에서 산 시간이 10년이 가까워져 오건만, 아니 어쩌면 그래서인지 주말 나들이 장소라고 해서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다. 리잘파크와 인트라무로스는 이제 너무 식상하고, 박물관은 여행가이드를 해도 될 정도로 다 가보았으며, 쇼핑몰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닐라 시내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것 또한 마땅하지 않다. 아주 멀지는 않은 곳으로,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도 기분 전환이 될만한 곳을 찾고자 하니 그런 장소가 많을 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이름이 난 곳은 모두 사람으로 가득하여 풍경을 보러 간 것인지 아니면 나처럼 외출에 목마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러 간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터널처럼 깊은 동굴 안에 낯선 이라고는 하나 없다는 것은 실로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세상에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많다고 하지만, 안티폴로(Antipolo City)에 있는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은 정말 짐작과는 아주 달랐다. 일단 그 규모부터 엄청났다. 동네 사람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뛰어와서 입장료를 받고 동굴 안 전등 스위치를 켜줄 때만 해도 잠깐 동굴을 보고 나올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따로 길표시는 없었지만, 불빛이 보이는 곳까지만 걸어가보리라 생각했는데 꽤 한참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더 가야만 동굴의 끝이 나오는 것인지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입구의 아저씨가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거절하지 않고 요청할 것을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하염없이 모기가 무는 것이 느껴져서 얼른 동굴을 벗어나고 싶지만, 끝이 어딘지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보기로 했다. 


동굴이 자아내는 소리가 시곗바늘 소리처럼 귓가에 들리더니, 멀리 어디선가 박쥐 소리 비슷한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동굴은 깊고 넓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굴 안이 건조한 편이라는 점이었다. 바깥과 다르게 제법 서늘한 기운도 품고 있어서 기온만 본다면 오래 머물 수 있을 듯하다. 동굴 입구에서 평평한 바닥을 보고 혈거인이 야생 동물을 사냥하면서 살았음직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장소가 계속 보이고 있었다. 한두 가족이 아니라 부족 단위로 크게 마을을 이루고 살아도 충분해 보일 정도이다. 동굴에는 그 흔한 안내문 하나 없었지만, 불빛을 좀 더 밝게 해놓고 자세히 관찰해보고 싶을 정도로 어여쁜 종유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프니 매연 가득한 복잡한 시내에서 고작 한 시간 남짓 달려왔을 뿐인데 이런 동굴이 산에 있음도 놀랍지만, 더욱더 놀란 것은 동굴 밖을 빠져나와서였다. 무척이나 긴 시간을 동굴 안에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30분 정도밖에 지나있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의 시간이란 도심에서의 시간과 사뭇 다른 속도로 흐르는 모양이었다. 


Mystical Cave, Antipolo

[필리핀 안티폴로]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

마닐라 근교 안티폴로에 있는 미스티컬 동굴은 아직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다. 가는 길의 일부는 비포장도로라서 운전이 힘들기도 하다. 산 위까지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으나 동굴 안 시설이라고 해야 동굴 입구에 문이 만들어져 있고, 전구가 곳곳에 설치된 정도가 전부이다. 성모마리아와 아담과 이브 등 종교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종유석이 많아서 미스티컬 동굴이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조명 시설이 열악하여 누군가의 설명이 없으면 도무지 어떤 이미지가 보이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입장료가 저렴하고, 다른 동굴과 다르게 머리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어린아이들이 관람하기에는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좀 더 조명에 신경을 쓰고 주변 환경을 정리하면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 터인데 싶은 아쉬움이 생긴다. 동굴 내부는 물론이고 동굴까지 가는 길에도 모기가 정말 많아서 모기 기피제를 반드시 챙겨가는 것이 좋다. 

■ 관람 시간 : 오전 8시 ~ 오후 6시
■ 주소 : 25 Masinag, Marikina-Infanta Hwy, Antipolo, 1870 Rizal
■ 위치 : 필리핀 리잘주, 안티폴로 
■ 입장료 : 50페소 
■ 준비물 : 모기기피제, 손전등(동굴 내에 작은 전구가 있지만, 크게 밝지는 않아서 손전등을 준비해 가는 편이 좋음)

필리핀 안티폴로. Xentro Mall Antipolo
The Ridge, Sumulong Hwy, Antipolo
이곳 안티폴로의 스타벅스는 2020년 초반 오픈 당시만 해도 따가이따이보다도 전망이 좋다고 하여 큰 화제가 되었었으나, 오픈 시기를 너무 잘못 잡은 듯하다. 문을 닫은 지 벌써 2년이 가까워진다고 했다.
동굴로 가는 길
이런 동네에 과연 동굴이 있을까 싶은 길을 가야만 한다.
일부는 비포장도로이다.
안티폴로의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
계단을 꽤 많이 올라가야 한다.
공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리고 모기도 나만큼이나 이 좋은 공기를 좋아함이 틀림없다. 
싸봉닭을 키우는 집도 있다.
닭싸움용 싸봉닭
입장료는 50페소이다.
동굴 입구. 손님이 오면 누군가 뛰어 와서 전등을 켜준다.
입구만 조금 물기가 있어 미끄럽고, 안은 비교적 건조한 편이다.
입구만 보고 아주 작은 동굴인 줄 알았지만, 내 착각에 불과했다.
멋진 동굴인데, 조명 시설이 상당히 아쉬웠다.
동굴 주변에는 변변히 구멍가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마을 쪽으로 나와야만 가게가 있다. 마닐라에서는 보기 힘든 상표의 사이다도 판다.
독버섯!

 

[필리핀 마닐라] 짐작과는 다른 일들 - 안티폴로 미스티컬 동굴(Mystical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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