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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정보/마닐라 재래시장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깔띠마 시장의 마타마타 거북이(Matamata turtle)

by 필인러브 201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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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은, 만사가 귀찮은 날이었다.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서 깔띠마 시장에 거북이 밥이나 사러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깔띠마 시장에 가는 길 지프니 내리는 곳 바로 옆에 왕완딩 씨네 가게가 있었으니, 잠깐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왕완딩 씨 옆에 앉아 8페소를 받고 가치담배며 콜라 등을 팔면서 두런두런 수다를 떨다가 문득 해가 슬그머니 지려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 형 밥을 사려고 나온 것인데, 수다를 떤다고 사료를 사지 못하고 집에 빈손으로 돌아가면 온종일 굶은 형이 슬퍼할 터였다. 후다닥 일어나서 깔띠마 시장의 파충류 샵에 갔지만, 결국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가게 안에 앉아 있고야 말았다. 원래의 목적, 그러니까 거북이 밥만 사고 나오려고 하던 나의 발길을 잡은 것은 낙엽처럼 생긴 거북이였다. (형은 키우고 있는 거북이 이름이다)


수시로 골골대고 있기는 해도 시력만은 매우 좋은 편인데 눈이 침침한 것도 아니고 왜 매장 한쪽 구석 수조에 왜 가을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이나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놀랍게도 거북이였다. 마타마타 거북이(Matamata turtle)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거북이의 가격은 무려 6천 페소. 이 파충류 샵에 파는 뱀이니 도마뱀 등은 호주 등지에서부터 합법적인 데리고 온 녀석이라 매우 고가인 것을 알고 있었고, 거북이도 좀 희귀한 종류는 가격이 비싸다고 들었지만 6천 페소이면 지프니를 매일 두 번씩 일 년은 탈 수 있는 가격이다. 굳이 지프니 요금과 비교하지 않아도, 집에 키우고 있는 거북이를 100페소에 입양했던 나로서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거북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수조에서 거북이를 꺼내 보여주며 못생겼다는 뜻으로 마타마타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거북이를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기에 열심히 경청하고, 그래도 좀 더 알고 싶어 집으로 오자마자 거북이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 거북이, 알면 알수록 대단히 흥미로운 거북이이다. 


거북이 가운데서도 가장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마타마타 거북이는 원래 남아메리카의 오리노코강 지역에서 사는 거북이로 거북류 가운데 가장 특이한 형태를 자랑한다. 어떻게 보면 좀 못생긴 편이라서, 가끔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 순위에 오를 정도이다. 이 거북이는 납작한 삼각형 모양의 머리 모양부터 신기하지만, 목을 움직이는 방법도 독특하다. 그러니까 목을 뒤로 움츠려 넣는 보통 거북이와 다르게 이 거북이는 목을 옆으로 구부려 등딱지 안에 넣는다고 한다. 야행성 거북이로 물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응달에 숨어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잡아먹으면서 사는데, 자신의 목이 먹이처럼 보이게끔 납작한 목을 하늘하늘 움직여서 물고기를 유인해 잡아먹는단다. 사교성은 퍽 좋은 편으로 다른 거북이와 함께 키워도 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여 가족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 설레던 마음이 마타마타 거북이 사진 한 장을 보고 쑥 사라져버렸다. 거북이가 완전히 큰 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거북이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파충류 샵에서 본 것은 내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크기였는데 그게 내 몸집 절반 정도까지 큰다니! 보통 그 정도까지 크게 성장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내가 키울 거북이가 보통인지 아닌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마음이 끌려서 좀 무리하면 6천 페소를 내고 한 마리 입양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 크기가 되면 돈이 문제가 아니게 된다. 내 상상력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는 대왕 거북이와 소고기를 좋아하는 형을 양쪽에 껴안고 월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까지 확장되었고, 나는 재빨리 검색창을 닫기로 했다. 애완동물을 살 때는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하는 뻔한 이야기지만, 뻔한 이야기일수록 옳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큰 법이니 따르기로 한 것이다. 나는 나뭇잎 모양 거북이 따위는 완전히 잊고, 키우고 있는 거북이에게나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필리핀 마닐라 깔띠마 시장(Cartimar Market)



▲ 깔띠마 시장은 청과물이나 꽃 화분 등을 팔기도 하지만, 마닐라 최대의 애완동물 시장이기도 하다. 



▲ Reptilab Exotics





마타마타 거북이



▲ 거북이는 생각보다 움직임이 빠르다. 





▲ 무엇을 먹었는지 배가 불룩하니 귀엽다. 






▲ 도마뱀 




▲ 거북이! 



▲ 형 밥을 산다는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필리핀 마닐라 자유여행] 깔띠마 시장의 마타마타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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