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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필리핀 경제•환전

[필리핀 생활] 마카티 온라인 도박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은 어떻게 생활할까?

by 필인러브 202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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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은 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에서 마땅한 취업 자리를 구하지 못한 빈곤층 출신의 청년이 필리핀에서 일하면 2만 위안(약 335만 원)의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숙박과 음식도 제공되고, 해외 이주비도 준다는 꽤 솔깃한 제안이라, 관광비자로 일단 입국했다가 취업비자로 바꿔준다는 이야기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취업비자에 대해 꼼꼼하게 캐물어보았자 중국에서는 필리핀의 취업 허가를 받을 방법이 없으니 필리핀에 도착하면 바로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그렇게 필리핀으로 온 청년을 마주하는 것은 온라인 도박업체 딜러로 불법으로 채용되었다는 현실이다. 실제 카지노에 온 것처럼 도박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중국 고객들과 온라인 채팅을 하는 것이다.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필리핀까지 왔으니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숙소부터 중국에서 들었던 것과는 다르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콘도에서 4인 1실 생활을 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형 합숙소와 같은 곳에서 근무 교대 시간에 맞추어서 방을 공유하는 일도 생긴다. 콘도에서 사무실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셔틀 차량을 태워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어쩐지 감시당하는 기분도 든다. 


회사 사무실로 가보니 수십 명이 일하고 있는데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 앉아 일주일에 6일씩 12시간씩 일해도 중국에서 들었던 만큼 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이 벌지 못한다고 할까. 취업허가서를 받을 때 필요하다는 빌미로 회사에서 여권을 가지고 간 데다가 영어가 어려워서 마닐라 바깥으로는 가보지도 못하는데, 이런저런 규칙을 어길 때마다 벌금으로 월급이 줄어들기도 한다.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여권을 회사에서 가지고 간 상황이라 귀국이 쉽지 않다. 일단 본인 스스로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추방당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필리핀 정부 쪽으로는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대사관에 가서 여권 재발행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중국 정부에서 필리핀에서 온라인 카지노에 일했다는 사실을 알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대사관에 찾아갈 수 없다. 실제 온라인 도박회사에서 일한 중국인들은 중국에 귀국했을 때 체포될 수 있다. 그래서 주 필리핀 중국 대사관 측에서도 필리핀으로 몰려오는 중국인은 큰 골칫거리이다. 필리핀 정부 쪽으로 사법공조를 요청하여 해외 도피 사범을 체포하기도 하지만 불법체류자까지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 필리핀 이민국 단속에 걸린 퀘존의 불법 온라인 카지노 업체 사진 (출처 : 필리핀 이민국 페이스북)



