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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하며 생활하기/메트로 마닐라

[필리핀 마닐라] 가짜 주문과 앙카스 배달기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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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정을 넘은 시간에 퀘존 시티의 거리에 있었던 일.
어두운 밤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었다. 그의 직업은 앙카스 배달대행업체의 기사. 밤늦은 시간에 거리에서 그가 울고 있었던 것은 누군가 가짜로 음식을 주문하였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사라졌으니, 운전기사가 꼼짝없이 599페소나 되는 음식값을 책임져야 할 판국이었다. 어떻게 음식 주문한 사람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싶지만, 필리핀에서는 핸드폰을 개통하기가 너무도 쉽다. 통신사 쪽으로 개인 정보를 하나도 보내지 않아도 천 원 남짓한 유심카드만 사면 바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배달앱에서는 앱 이용자가 주문과 동시에 결제까지 완료하지 않아도 음식 주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배달 기사가 자신의 돈으로 음식점에서 돈을 내고 음식을 구매한 뒤 나중에 주문자에게서 배달료와 함께 받는 방식이다. 간혹 비싼 음식을 후불 결제로 주문하면 배달 서비스 예약이 되지 않는 것은 깨닫게 되는데 배달 기사가 음식점에서 결제하고 오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호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각설하고, 다행스럽게도 마침 지나가던 그랩푸드의 배달 기사가 그가 울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상황 설명을 들은 그는 다른 배달 기사와 함께 돈을 모아 음식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나가던 배달 기사들이 무슨 돈이 많겠는가. 그들은 일단 음식점으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혹 음식 주문이 취소 가능한지 확인해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음식점에서 주문을 취소해주었다고 한다.

보통은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고 말을 하지만, 이 일은 끝이 좋게 풀렸어도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일로 남았다. 다 큰 성인 남자가 거리 위에서 그렇게 울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니, 크게 엉엉 울지도 못하고 신음처럼 내뱉는 그의 울음소리는 너무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배달 기사들이라고 하여 코로나19가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그저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어두운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그런 배달 기사들에게 이런 가혹한 일을 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싶지만,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가짜 주문을 꾸며내 희열을 느끼는 미친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꼭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찔러야만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 마닐라. 거리 위를 달리는 배달기사 

 

[필리핀 마닐라] 가짜 주문과 앙카스 배달기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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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국배달라이더협회 2021.04.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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