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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메트로 마닐라

[마닐라 생활] 백신접종증명서와 맥스 레스토랑의 공짜 할로할로

by 필인러브 202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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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나 아무래도 백신 접종을 해야겠어. 어디서 할지 알아봐 줘."
"오케이!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대체 어떤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해주는 것인지 궁금하여 여기저기 백신접종소를 보러 다니긴 했지만, 나는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고 있었다. 파식 시청과 부팅 초등학교(Buting Elementary School), 마카티 그린벨트, 마카티 아얄라몰 서킷, 몰 오브 아시아 등 여기저기에 있는 백신접종소를 가보았지만, 번번이 다른 사람이 주사를 맞는 것만 구경하고 돌아온 까닭은 간단하다. 외국인으로서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에서 대놓고 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에 대해 공식적으로 안내한 바는 없지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동네마다 규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백신접종 순위도 내국인(필리핀인)과 똑같이 적용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순위라는 것이다. 합법적인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의료기관 종사자도 아니고, 고령자도 아니며, 기저질환이 있는 것도 아닌 나와 같은 외국인은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인 A그룹이나 B그룹이 될 수 없었다. 마카티 메디컬센터나 보니파시오 세인트룩스와 같은 병원에서 백신 접종할 수 있다면, 비용을 좀 내더라도 당장 달려가서 하겠지만 사설 병원에서의 유료 예방접종은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필리핀인 친구 하나가 메가월드(Megaworld)에서 하는 백신 접종 명단에 슬그머니 이름을 넣어주었지만, 외국인은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지난 6월에 필리핀 적십자에서 유료 백신접종 수요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신청을 했었지만, 그것도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중부루손한인회와 남부한인회 등 한인회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받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참 일에 치여서 허덕이던 때라 관심을 둘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이건 이래서 힘들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핑계를 만들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져 버렸다고 할까. 결국 지방정부 쪽으로 백신접종등록(Vaccination Registration)을 하고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필리핀 지방정부라는 곳이 일괄적인 규정을 가지고 움직이는 곳이 아니었다. 지역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네 바랑가이에서 볼 때 나는 "지금 당장은 대상이 되기 어렵다."로 분류되었다. 그리고 나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시노백과 같은 중국산 백신은 접종받고 싶지 않다는 쪽이었다. 필리핀 정부에서 백신 미접종자는 슈퍼에도 가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시노백만큼은 절대 사절이었다. 

 

알렌네 집은 파테로스(Municipality of Pateros)이지만, 파식 시티와 타귁 시티의 경계선에 있었다. 그래서 멀리 높게 솟아오른 화려한 건물이 병풍처럼 보였지만, 주변에는 마땅히 점심을 먹을 곳이 없었다. 옐로우캡 피자(Yellow Cab Pizza)로 갔지만, 배달 서비스만 할 뿐 매장 내 식사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행히 피자 가게 바로 옆에 있는 맥스 레스토랑(Max's Restaurant)은 손님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백신 접종 증명서가 없어도 매장 내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이벤트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백신접종자가 500페소 이상 주문하면 할로할로를 무료로 준다는 이벤트였다. 나야 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서가 없지만, 식사 일행 중 한 명만 백신접종증명서가 있어도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이벤트였다. 나는 보라색 우베 아이스크림보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더 좋다는 쪽이지만, 공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물며 알렌이 점심을 사준다면야 빨간색이건 보라색이건 무슨 상관이랴. 공손한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고 주문한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며 알렌의 결혼식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고 뭐고 결혼 시장만큼은 불황을 모르는지, 12월에도 교회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이야기였다. 안티폴로의 핀토 아트 미술관(Pinto Art Museum)을 통째로 빌려 결혼식 피로연을 한다니, 어떻게든 백신을 접종하고 알렌의 결혼식장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맥스 레스토랑(Max's Restaurant)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식당 하나 문을 여는데도 필요한 허가서가 많기도 하다. 
직원이 테이블이 사라질 기세로 열심히 닦고 있었다. 
맞은편 식당은 그릴 집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해주겠다는 마음인지, 한국식 삼겹살과 필리피노 그릴을 판다고 적혀 있다. 
맥스 레스토랑은 닭고기 전문점이다. 이런저런 필리핀 음식도 파는데, 어느 것을 주문해도 맛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소스 전문가 알렌. 알렌에 따르면 바나나 케첩과 핫소스 등을 따로 먹지 말고 소스 세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먹으면 최고라고 한다.
치킨 시시그. 맛이 괜찮다.  

 

[마닐라 생활] 백신접종증명서와 맥스 레스토랑의 공짜 할로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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