몇 년 전까지만 해중국인 슈퍼마켓에 가려면 깔티마 시장까지 가야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마카티는 물론이고 새로 생긴 아얄라몰 마닐라베이(Ayala Malls Manila Bay) 쇼핑몰 안까지 마닐라 곳곳에 중국슈퍼가 잔뜩 생기고 있다. 중국슈퍼뿐만 아니다. 파사이의 HK선플라자 건물 옆으로는 중국 현지의 냄새가 물씬 나는 중국 음식타운까지 생겼다. 한문으로 표기된 메뉴판만 봐도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영업을 하는 것이 분명한 그런 식당들이 잔뜩 생겨서 중국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많은 중국인이 필리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이다. 짐작되다시피 대부분은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대출사기, 계정 대여)와 은행 신용 카드 사기, 불법 온라인 게임 운영에 종사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야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기도 하지만, 필리핀 근거지를 두고 저지르는 보이스피싱은 불법이다. 이민국 단속에 걸린다고 하여 모두 범죄자는 아니지만, 상당수는 범죄 용의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필리핀에 중국 온라인 카지노 업체가 대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중국인이 필리핀으로 유입되었다. 처음에는 마닐라의 마카티나 파사이, 올티가스, 퀘존 등을 중심으로 사무실이 차려졌지만, 요즘은 팔라완이나 민다나오까지 몰려가는 형편이다. 필리핀 내 온라인 카지노 규제 및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코(PAGCOR. Paccor Amusement and Gaming Corporation)라는 곳인데, 이곳에서 '필리핀 해외 게임 사업자(Pogos - 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s)'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하면서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의 수가 거의 3배가 되었을 정도이다.  확실히 중국인이 필리핀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 파코(PAGCOR) 기록에 따르면 작년에 파코가 중국인 덕분에 벌어들인 돈은 61억 페소(약 1,393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유입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게임 업체에 불법 취업한 중국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국 정책에 비난하는 목소리만 점점 커질 뿐 마땅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체 몇 명이나 되는 중국인이 필리핀에서 온라인 도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아무도 그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는 점이다. 대략 13만 8000명으로 추산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업체가 무허가로 운영하면서 세금을 피하고 있으니, 필리핀 정부에서 중국인에게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 보람이 없다. 실제 파코(PAGCOR)에서 허가받은 업체 수는 72개이지만, 필리핀 국세청(BIR)에 따르면 단 10곳만이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72개 업체 중 49개 업체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도 상당히 세금을 내는 곳이 적다. 중국슈퍼며 식당이 갑자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야 그러려니 한다지만, 콜센터를 할만한 사무용 건물이 중국인으로 가득해지면서 사무실뿐만 아니라 주변 콘도까지 임대료가 훌쩍 뛰어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콜리어스(Colliers International Philippines)에 따르면 2018년도에 마닐라 시내 사무실 임대 전체계약 면적을 보면 중국 온라인 도박회사들이 차지한 사무실 면적(21%)이 콜센터(19%)보다 많았다. 마닐라 시내 고층 빌딩이 중국인들을 위한 온라인 도박장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도 늘었다. 필리핀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 사건의 약 40%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경찰청의 납치전담팀인 AKG(PNP Anti-Kidnapping Group)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도박 관련 납치 범죄를 저질러 필리핀 경찰에 입건된 건수만 67건이나 된다. 피해자는 거의 중국인으로 카지노 주변 중국인 사채업자에게 도박 자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여 발생하는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 본토에 있는 친인척이 몸값을 지불할 때까지 납치·감금되었다가 석방되는 식이다. 가끔은 온라인 카지노업체(POGOs)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려는 과정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필리핀으로 일하러 오는 중국인들의 교육 수준이 대체로 낮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콘도 엘리베이터나 쇼핑몰 복도에 갑자기 "침을 뱉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가득해진 것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인 대학생이 음식물을 들고 MRT 지상철에 탑승하는 것을 저지하는 경찰에게 따호(taho. 필리핀식 순두부)를 던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따호를 던진 대학생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었지만, 이민국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강제 추방했다. 이 일은 경찰 개인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여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그렇다고 중국인들의 태도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 관련 글 보기 : 

[필리핀 생활] 중국인의 온라인 도박이 마닐라 마카티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요? 

[필리핀 생활] 필리핀 내 중국인 불법체류자 숫자




▲ 이게 그 문제의 따호(taho)이다.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시티오브드림 카지노. 멀리 오카다 카지노도 보인다. 



▲ 마닐라에서 쉽게 볼수 있는 중국인 슈퍼마켓 체인점 



▲ 아얄라몰 마닐라베이(Ayala Malls Manila Bay) 쇼핑몰



중국인 슈퍼마켓에서 기묘한 한글이 적힌 상품은 팔지 않았으면 싶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Why the influx of Chinese in the Philippines?

https://www.rappler.com/thought-leaders/233238-reasons-influx-chinese-philippines

· Duterte under the gun over Chinese influx into Philippines

https://asia.nikkei.com/Spotlight/Asia-Insight/Duterte-under-the-gun-over-Chinese-influx-into-Philippines

· Rush of Chinese workers in Philippines sparks worry, call for caution

https://news.abs-cbn.com/business/02/25/19/rush-of-chinese-workers-in-philippines-sparks-worry-call-for-caution




[필리핀 생활] 마카티 온라인 도박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은 어떻게 생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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